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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홀리톡 Jul 29. 2020

아이들을 통해 내 안의 어린아이를 만나다

나는 누구일까요 03


아이 아빠가 출근하지 않는 주말 저녁에 랑, 남편, 아들... 이렇게 셋이 보드게임을 하려고 둘러 앉았다. 동생을 재우고 우리 셋이서 게임하는 것을 너무나 좋아하는 아들은 신나게 게임 셋팅을 했다. 그리고 동생을 재우다가 같이 잠든 아빠를 깨웠다.

그런데, 결국 게임은 시작도 못하고 아들은 숨이 넘어가게 꺽꺽 울다가 자게 되었다.

도대체 왜...?!

마음이 너무 아프다......


                                                                                                                                              

아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예민의 끝을 달리는 아기였다. 키우기가 정말 힘들었다. 기쁨을 준 일도 당연히 많았지만 퇴근하고 집에서 만난 아이는 하루의 스트레스를 엄마인 나에게 다 푸는 징징이였다. 매일 밤마다 한중간에 깨서 발버둥치며 우느라고 통잠을 자기 시작한게 만4세때였다. 나는 아이 울음소리에 새벽마다 깨서는 아이를 다시 재우고 불편한 마음으로 잠이 안와서 이것저것 하며 밤을 보냈다. 그 탓에 만성 수면부족으로 살이 쭉쭉 빠지고 체력도 바닥났다.


타고난 기질이 그러니 어쩌려니 나닮았겠지...하고 인정하고 살아온 시간들이 소화되지 않고 그대로 쌓였나보다. 노이로제라는게 이런건가? 내 마음속의 물컵이 가득찼는지 겨우 한 방울에 자꾸 넘친다.




아들이 요즘 극도로 예민해져있다. 아들에게는 아토피가 있는데 특히 이맘때 꽃가루 때문에 몸이 많이 가렵다. 약은 먹지만 자기도 너무 힘들겠지. 코로나 때문에 학교생활이 불가능한 것도 학교 친구들 만나고 싶은 아들에겐 아주 큰 스트레스이다. 사랑하는 아빠랑도 놀고싶은데 아빠가 이제 막 창업을 해서 너무 바쁘다.


사랑의 언어가 '함께하는 시간'인 아들에겐 모든 것이 힘든 시기이겠다 싶으면서도 우리 부부의 어떤 부분들과 자꾸 부딪히다보니 나도 남편도 아이를 잘 받아주지 못하고 있다... 머리로는 다 아는데 마음이 실천을 거부하니 나는 늘 죄책감과 안쓰러움에 사로잡혀서 괴롭다. 그냥 눈 딱 감고 모른척 아닌척 받아주면 되는 간단한 것을 철없는 엄빠는 영 못하고 있다.


이 아이를 대하는 우리 부부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명제를 인정해야 해결이 될 것 같다. 아니 나의 태도라고 하자. 남편의 마음은 다를 수 있는데 내가 섣불리 판단하면 안되니까. 우는 아이 진정시켜서 기도하고 재워주고 나도 마음이 안좋아서 블로그를 보며 잠을 청하다가 우연히 어떤 유튜브 영상을 보았다.


제목이 내면아이 상처치유...아이의 상처를 보듬는 법인가? 싶어서 보다가 엉엉 울어버렸다. 지금은 너무나 밝고 평안해보이는 두 분 각각에게 정말정말 감당하기 힘든 큰 아픔이 있었다. 물론 지금 그 내면아이를 다시 만나서 오랜기간 치유를 통해 평안을 되찾았다고 하시지만 듣기만 해도 눈물이 쏟아지는데 본인들은 견뎌온 시간동안 얼마나 힘드셨을지 공감능력이 부족한 나로서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                                                        

                                                                                                                        

내면아이를 만나게 되는 계기는 다양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로 아이를 통해서라고 한다. 아이를 보고 화가나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부모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버려진 나의 내면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한 예로 너무 슬퍼서 우는데 부모가 '뚝 그쳐'하면 그 아이는 맘껏 울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상황은 반복될 것이고. 슬픔과 눈물에 대해 인정받지 못하고 애써 부정하며 털어내야 했던 이 아이는 자라서 자녀가 우는 것을 유난히 힘들어하고 남들이 우는것도 잘 못보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은 누가 울 때 자기의 내면아이를 만난다고 한다. 울음을 그치기를 강요받고 있던 나의 어린시절의 모습. 대부분의 한국인들, 특히 남자들...목놓아 울지 못한다. 평생 3번 우는게 미덕이라고 배우고 자랐으니(도대체 왜!) 울고싶은 남자들은 애써 쎈 척하며 술로, 유흥으로, 허세로 본인은 울고싶지 않고 지금 매우 즐겁다고 자기를 속이려한다.


도 아들을 보며 딸을 보며 또 남편을 보며 인정받지 못한 내면 아이들(!)이 튀어나와 내 모습을 그대로 인정해달라고 소리칠 때가 있다. 감사하게도 나는 좋은 부모님을 만나 매를 맞거나, 생활고를 겪진 않았지만 13개월 차이나는 연년생 동생 덕분에 늘, 부모의 관심을 받기위해 발버둥치는 아이였다. 그걸 2년 전에야 비로소 깨달았다. 관심과 인정이 나의 존재이유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직도 그런것 같다. 지금 나의 타이틀은 전업 엄마니까 정말 좋은 엄마가 되어야 인정받는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다. 대단한 엄마, 노력하는 엄마라는 칭찬 한마디를 듣기위해 버겁게 엄마표 홈스쿨링을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음악, 체육, 영어, 독서 등 힘에 부칠수록 더 칭찬받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 같고, 그래서 힘든걸 즐긴다.


늘 상대방의 마음에 들도록 눈치를 보고 행동하느라 내가 원하는 걸 해보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진짜 원하는게 무엇지를 몰랐다.


연애할 때 "어디 갈까?" 하면  "너 가고싶은 곳~"

"뭐 먹을까?" 하면  "너 먹고싶은 아무거나~"

라고 말하면 그 사람이 싫어 헤어졌다.


내가 좋아하는걸 내가 잘 모르겠는데 니가 그냥 좋은곳, 맛있는것 골라주면 안되? 하는 마음이었던가 싶다. 그래서 어찌보면 거칠게(?) 나를 리드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니 그들은 나에 대한 배려심을 한껏 표현했을 뿐인데 나의 예상밖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을 것 같다. 이제와 생각하면 너무 미안하다. 다들 좋은 짝 만나서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기준에 누군가에게 관심이 있다는 표현은 '너랑 함께 있고싶어' 이다. 그래서 그렇게 남편이 바빠서 집에 늦게 들어오면 우리를- 특히 나에게 관심이 없다고 느껴지는가보다. 남편도 억울하겠다.


와 아들, 딸 모두 사랑의 언어가 같다. 우리의 언어는 함께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남편의 언어는 인정 인 듯.)

나는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한 사람이긴 한데 코로나 때문에 근 5개월간을 매일 24시간 아이들과 같이 있으면서 아이들이 그렇게 나에게 몸에 매달리고 놀아달라하는게 왜이리 귀찮은지 모르겠다. 사랑은 아무리 넘쳐흐르게 부어도 좋은 것 아닌가?


둘이 스테레오로 2분에 한번씩 하루종일 나를 부른다.

"엄마 이것 좀 보세요."(가보면 별거없음)

"엄마 재밌는거 알려드릴께요." (들어보면 노잼)

"엄마 ~해주세요." (혼자 할 수 있는 것임)

"엄마~ 엄마~ 엄마~"불러대는 것이 이제는 왜이리 끄지 않은 알람처럼 듣기 싫은지 모르겠다. 곧 사춘기가 오면 제일 그리운 소리라고 하는 선배맘들의 이야기에 순간순간 마음을 다잡는다.


아이들이 "제발 함께 있어줘요.!" 라고 온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 제발 사랑을 달라고 구걸하는 나의 내면의 아이를 보는 것 같아서 괴롭다. 아이들이 매일 아빠를 기다리며 아빠 언제 오냐고 여러번 물어보는데 그것도 마음속에서는 화가난다. 물론 화는 내지 않고 잘 설명해주죠. 아빠는 지금 매우 바쁠 시기이니까요. 근데 남편이 일한게 아니라 놀다 늦는 것 같으면 진짜로 화가 난다. 일찍 들어와서 육아 좀 도와달라고 하는 마음은 이제 거의 없다. 애들이 꽤 컸으니까. 대신 이렇게 아이들이 사랑을 갈구하는데 그걸 안 채워줘서 야속하다는 마음이 90%인 것 같다. 역시 나의 내면아이가 외치는 소리인가보다.


이제 나도 어른이 되었으니 나의 내면아이를 만나 담판을 짓고 싶다. 정면대결해서 필요하다면 달래주어 행복하게 보내주고 싶다. 나의 삶의 평화를 위해서 그게 1순위인 것 같은데 방법을 잘 찾는 것이 40대를 맞이하면 새로 얻은 나의 과제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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