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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도동 Mar 04. 2024

[일일일글] 참을 수 없는

부모님도 나도 그들의 간섭을 참을 수 없다.

저번에 제가 자주 변한다는 말을 했었죠. 이번 주말처럼 쉬는 시간이 많이 주어지면 제 방에도 변화가 찾아옵니다. 저는 정리하는 게 좋아요. 그래서 주중엔 머릿속으로 방 구조를 요리조리 바꿔보다가 주말이 되면 혼자 바꿉니다. 그런데 저 혼자 바꾸는 건데도 간섭이 들어와서 그 부분이 조금 힘이 듭니다. 역시 나이가 들면 본가에 들어와서는 안 되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저희 아빠는 무관심한 사람치고 입대는 건 참 잘하시거든요. 그것처럼 엄마는 눈을 댑니다. 두 분이서 눈과 입으로 참견을 하기 시작하면 저는 다 큰 성인인데도 갑자기 자유 없이 속박된 기분을 느낍니다. 그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아 오히려 더 발버둥 치다 보니 가만히 있지 못해서 변화를 좋아하는 걸지도요.

  근래에는 부모님에 대한 글을 많이 썼던 것 같습니다. 제 성장 배경에서 경제력은 나쁘지는 않았기 때문에 다행히 어릴 때부터 대학생 때까지는 매체들에 가장 많이 보이는 소위 중산층 아이들이 주변에 많았습니다. 그런 아이들의 특징은 가정이 상대적으로 무난하다는 것입니다. 각자의 집안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가 가지고 싶던 일상이라 그런지 듣는 것만으로도 재밌었어요. 하도 바람을 피워서  상간녀만 20명이 넘는다던지, 테니스 동호회에서 만난 사람들과 노래방에 가서 여자 끼고 논다고 매일 아침에 잠깐 볼 수 있는 아빠가 아니라, 주말 아침 우유를 마셔라, 안 마시겠다 실랑이를 벌여서 스트레스라는 말을 하는 게 어떻게 행복하지 않을 수 있냐는 말입니다. 샤워할 때나 볼일을 볼 때처럼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상황에서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서 머리채를 잡고 때리고 욕하는 엄마가 아니라, 여자애니까 상의 안에 메리야스(어릴 때 우리 동네에선 러닝을 그렇게 불렀습니다.)를 입으리란 걸로 엄마랑 말다툼을 했다는 것도 신기했고요. 사실 그때도 우리 부모님도 저희를 데리고 주말 나들이도 자주 갔고, 기분이 좋을 땐 성격이 정말 좋은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다만 그 격차가 너무나도 커서, 어릴 때부터 왠지 모를 압박감을 많이 느끼긴 했습니다.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보다 그들의 기분에 따라 집안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으니까요.

 방 정리하는 주말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제가 항상 뭔가를 하고 있으면 우리 가족 안에서는 조금 유별나보이 긴 합니다. 부모님과 동생은 쉬는 날 취미도 없이 그냥 계속 누워있고, 밥 먹고, 치우고, 비는 시간엔 다시 티브이를 봅니다. 저는 혼자 글도 쓰고, 도마뱀 집 구조도 바꿔보고, 나가서 꽃도 사 옵니다. 이번 주말엔 방을 바꿨고요. 그럼 아빠가 입을 댑니다. 또 바꿔? 그럼 저는 그동안 들어왔던 지긋지긋한 나레이션이 반복될까 얼른 짜증이 먼저 나갑니다. 내가 도와 달랬어? 내 방 내가 혼자 바꾸는 거니까 신경 끄라고요. 아주 톡- 쏘아댑니다. 다음 말이 날 또 옥죄지 못하도록 아빠의 입을 아주 막아버릴 심산으로요. 싸우자는 게 아니라, 그 입이 한 번 열릴 때마다 나를 제한하는 게 싫어서 미리 막고 싶어서 내는 짜증입니다. 엄마의 눈도 간섭을 시작합니다. 적어도 대외적으로 엄마는, 기분이 좋을 땐 좋은 엄마 역할을 자처하는 분이라, 아빠처럼 간섭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미 눈이 또륵 또륵 내 방 구석구석으로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고양이들 때문에 열렸던 제 방문이 부모님 때문에 이 나이에 닫혀 있는 것도 스스로 웃기긴 하지만요, 이젠 뭔가 맞서 대응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번엔 조금 쉬면서 여유롭게 제가 원하는 걸 찾은 다음 떠나려 했는데. 아무래도 이번에도 다시 급하게 일을 알아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아 쓰고 나니 조금 헛헛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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