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가장 여린 마음씨를 가진 우리 엄마
오늘 아침 저의 첫째 고양이 구름 이의 오른쪽 등에 꽤나 큰 멍울이 잡혀 병원에 가느라 하루 일과 끝에 글을 쓰네요. 오늘은 인스타툰으로 작업한 내용이었던 엄마와 천혜향에 대한 에피소드를 풀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인스타는 밝기만 한 내용으로, 브런치는 상당히 시니컬하고도 당장의 감정에 가득 찬 생각들로 채워나가고 있었는데요. 오늘은 교집합 주제가 되었네요. 그래서 표지도 제가 그린 인스타툰 표지를 넣어봤습니다. 여기서 귀여운 걸 보여주려니 약간 민망해지네요.
요즘 저는 가족에 대해 느끼는 굉장한 스트레스를 장작 삼아 글 창작을 하고 있었습니다. 가족과 사이가 좋을 순간엔 제 글이 떠오르면서 스스로 괴로워져 요즘 아예 가족들과의 관계를 차단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이 보일 때면 저희 엄마는 귀신같이 그걸 눈치채시곤 합니다. 이번에도 들켰습니다. 그럴 때 엄마는 정말 부드러워지고 저에게 다가올 때 한없이 섬세해집니다. 조금이라도 거부할 수 없게요. 그럴 때면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떠오르며 이제까지 엄마의 모습을 용서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천혜향을 먹으며 저는 엄마를 또 용서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보통 음식을 한 번에 다 먹지 않는 편입니다. 그래서 한 가지 음식을 두 끼나 세끼, 또는 며칠에 걸쳐 나누어 먹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일주일간 제가 먹을 음식의 종류와 양, 먹는 시간이 대략 정해져 있습니다. 엄마가 천혜향을 사 오셨더라고요. 귤보다 큰 과일은 특히나 나누어 먹습니다. 그날도 저는 천혜향을 정성스레 까서 (제가 먹을 것이니 하얀 줄기 같은 것들도 열심히 떼어냈습니다.) 반절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남은 반절은 학원 갈 때 가져가서 점심 겸 간식으로 먹을 생각이었죠. 그래서 엄마와 동생이 말하고 있는 앞에 반절자리 천혜향과 가만 앉아 있었습니다. 대화가 마칠 즈음 자리에서 일어나니 엄마가 말씀하시더라고요. 열심히 깠는데, 우리가 말한다고 안 먹어서 속상해? 왜 그냥 가져가? 아마 엄마는 제가 남들이 먹길 기다리다가 안 먹으니 버리려고 자리에서 일어난 줄 아셨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 질문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꽤 귀엽고 엄마다운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열심히 깐 거랑 남들이 안 먹는 거랑 무슨 상관이길래 속상하다고 생각하신 건지요. 엄마는 항상 그랬습니다. 가족들과 싸워도 항상 밥은 차려주었습니다. 뭐든 항상 나누어 먹을 생각부터 하셨고요. 한번에 다 못 먹으니 나중에 내가 먹자는 생각만 하던 제가 정이 없는 것 같다고 느껴졌습니다. 꽤나 폭력적인 엄마였지만, 동시에 그런 엄마는 너무 정이 많고 남들의 표정과 분위기 변화에 민감합니다. 그래서 섬세하게 잘 챙겨줍니다. 엄마가 없는 우리 가족은 항상 각자도생, 개인주의입니다. 모든 시간을 따로 보냅니다. 그런데 여기에 엄마 한 명만 들어오면 엄청 끈끈해집니다. 그날 저는 천혜향에서 엄마의 정스러움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