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동아리방은 여울목.
공강에 모이고,
공간에 모여서,
마음이 지나가니
글자들이 고스란히 여기에 담겼습니다.
링 두른 볼품없는 연습장으로 분해
갱지 살갗에 글자 새겨 넣느라 꾸깃해집니다.
오목만 두고 간 사람도 있고요,
컵라면 국물 흘려서 민폐 끼친 허기진 학생도 있어요.
샤프는 번지고,
볼펜은 찌꺼기를 남기고,
만년필은 제 살갗을 뚫지만,
누군가의 노래 가사가 되고,
부치지 못한 편지도 되고요,
필체가 다른 두 사람이 장난기 부려 다툼도 되지요.
이제 막 머릿속에서 끄집어낸 그림도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 않고 나를 찾으니 앞자락으로 이야기 실어 보내고
뒷자락 누런 낱장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빈 곳이 아름다운 책이 되고픈 작은 소망은
한 권에 적힌 유일한 사랑의 실마리가 되는 것.
침 마른 지문이 닿아 해질까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넘기는 만인의 편지.
볼펜으로 막지워 뭐라 썼는지 모를 이름의 주인공이
오늘 밤 찾아올지 모르니…
책장 꽂아 두지 말고
잘 보이는 책상 위에 놓아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