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미균 Oct 29. 2019

설리.. 그녀를 보내며

[악성댓글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이야기]

10월 14일은 오전부터 라이브리 댓글이 폭주할 것을 예감할 수 있었다 

증권사 찌라시에서 조국 전 장관의 퇴임사가 돌았다 

결국 퇴임하시는구나..


정치인은 이기고 또 진다. 

나는 전쟁에 비유하곤 하는데 가끔은 본성도 지키지 못하면서 진격을 하다가 이기기도 하고 

수성만 하는데도 지곤 했다. 

하지만 또다시 새로 전쟁을 준비한다. 

물론 그 사이에 챙겨야 할 민정이 뒷전일 수 있어서 아쉽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짧은 정치 역사는 아직 시민의 삶의 질까지 가지 못하는 것에 만족해야 하나 하며 위안하고 산다. 어찌 됐건 한국에서 쏟아지는 뉴스와 댓글들을 매 초단위로 접하는 나로서는 정치는 패배와 승리의 반복으로 보인다. 초연해진다.  


오후는 달랐다. 

설리가 죽었다.

일방적인 죽음이었다. 


나는 설리를 유심히 보아 왔었다. 팬은 아니지만..

설리는 순수하기도 하고 강한 듯도 했었다.  

전나로 영화를 찍고 동료 연예인에게는 어린아이처럼 사랑을 받았다 

아이돌 출신이고 패션 업계에서의 워너비이기도 하고. 

다만 성적인, 본능적인 코드를 숨길 줄 몰랐다. 생각하는 법을 다른 사람들에게 맞출 줄 몰랐다. 

이런 행동을 이기적으로 해석했던 걸까? 사람들은 보통과 다르다는 이유로 설리를 공격했다. 


악플의 밤이라는 프로그램을 볼 때도 마음이 무거웠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 정서가 아닌데 마치 노리기라도 한 것처럼 설리를 섭외했다. 

프로그램 내내 힘들지만 괜찮다면서 담담하게 말한 설리였지만 

카메라가 없는 혼자만의 세상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정말 괜찮은 걸까? 등이라도 토닥여주고 싶었다.

악성 댓글이 한 사람의 정신을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는지 알아버린 나는 이렇게 감정이입에 가까워지면 생각이 꼬리를 물고 밤잠을 설치곤 한다.


그리고 결국 설리가 세상을 떠났다. 

나는 그날 친구랑 바에 둘이 앉아 소주를 기울이면서도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친구의 말을 잘 듣지 못했다. 

그저 귀를 그저 스쳐갔다.. 마음에 큰 닻이 내려앉듯이 묵직한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설리.. 

한숨이 나왔다. 

깊은 한숨이 마음을 적셔나갔다.

내가 더 부지런했어야 했다...


집에 돌아와 취중에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최진실 씨의 자살사건에서 느낀 그 기분이었다. 

10년 간 내가 해온 일을 비웃기라도 한 듯이 똑같이 되풀이됐다. 

친구한테 전화해서 엉엉 울었다. 안타까움과 자책이었다. 


악성 댓글을 줄이는 소셜 댓글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는 일을 10년째 해왔다.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서 기술은 알지도 못하던 내가 기술기업을 창업해서 지금까지 매출이 없던 3년의 R&D를 거쳐 9번의 버전업에 이르는 지금의 라이브리 서비스를 완성해왔다. 

라이브리는 돈을 많이 버는 서비스가 아니다. 

언론사에게는 무료로 주다시피 해왔고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곳은 실제 무료로 플랫폼을 제공했다. 

돈을 버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이렇게 악성여론으로 자살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


그리고 또다시 죽음을 겪고 있다. 

우리 라이브리 소셜 댓글 서비스를 쓰는 사이트들은 문제를 해결했지만 포털과 SNS는 우리회사도 어찌할 수가 없다. 

그 와중에 포털들은 댓글을 떠넘기거나 회피하고 있고 

국회의원들은 자료조사도 없이 이런저런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실명제가 왜 사라졌는지, 현재 악성댓글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조금만 알아봐도 우리한테 연락이 닿지 않을 수가 없는데 단 한 명도 연락이 없었다. 

더 나아가면, 기술은 해결해도 사람들의 인식이 더 큰 문제다. 

문제는 첩첩 산중이라는 말이다. 


다 같이 해야 된다. 

라이브리보다 댓글이 월등히 많은 포털들이 협의안을 나서서 만들어줘야 된다. 

방송통신위원회도 나서줘야 된다. 

라이브리의 소셜 로그인만 벤치마킹할게 아니라 전반적인 로직을 다시 해석하고 적용해야 한다. 

라이브리가 성공한 부분만 모델링해두었다.  

댓글을 단어와 문맥으로 해석하여 필터링하는 인공지능을 강화하고 

육안으로 해결해야 되는 모니터링도 병행해야 한다.

관리를 포털과 사이트가 동시에 책임질 수 있도록 정책을 보완하면 된다.  

무엇보다 댓글을 알아서 잘 쓰고 싶게 만드는 심리적 기제를 잘 적용해야 된다. 

이미 카네기멜론 대학을 비롯한 학계가 라이브리를 연구했고 논문도 나와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인식을 변화시켜 나아갈 수 있다. 


무언가 해야 된다는 생각에 다양한 분들을 만났다. 

그저 바빠진 내 마음은 공유해주고 싶다. 

누군가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작게라도 위안이 되지는 않을까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기를 기도한다. 

작가의 이전글 [Q&A] SK와 사회성과 측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