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폭죽이 터진다. 함께 모여 남은 2023년을 축복하며 마무리하는 자리. 하늘에 빛나는 수십억 원 짜리 불꽃 축제. 티브이에 나오는 연말 시상식. 가족이 한데 모여 웃음이 퍼지는 날. 모든 시끄러움이 지나간 자리에 쓸쓸함 만이 남았다.
멍하니 자리 잡고 앉아 몸을 기대었다. 2023년을 허둥지둥 뛰어다니던 모습과 연말을 마무리하며 한 해를 정리하는 모습이 지나간다. 12월은 현재를 살기보다는 과거를 회고하고 미래를 들여다본다. 12월의 끝과 1월의 시작, 그 사이에 잠시 공허의 자리도 마련됐다.
인스타그램에는 시끌벅적한 소식들이 올라오고 다정한 친구들의 새해 인사가 휴대폰을 울린다. 타인의 소음은 나의 허전함을 키운다. 새해에 느끼는 타인의 다정함은 마음을 더 쓸쓸하게 한다. 나의 다정함을 벗겨보면 그 안이 쓸쓸하기 때문이다. 살을 에는 추위가 다가오면 더더 작은 가슴 안으로 숨는다. 형식적인 말과 답장들을 하고 그래도 애쓴 새해 인사를 하고 나면 달콤한 포도를 먹고 잘 못 씹은 씨앗 같은 씁쓸함이 남는다.
올해는 10일간의 대만 여행으로 연말을 마무리했다. 3년 만에 떠난 해외여행은 또다시 여행의 이유를 더듬게 해줬고 두려움과 안정감에 사라져 버릴 뻔한 낯섦의 즐거움을 다시 느끼게 해줬다. 2023년 내가 가지고 있었던 문제들은 세상에 비하면 비교적 작은 문제가 되었고 좀 더 여유 있게 나만의 선택을 해도 되겠다며 단단한 다짐을 애써 했다. 그다음 문을 열어 보자고. 여행을 마치고는 언제나 그렇듯이 엄마의 품으로 돌아간다. 그동안 가지고 있던 모든 미움과 애정, 서운함을 다 접어두고 따뜻한 품으로 돌아간다.
엄마와 나뿐인 쓸쓸하지만 완벽한 새해. 새해 복 많이 받아 앞으로는 더 행복하자는 다정한 말은 없지만 둘이 같이 누워 재미있는 티브이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완벽한 새해다. 떠나있는 가족에게 안부 인사를 보내고 여행에서 사 온 선물을 건네며 내가 만들어가는 부족하지만 애써본 나의 새해.
나만의 방으로 돌아와 여행을 떠나기 전 사둔 향초를 켠다. 작은 촛불을 보며 두 손을 모은다. 혹시 쓸쓸한 새해를 보내고 있다면 밤 하늘의 달빛과 향초의 작은 촛불을 안주 삼아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올해도 애썼다고 소소한 웃음을 지어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