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대비에
난 처마밖에 나갈 수 없어
웅크리고 있는 숫 촌아이
더없이 높기만 하고
투명하기만 한 하늘이 서럽구나
내 마음은 아직 장마가 끝나지 않았나 봐
오늘은 해님이 꼭꼭 숨었네
구름 뒤 얄밉게도 숨어 비만 뿌리네
너도 나를 기다리겠지
손꼽아 해 뜰 날만 기다리겠지
이 긴장마가 끝나는 날
물 머금어 촉촉한 자갈길 밟고 뛰어가
너의 집으로 난 달려갈 거야
돌담밖에서 목청 돋우어
엄지 내밀고 토라진 너에게 소리칠 거야
"나하고 놀 사람! 여기 붙어라!"
긴 장대비에
난 처마밖에 나갈 수 없어
웅크리고 있는 숫촌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