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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억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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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위 May 02. 2023

뒷모습 걸음걸이가 꼭 너같다.

  한 사람이 지나간다. 익숙한 머리와 옷 스타일이다. 뒷모습 걸음걸이가 꼭 너같다. 잠시 심장이 쿵 내려 앉는다. 하지만 이내 두근거렸다. 혹시 너일까 해서 나도 모르게 뒤따라갔다. 조심스럽게, 나라는 걸 들키고 싶지 않다. 왜 아직도 너에게 시선이 따라가고 발걸음을 움직일까. 막무가내로 너에 대한 모든 기억과 추억을 지웠다. 너의 조각을 발견할 때마다 이내 도망쳤던 마음이 다시 선명하게 되살아 난다.


  너와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리 속을 지나간다. 슬픈 눈에 따뜻한 사랑을 담아주고 싶었다. 눈에는 아직도 바보같은 마음이 남겨져 있구나. 마음 안에 하늘을 수놓아 주고 은은하게 빛나는 달을 띄어주고 싶었다. 함께있는 하루는 영원할 것만 같았다. 천천히 너에게 내 세계를 나눠줬다. 너의 눈은 점점 나를 바라봤다. 슬펐던 너의 눈은 이내 반짝이기 시작했다. 마치 새로운 꿈을 찾아 떠나는 아이처럼 훨훨 날아갈 준비를 시작하는 것 처럼 보였다.


  그때 나는 성난 파도같았다. 파도는 겉 잡을 수 없이 커져 마음의 섬을 집어 삼켜버렸다. 깊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섬은 이내 사라져 버렸다. 어느날 거친 파도 사이로 작은 부표 하나가 떠올랐다. 파도는 부표를 안전하게 지켜야 한다고 생각이라도 한 듯 잔잔하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부표는 곧 다가올 배의 항로를 가르키기 위해 자신만의 위치를 찾아갔다. 넌 나에게 작은 안식처였다.


  너는 엄마였고 아빠였다. 오빠였고 언니였다. 나의 세계는 너가 되어버렸다. 작은 안식처에 쉬고 있던 나는 다시 파도로 뛰어들 수 없었다. 그렇게 너는 사랑 가득한 눈빛으로 다른 곳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나는 다른 사람도 만나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잔잔한 파도와 살고있다. 누군가 걸어간다. 걸음걸이가 꼭 너같다. 그 사람을 따라갔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니 다른 사람이다. 마음이 허해진다. 나에겐 아직도 너의 형체가 남아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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