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경험을 기반으로 한 팩션
"서평을 쓰시네요?"
맥북 모니터에서 내게로 시선을 옮기며 물었다. 내 블로그를 보고 나온 질문이었다.
"네, 책 읽은 걸 가끔 기록해보고 있어요. 그리 깊이 있는 내용은 아닙니다."
살짝 부끄러움을 느끼며 답했다. 면접관은 시선을 프린트된 이력서로 옮기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이력서에 적어둔 내용을 역순으로 읽어가며 질문을 받고 있다. 이번처럼 꼼꼼하게 내 이력을 들여다보는 면접관은 처음이다. 시작할 땐 부담스러울까 싶었지만 내심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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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사 재직 시절 이야기를 좀 해보죠. 어떤 회사였나요? 무슨 일을 하셨죠?"
이력서상에서 내 첫번째 회사였다. 그 전에 6개월 정도 인턴으로 일한 회사가 있지만 망해버린 스타트업이라 굳이 적질 않았다. 그에 비하면 M사는 지금까지도 잘 버티고 있다. 종종 소셜 미디어로 소식을 접하는데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내게 좋은 자양분이 됐다.
"일종의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실현하는 팀이에요. 창작자들이 적은 비용으로 자신의 굿즈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죠."
나는 잘 아는 회사와 서비스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면 살짝 흥분하곤 한다. 말을 빨리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이야기를 마쳤다. 내가 일했던 회사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잘 전달 됐길 바랐다. 어디든 그렇게 일할 사람이란 걸 알아주길 기대했다.
"그렇군요. 저도 이전에 비슷한 일을 한 적이 있죠."
추억을 회상하듯 시선을 창가로 던지며 말을 이었다. 면접관은 자신도 비슷한 일을 했다며 경험을 나눴다. 덕분에 이야기가 통하는 상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이야기를 더 많이 하기 시작했다. 어떤 일을 했으며 왜 그 회사를 떠나 다음 회사로 옮겼는지 그리고 왜 지금 이 자리에 앉게 됐는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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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네요."
이력서를 내려놓고 노트북을 덮으며 말했다.
"듣던 대로 장단점이 분명하신 거 같습니다."
이토록 직설적인 면접관이 있었나. 단점을 구체적으로 말하진 않았으니 직설적이라고 말하기 어려운가 싶다가도 이 정도면 불합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점이 아쉬우셨을까요?"
반쯤 포기한 심정으로 물었다. 눈을 지그시 감는가 싶더니 두 손으로 이력서를 다시 집어 들며 말했다.
"기대만큼 뾰족하지 못하다는 점이랄까요."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단점이었다. 제너럴리스트로 쌓아 온 내 커리어에 대해선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단점을 상쇄할만한 장점으로 어필하면 된다.
"맞습니다. 저도 인지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당차게 단점을 인정하는 모습에 면접관의 눈이 살짝 커진 것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자리에 오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제 전문성을 강화하고 깊이 있는, 뾰족한 역량을 갖춰나갈 기회가 F사에 있다고 생각해 지원한 것입니다."
면접관이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는 걸 느꼈다. 의아한 표정이었다. 조금 더 말을 보탰다.
"제 장점은 F사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력서에 있는 경험을 몇 가지 언급하며 어떤 점이 도움이 될지 설명을 마쳤다. 면접관은 아까처럼 시선을 창가로 던진 채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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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시간 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면접 결과는 메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인사 담당자의 안내를 받고 밖으로 나왔다. 입에서 단내가 나는 것 같다. 긴장한 탓에 허리가 땀으로 축축해져 있었다.
결과가 어찌 됐건 최선을 다한 면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