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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덩 Dec 11. 2022

"요새 많이 바쁘네요"

바쁜 삶, 그리고 선택과 집중

"많이 바쁘지?"

"요새 일이 좀 바빠서 정신없네요."


서로의 바쁨을 확인하고 나의 바쁨을 이야기하는 대화. 이건 아마 '밥은 먹고 다니냐' 수준으로 흔하디 흔한 우리의 일상이지 않을까 싶다. 


바쁘지 않은 삶이 어디 있으랴. 찾아보기 쉽지 않다.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사회인데. 현대인의,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바쁨은 어딘가 상향 표준화되는 느낌이다. 나 역시도 많이 묻고, 또 많이 답하는 이야기. 우리의 분주함에 대한 이야기다. 




요새 또 브런치에 통 글을 못 썼다. 역시 이유는 바빠서다. 직장을 얻고 타주로 이주하며 새로운 곳에서 초년차를 지내느라 바빴고, 미국에서 처음 집을 사는 과정을 겪으며 몸도 마음도 분주하기도 했다. 얼마 전 돌이 된 둘째의 양육에도 힘을 꽤 써 온 지난 시간들이었다. 달리 말하면 위의 모든 일들이 어찌 보면 브런치에 글을 쓰는 데에 시간을 쓰는 것보다 더 급하고 중요한 일이었던 셈이다.


바쁜 삶 속에서 우리는 주어지는, 요구되는, 기대되는 모든 일들을 다 해낼 순 없다. 그래서 바쁜 삶에서 결국 중요한 건 선택과 집중이다. 바쁨이 현대인의 필수조건이라고 가정할 때에, 내가 실제로 살아내는 나의 모습은 불가피하게 나의 우선순위를 반영한다. 그 일들이 급해서이든, 중요해서이든, 또는 나의 다른 메커니즘 때문이든. 


급한 일들은 두려움과 연결된다. 인정받지 못할까 봐, 거절당할까 봐, 잘릴까 봐, 중요한 무언가를 놓칠까 봐 하는 두려움. 중요한 일은 우리의 필요 및 욕망과 연결된다. 필요와 욕망은 두려움의 반대편에 있다. 인정받기 위해서, 유능하고 싶어서, 친밀감을 느끼고자, 재미를 느끼고자, 또 자아를 실현하고자 하는 많은 일들. 




급하거나 중요한 일들을 하느라 바빠서 그 외의 일들을 조금 놓치게 된다면, 자기자비 (self-compassion), 즉 눈앞에 마주한 분주함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에게 친절하고자 하는 태도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급한 일로만 채워진 삶이라면 조금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요한 일들을 늘려가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일들을 하느라 바쁜 삶은 위의 경우에 비해 흔하진 않다. 아마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경제적인 또는 지위 상의 자유를 누리고 있거나, 목적성이 상실된 채 스스로도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일로 하루하루를 채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느 이유든 중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일들로 인해 마음만 분주한 현재의 삶의 방식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어느 정도의 편차는 있겠지만 삶이 계속되어도 몸이든 마음이든 바쁜 삶은 지속될 것만 같다. 오늘, 지난달, 지난 6개월의 내 삶을 돌아보며 나는 무엇에 바빴는지를 돌이켜 반성해 본다. "바쁘네요"라는 말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내 삶에서, 결국 내가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행동들의 리스트가 현재 내 삶의 가치를 대변하는 성적표인 것만 같아 고개가 떨구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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