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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위 Apr 17. 2023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필름 카메라

여행자의 DNA

  할아버지와 아버지, 나 사이엔 여행자의 DNA가 있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할어버지는 할머니와 국내 여행을 하셨는데, 할머니와 함께 여행을 갈 때마다 그때 그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처음에는 듣기 싫은 잔소리 정도로 생각했다.


  이번에 일을 하게 되어 강원도 원주로 여행을 갔다. 이번 여행에서 그 이야기가 왜 이리 다르게 들렸는지. 이젠 내가 취업을 해 여행 갈 시간이 없어졌기에, 이젠 할머니도 구순이 다 되어가시기에 2023년 3월 이른 봄에 떠난 여행에서 할머니께 들은 이야기는 다르게 다가왔다.


  이러한 피를 이어받은 아버지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여기저기 국내 여행을 다니셨고 지금은 캠핑카를 끌고 국내 여기저기를 다니신다. 그 피를 이어받은 나는 20대에 정말 많은 여행을 했다.


  지금은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가고 싶다. 당분간은 해외여행 계획이 없기에 국내를 낯설게 여행할 것이다. 외국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 느끼는 그 낯섦을 일상에서, 국내 여행에서 발견할 거다. 이번에 할머니댁에서 찾은 아버지의 소형 비디오카메라와 할아버지의 필름 카메라로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갈지 기대하는 바이다.


  소형 비디오카메라에 담겨있는 테이프를 재생했다. 지이잉 소리와 함께 작은 화면에 할아버지가 나온다. 오랜만에 할아버지 얼굴을 봤다. 아버지가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강원도 여행에서 내가 할머니와 아버지를 찍은 마음을 20년 전 아버지도 느꼈던 걸까. 사진 찍는 마음이란 이런 것일까. 계속해서 할아버지가 나오는 화면을 보니 잊혀 가는 기억이 되살아 났다. 나를 가장 사랑해 주던 할아버지가 보고 싶다.

  할아버지의 필름 현상을 맡기고 나오면서 큰 배낭을 멘 외국인 할아버지가 눈에 띄었다. 낯선 한국에 여행 와 길을 찾는 모습에서 왠지 모를 기시감이 느껴졌다. 방금 새로 산 필름을 카메라에 넣고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초점이 흐릿하게 찍혀버렸지만, 첫 사진으로 만족스럽다. 아마도 할아버지는 저런 모습으로 국내 곳곳을 여행했겠지. 여러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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