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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ssong Oct 30. 2021

권여사의 첫 제주

엄마와 딸의 제주도 뚜벅이 여행

  10월 중순,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다 문득 엄마가 제주도에 간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엄마 나 이번에 제주도 여행 가려고 하는데 같이 갈래요?’라는 질문에 보통 때는 ‘바빠서 안된다’고 하셨을 텐데 신기하게도 이번에는 한 번의 거절 없이 오케이 결정을 내렸다. 나도 중학교 때 공부방 친구들과 그리고 고2 때 수학여행으로 제주도 여행을 한 이후 10년이 넘도록 제주도로 여행을 간 적이 없다. 엄마에게도 나에게도 새로운 여행이 될 것 같아 설레었다.

  엄마는 여행 전날까지도 아빠 농사일을 돕고, 집안일을 하느라 무척 바빴다. 그 모습을 보면서 엄마에게 집을 잠깐 비우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아빠는 농사일과 할머니를 보살펴 드려야 했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 함께하지 못했다. 엄마와 나를 공항까지 데려다주시고 집으로 돌아가셨는데, 혼자 지낼 생각에 잠깐 걱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조금은 소년 같은 아빠의 모습) 내년 아빠 환갑 생신 때는 꼭 가족여행으로 함께 가고 싶다. 책임질 것들이 있는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부모님 앞에서 아직 어린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 여행을 계획할 때 두 명이서 차를 렌트해서 다니는 것은 지출에 부담이 될 것 같아 우리는 뚜벅이 여행을 선택했다. 나도 엄마를 편하게 모시고 싶었지만 걷는 것을 워낙 좋아하는 엄마라 기분 좋게 동의해주셨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다 할 계획을 세우지도 않았다. 사실 출발하는 날까지도 마지막 날 숙소는 정하지도 않았고, 첫 째날 점심 먹을 곳과 이틀 숙박만 정한채로 비행기에 올랐다.

  제주도에 도착해서 먹은 첫 끼는 들기름 국수와 맑은 돼지 갈비탕이었다. 고소한 들기름 향과 솜사탕처럼 입에서 녹는 돼지고기는 천상의 맛이었다. 최근 들어 먹은 음식 중에 손에 꼽힐 만큼 깔끔하고 맛있었다. 반찬도 간결하게 깍두기, 파김치, 무장아찌 3가지뿐이었다. 음식에서 사장님의 정성이 충분히 느껴져 다른 식당보다 음식값은 비쌌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엄마는 파김치가 엄청 맛있다며 그릇을 싹싹 비우셨다. 내가 좋아하는 걸 엄마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에 기뻤다.

(왼)맑은 돼지 갈비탕과 깔끔한 반찬들 (오)고기와 두부 고명을 얹은 고소한 들기름 국수

  3박 4일 제주도 여행 중 맑은 날은 마지막 돌아오는 날 뿐이었다. 하지만 야외활동 중에는 비가 오지 않았고 고맙게도 대부분 이동 중에 비가 내렸다. 오히려 걸어 다닐 일이 많았던 우리의 일정으로는 조금 흐린 날이 지치지 않고 좋았다. 다만 제주도의 그 유명한 바람은 어떻게 막을 수가 없었다. 둘 째날, 성산일출봉에 올랐는데 강풍에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심지어는 몸이 휘청휘청하기도 했다. 흐린 하늘, 거센 바람과 파도가 장관을 이루어냈다. 맑은 날도 좋았겠지만 흐린 날도 운치 있었다. 철썩철썩 높게 치는 파도를 보면서 마음속에 있었던 스트레스와 근심도 함께 쓸어 보냈다.

유명한 제주도 바람 맞으며 성산 일출봉에서

  절물 자연 휴양림, 성산 일출봉, 섭지코지, 한라수목원 등 많은 곳을 걸어 다녔다. 엄마는 절물 오름에 오르면서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하셨다. 운동을 참 꾸준히 하던 엄마인데 사는 게 바빠지면서 본인을 챙길 시간을 많이 잃었다. 번외로 주변에서 야근으로, 주말출근으로 스스로를 챙길 시간이 없어 건강을 잃은 사람들을 많이 봤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내 건강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데 말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내 건강을 챙기면서 커리어적으로는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어디 존재하든 스스로 만족하고 즐기는 삶을 살고 싶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치열한 경쟁보다는 한 팀으로서 같은 목표를 가지고 서로 돕고, 함께 나아가는 조직에 속하고 싶다. 아무튼 엄마도 본인을 돌볼 수 있는 시간을 좀 더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오래도록 나와 함께 여행 다닐 수 있도록.

이번 여행의 주제는 ‘자연’

  원래 이번 여행의 전반적인 계획은 ‘제주도 동쪽만 잘 보고 오자’였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우리는 제주도를 크게 한 바퀴 돌았다. 그것도 뚜벅이로 하하. 그리고 구체적인 계획도 없었다. 제주 시내, 성산, 서귀포, 그리고 조금 더 서쪽으로 이동 그리고 다시 제주 시내로. 이렇게 이동하면서 관광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자연에서 힐링도 하고, 엄마와 많은 주제로 이야기도 나눴다. 계획하지 않은 것에서 오는 기쁨은 더 큰 것 같다. 특히 ‘오설록 티 뮤지엄’은 ‘자본이 만들어 놓은 상업적인 공간’ 일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별 기대 없이 방문했는데 디저트도 만족할 만큼 맛있었고 사람은 많았지만 자연과 어우러진 야외 공간이 마음에 안식을 주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내가 계획한 곳으로, 또는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것에도 모두 동의하고 함께해준 엄마에게 감사했다.

뜻밖의 힐링장소 오설록 티 뮤지엄

  떠나기 전에는 ‘혹시나 뜻이 맞지 않아 다투면 어쩌나’, ‘일정이 꼬여 엄마가 불편하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엄마와의 제주도 뚜벅이 여행은 200퍼센트 만족이었다. 여행 전부터, 여행하는 내내 오랜만에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이번 여행 참 잘 왔다는 마음이 들었다. 다음은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 내 모습에 ‘그냥 즉흥적으로 하면 되지!’라는 엄마의 말에 가이드 역할(?)에 대한 부담을 조금 덜기도 했다. ‘엄마와 나, 여행 메이트로 참 잘 맞는구나’라는 생각이 든 경험이었다. 여행 마지막 날, 우리 앞으로도 기회가 될 때마다 함께 여행을 하자는 약속을 했다. 그래서 우리의 다음 여행지는 ‘지리산 둘레길’이다!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찐으로 행복했죠


P.S 생각보다 제주도에서 뚜벅이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뚜벅이로 여행하는 엄마와 딸도 몇몇   있었다. ‘네이버 지도 ‘카카오  이용해서 버스 노선과 도착시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있어 많은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이동할  있었고, 가까운 거리 이동은 ‘카카오 택시 사용했다. 그리고 버스정류장과 버스 내에서 모두 와이파이를 사용할  있어서 이동 시간이 크게 지루하지 않았다. 걷는 것을 좋아하고 많은 곳을 여행하는 것보다  곳을 제대로 보는 것을 선호한다면 제주도 뚜벅이 여행 크게 어렵지 않다. 특히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은 더욱더 좋을  같다. 적극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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