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만큼은 아니지만 강릉도 더워요. 저희 집 실내 온도는 덜 더운 날은 27도, 보통 더운 날은 29도예요. 습도는 70-85%. 중복인 오늘은 30도에 73%라네요. 저는 추위를 많이 타는 대신 더위는 좀 즐기는 편이라 아직 한 번도 에어컨을 틀지 않았어요. 동해바다에서 혹은 대관령에서 부는 바람이 집 안으로 곧잘 들어오기도 하고요. 그래도 저녁밥 하느라 불 앞에 서 있으면 땀이 질질 나고 얼굴이 홍당무처럼 벌겋게 달아오르는데 그렇게 지글지글 끓이고 볶아 식탁에 앉아 선풍기 틀고 밥을 먹으면 금방 살만해져요. 지지고 볶는 동안 집 안이 온통 매운 연기로 가득 채워져서 문 닫고 에어컨을 켤 수도 없지만요. 하여간 여름이 좋아요. 바다도 좋고 바다에서 하는 수영도 좋고 햇볕 아래 누워 있는 것도 좋고 땀 질질 흘리며 요리하고 밥 먹는 것도 다 좋아요.
하지만 사워도우에게 있어 여름은 그다지 좋은 계절이 아닌 거 같아요. 여름이 되기도 전부터 스타터가 크는 속도, 반죽이 발효되는 속도가 무지 빨라졌어요. 요거트 만들기에는 최적이지만, 빵 만들기에는 반갑지 않은 날씨. 발효가 빨리 된다고 좋은 게 아니잖아요? 발효가 빨리 되어 버리면 어떻게 풍미를 만들고, 어떻게 글루텐 네트워크를 잡고, 어떻게 반죽에 힘을 실어 주나요. 하여 한여름의 사워도우 베이킹 팁 몇 가지 공유해요.
1. 스타터 피딩 비율 높이기.
스타터가 어떻게 크는지 지켜보세요. 참고로 제 스타터는 요즘 어떠냐면요,
○ 유기농 백밀 90%, 유기농 다크 호밀 10%, 수분율 100% 스타터:
1:1:1 - 1시간 30분 _ 2.5배 / 4시간 _ 피크.
1:2:2 - 5시간 30분 _ 피크.
1:6:6 - 7시간 30분 _ 피크.
1:10:10 - 9시간 30분 _ 피크.
○ 유기농 다크 호밀 100%, 수분율 100% 스타터:
1:1:1 - 2시간 _ 피크.
1:10:10 - 8시간 _ 피크.
strength in numbers, 같은 비율 1:1:1이라도 10g:10g:10g보다 20g:20:20g이 더 빨리 크는 거 다 아시죠?
2. 스타터의 수분율 높이기.
지난번에도 언급했듯이, 스타터는 수분율이 낮은 스타터가 높은 스타터보다 더 잘 자라요. 예를 들면,
125% < 100% < 60%
이렇게요. 그러니 수분율을 높여 스타터가 평소보다 더디게 자라도록 할 수 있어요. 수분율이 높은 스타터는 낮은 스타터에 비해 젖산이 많고 신맛이 덜해요. 신맛이 나는 빵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일거양득!
3. 르뱅에 소금 넣기.
0.2%~2%의 소금을 넣어 스타터가 자라는 속도를 더디게 할 수 있어요. 제프리 해멀먼의 <Bread>에 의하면 주의할 것은 제일 마지막 피딩, 그러니까 반죽에 넣을 르뱅을 만들 때 소금을 넣는 거예요. 당연히 르뱅에 넣은 소금의 양만큼 본반죽에 들어갈 소금의 양은 줄이고요.
4. 르뱅의 비율 줄이기.
저는 평소에 밀가루 대비 20%의 르뱅을 사용해요. 봄 가을의 경우 반죽에 르뱅을 넣은 시간으로부터 6-7시간 후 발효가 끝나 성형을 했지요. 날이 뜨거워진 뒤로는 르뱅의 비율을 10%로 낮췄어요. 밀가루가 250g이라면 르뱅은 25g, 실내 온도 28도, 습도 75%에서 총 4시간 30분 정도 걸리네요. 대단하죠?
5. 냉장고에서 밤새 오토리즈하기.
일 년 내내 뜨겁고 습한 태국의 베이커가 알려준 방법이에요. 반죽 전날 밤, 오토리즈를 해서 냉장고에 넣어요. 다음날 준비가 되었을 때 스타터(르뱅)를 섞고요. 저온에서 오랫동안 오토리즈가 되었으니 차가운 반죽이 꽤나 쫀쫀할 거예요. 르뱅 섞을 때 팔이 좀 아프지만, 이 문제는 오토리즈할 때 물을 몽땅 넣지 말고 일부 남겨 놓았다가 르뱅을 섞을 때 넣으면 좀 수월해요. 혹은 반죽기가 있다면 이용하고요.
6. 그리고,
(1) '냉장 스타터':
(2) 사전 피딩 없이, 디스카드 만들지 않고, 차가운 스타터로 빵 만들기:
7. 금방 눅눅해지는 껍질에 대하여.
여러분과 저의 빵만 그런 게 아니에요. 제가 저 위에 빵 네 덩어리 싸 들고 지지난주 서울에 갔었거든요? 간 김에 분당, 죽전, 서울의 유명한 사워도우 빵집 다섯 군데에 들렀어요. 대부분 오전에, 그러니까 빵이 오븐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여전히 따뜻한 시간대에 갔고(그렇지 않으면 빵 사기 어려운 곳들이라), "가는 길에 차에서 먹게 두 쪽만 썰어 주세요."라고 부탁해 일명 '갓빵'을 '차빵'했어요. 밥 먹을 시간이 없었거든요. 암튼 여러분, 다섯 군데 모두 껍질이 바삭하지 않았어요. 어떤 곳은 슬쩍 질깃. 매장의 에어컨이 습도를 낮춰 놓았을 텐데도 말이에요. 어쩐지 안도감이 들지 않나요?�
8. 여러분의 방법도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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