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워요 508호 아가씨!
처음 프랑스 땅을 밟게 된 후
유학원을 통해 앞으로 어학공부를 하며 지내게될 레지던스로 안내를 받았을때 , 레지던스 건물앞에서 한동안 놀라움에 발길을 옮기지 못했었다. 100년은 훌쩍 넘어보이는 그 레지던스는 오래된 예술영화속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엔틱함 가득한 철문 엘리베이터가 있는 나선형 비상계단이 있는 곳이였다.
초반 이틀간의 임시숙소였던 2층의 방을 거쳐 나의 진정한 첫 보금자리가 되었던 5층의 나의 방 508호. 그곳이 나의 프랑스 생활을 시작하게 될 나의 첫 독립 보금자리였다.
건물의 모서리 코너부분에 있던 방이라 다른방들과는 다르게 맞은편 공원 뷰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기에 방배정을 받고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비록 종종 비둘기가 창문을 통해 내 방으로 들어와 비행을 하다 날아가고, 창문 틈 사이로 빗물이 세어들어오긴 했지만 프랑스 스러운 낭만을 느낄수 있는 적당히 낡고 오래된 곳이였다.
아직도 아날로그방식이 많이 남아있는 프랑스는 집세를 낼때도 계좌이체나 자동이체 방식이 아닌 백지수표를 사용했다. 백지수표에 월세액을 적고 자필서명을 해서 레지던스를 관리하던 부동산에 직접 제출해야했다.
대단한 사람들이나 가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던 백지수표 한문텅이가 내 손에 떨어졌을땐 얼마나 놀랬던지...
월세를 내야하는 날 정성껏 적은 백지수표를 들고 부동산에 찾아갈때면 부동산 마담은 늘 나에게 반갑게 눈인사를 하며 이렇게 부르곤 했다.
“봉쥬르 마드모아젤 쌍썽윗(508) ! “
나의 프랑스 첫 애칭이였던 셈이였다.
7년 남짓되는 프랑스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나를 부르던 마담의 쾌활했던 그 목소리가 가끔 생각이 난다.
돈같지 않은 수표도 어색하고 독립생활에 집세를 지불하는것도 처음인 내게 유독 살가웠던 사람. 덕분에 외국어호칭과 인삿말이 조금은 더 빨리 익숙해 질 수 있었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