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부채, 코드 리뷰, 전문성, 좋은 코드를 고민하는 개발자의 이야기
주변에 개발자 지망생, 신입 개발자들이 개발자로서 느끼는 감정에 어려워하는 모습을 봤다. 내가 느꼈던 점을 공유하는 게 그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 어느덧 7년 차에 접어든 개발자도 비슷하게 느꼈고 고민해왔노라고,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 코드는 허점투성이다.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다곤 하는데 그걸 적용해보기엔 늘 시간이 부족하다. 부채는 항상 쌓여있고 그 부채를 해결하지 못해서 에러가 발생한다. 부채를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럴 여유가 도무지 생기질 않는다. 에러가 생겼다는 문의가 올 때마다 나를 질책하는 것 같다.
며칠 작업한 내용을 동료들에게 코드 리뷰 요청했다. 반나절쯤 지났을까. 아무도 리뷰해주질 않았다. 제법 코드가 길었던 탓일지도 모른다. 한 명씩 DM을 보내 리뷰를 부탁했다.
최대한 설명을 적어두긴 했는데 이해하기 어려웠는지 질문이 쏟아진다. 이쯤 되니 내 코드가 난잡한 탓인 것 같다. 코드에 대한 비판이 나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고 들었는데 실제로 느낌은 전혀 다르다. 난잡한 코드는 난잡한 내 정신을 대변하는 것 같다. 내 코드를 이해 못한다는 건 나를 이해 못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파트너사와 약속한 페이지가 있는데 개발이 가능한지 문의가 들어왔다. 언제까지인지 물었다. 내일까지란다. 저번에 이 정도 페이지는 반나절 만에 만들었으니 이틀이면 충분하지 않냐고 한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지금 그것만 신경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일정을 미뤄줄 수 없겠냐고 물었다.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최대한 해보겠다고 답했다. 고맙다고 커피를 사겠다고 한다. 커피만 오늘 석 잔째인줄 알까.
별생각 없이 들어간 페이스북,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사례를 공유한 글이 눈에 들어온다. 한 번도 실제로 본 적 없지만 제법 유명한 회사에 다니는 ‘페이스북 친구’가 공유한 글이다. 좋아요도 수 없이 눌렸고 공유도 많이 된 글이다.
좋아요 한 사람들을 보니 아는 사람들이 많다. 회사 슬랙에도 같은 글이 공유된다. 저번에 써봤는데 좋았다며 공유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내가 초라해진다. 다들 언제 그렇게 새로운 기술을 써보는 걸까.
배워야 할 정보가 쏟아진다. 모든 것을 알아야 할 것 같은데 하나도 제대로 아는 게 없다. 바보 같은 생각인 걸 알면서도 남들은 다 하는 걸 나만 못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엄청난 방법이 떠올랐다. 자려고 누워 거의 잠들 때쯤 번뜩이며 떠오른 생각이다. 몇 시간을 머리를 싸매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이건 완벽한 코드다. 블로그에 써도 부끄럽지 않을 멋진 방법이다. 후다닥 책상으로 가서 생각난 방법대로 코드를 수정했다.
흠, 에러가 난다. 뭐가 문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