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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믿 Feb 27. 2024

글로 돈 벌기 쉽지 않구나

세상에 쉬운 일이 있을까

얼떨결에 받게 된 브랜드 스토리 의뢰. 돈도 못 벌 지언정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자. 그 생각뿐이었다. 최선을 다해 길고 자세하게 적어 내렸다. 호기롭게 제출했지만 어림도 없지. 바로 빠꾸를 먹었다. 말이 길단다.


다시 쓰려니 숨이 턱 막혔다. 단순한 요약으로는 클라이언트를 만족시킬 수 없다. 분명 자료는 모두 준비되어 있다고 들었는데. 다시금 살펴보니 모호하기 짝이 없었다. 받은 자료로는 충분치 않았다. 행동을 취해야 했다.


실제 장소를 보면 뭔가가 달라지지 않을까. 매장을 검색해 보니 다행히 대구에 있었다. 대중교통을 타고 갔다 올 만한 거리였다. 양해를 구하고 방문해 질문을 던졌다. 왜 카페를 열고 싶은가. 무언가 답변이 나와서 허겁지겁 받아 적었다. 

나도 모르게 

과거 화단에 대한 향수 

커피를 하루에 한잔 마시고 싶어서

커피를 사랑하던 사람에게 영향을 받음  


그 뒤 충분한 시간을 갖고는 공간을 거닐었다. 여러 각도에서 건물을 들여다 보고, 가만히 앉아서 눈을 감아보기도 했다. 감각을 나의 언어로 만들었다. 사진과 영상까지 찍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내 에세이를 보고 의뢰를 줬을 테니, 내 스타일을 따라 담백하게 풀어냈다. 카페를 오픈하려는 이유까지 엮어냈다.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다.


입구
중정





그렇지. 괜찮을 리가. 


단순히 카페를 묘사하는 걸 원하는 건 아니다. 피상적이다.


이런 피드백을 받았다. 그러고는 블로그 글 링크를 하나 보내주었다. 책을 소개하는 게시글이었다. 제목은 이러했다. ‘브랜드 스토리 10가지 기법’. 살짝 열이 올랐다. 어떻게든 만족시켜 보리라. 바로 책을 구입하고 내용을 정리했다. 거기서 끝내지 않았다. 서로가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상태에서 글을 쓰는 건 비효율적이었다. 방향성을 일치시키는 작업이 필요했다. 정리한 내용을 브랜드에 적용했다.


적용한 파일의 목차



이에 대한 피드백을 요청했다. 언제까지 피드백을 주기로 해놓고는 오지 않았다. 나도 재촉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 주, 두 주, 몇 달이 되었다. 내 능력이 부족했구나. 그렇게만 생각했다. 좋은 경험이라 여겼다. 타인의 글을 쓰는 건 이렇게나 어렵구나.


시간이 흐르자 운영하던 SNS의 흥미도 떨어졌다. 성장도 더뎠고, 채널의 한계를 나 스스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드문드문. 흐지부지. 그렇게 끝날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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