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도동 Mar 05. 2024

[일일일글] 아쉽지만 만족!

이미 난 받은 게 많은걸

어제는 하루가 기분 좋은 의지들로 채워졌던 것 같습니다. 보통 학원에 가야 하는 주중엔 오전 시간에 조금이라도 게으름 부리고 싶은 보상 심리가 생기곤 해요. 그래서 평소보다 조금 더 늦게 일어나려고 하고, 비어 있는 시간엔 틈틈이 게임도 해요. 왠지 학원 가기 전엔 힘들게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더라고요. 이 게르음의 원인을 알았습니다. 운동을 땀나게 하지 않아서..!

 한동안 아침에 공복으로 웨이트를 하던 때 가장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 당시는 균형이라는 걸 모르던 시절이라 몸을 망치긴 했지만, 그때만 생각하면 벅찹니다. 내가 태어나서 그렇게 열심히 살다니-하고요. 그래서 다시 땀이 날 정도로 저를 몰아붙이는 운동을 했습니다. 스쿼트 30개 5세트 그런 거 말고,  1세트에 100개 풀 스쾃로 해버리는 거요. 생각보다 저중량 고반복 운동이 힘든 것 아시나요? 무거운 바벨을 얹고 5개를 하는 건, 곧 끝나겠다는 희망이 있거든요? 그러나 100개는 끝이 안 보여요. 게다가 할수록 제 몸의 무게도 느껴지기 시작해서 정신력 싸움이 됩니다. 바로 뒤 이어 버피도 100개를 해버립니다. 땀이 나고 미칠 것 같은 때에 운동이 끝이 났고, 처음으로 홈트레이닝에서 뿌듯함을 느꼈어요. 그러다 보니 식사도 정성껏 요리해서 먹고, 등하원 길에서도 열심히 소설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오늘 흘린 땀과 인내심으로 시작한 하루를 잘 마무리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이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학원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저에게 선물을 하고 싶어 졌어요. 매일 저는 을지로입구역에서 내려서 명동에 애플 매장 앞에서 버스를 타거든요. 나가는 길엔 한 묶음에 5천 원 하는 꽃다발이 있었어요. 그게 생각이 나서 오늘은 사가야겠다 생각했죠. 언제나처럼 꽃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제는 저 같은 사람이 많았었나 봐요. 텅텅 비었더라고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무조건 보상을 원하던 제가 어젠 아쉽긴 했지만, 그렇다고 하루 마무리가 아쉽다며 다른 보상을 찾아 헤매지 않았다는 거요. 저는 억지로 열심히 하면 무조건 보상을 해야 했거든요. 그게 항상 술이든, 옷이든 물질적인 것을 가져야만 했어요. 그런데 어제는 아니더라고요. 건강 이슈로 인한 휴식이 게으름이 되어갈 때 즈음 이 고리를 끊어낸 나 자신이 보상이더라고요. 그래서 어제는 집에 와서 바로 자는 게 아니라 인스타툰 콘티를 짜고, 러프 스케치까지 한 후 잤답니다. 자기 전엔 오늘까지 기대가 되더라고요. 역시 사람은 규칙적인 생활과 휴식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성취를 해야만 비로소 제정신은 쉴 수 있으니까요.


작가의 이전글 [일일일글] 참을 수 없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