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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도동 Mar 12. 2024

[일일일글] 치유의 집

아파서 조퇴하고 돌아온 집에서 나는 너무나도 정상인

 저번 주부터 타오르던 열정이 이번 주에도 식지 않아서, 무리를 했더니 역시나 탈이 났습니다. 오늘도 수업은 2시 30분에 시작하지만, 9시 반에 집을 나서 11시 반에 합정역에 도착, 학원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에 가서 다음 주에 업로드할 인스타툰 콘티를 짜고 있었습니다. 안 그래도 목이 좀 칼칼하고, 눈이 뻑뻑하고, 머리가 띵-하더니 결국 일어나다가 저혈압으로 눈앞이 깜깜해져 넘어질 뻔했어요. 결국은 그래, 오늘은 쉬자는 생각으로 학원에 말하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도대체 회사는 어떻게 다녔지 생각하다가, 아, 그때도 눈이 새 빨개져서 건망증까지 생겼지-하고 추억합니다.

 집으로 오는 길, 을지로입구역 역사 내부에 있는 작은 꽃집에서는 매일 프리지아를 한가득 가져다 놓습니다. 프리지아는 물에 꽂아 놓아도 꽤 오래가고, 냄새도 좋고, 시든 꽃잎이 주변을 어지르지도 않아서 장식하기에 적합합니다. 그래서 오늘에서야 처음 꽃을 샀습니다. 항상 노란 프리지아를 샀으니 이번엔 자줏빛을 사봤어요. 컨디션은 나빴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2시간 동안 버스 안에서 꽃 덕에 꽤 상쾌한 기분으로 집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린 후 내과에 방문했습니다. 오늘 컨디션이 좋지 못한 건 요즘 잠을 못 자서-라고 생각했거든요. 약에 의지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생리도 약으로 조절하고 있어서 하나 더 얹는 게 문제가 되진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약을 처방받고 돌아오는 길이 꽤 쌀쌀했습니다. 한두 방울씩 비도 내리는 중이었습니다. 이 기분 나쁜 축축한 추위를 피해 얼른 집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에 점점 빨리 걸었습니다. 명치 안쪽으로 찬 공기가 오고 가는 동안 기도가 점점 따끔해질때 즈음 집 앞에 도착했습니다.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만큼 긴장이 풀리는 공간은 없는 것 같습니다. 드디어 집에 와서는, 꽃부터 꽃아 넣고 이른 저녁을 먹습니다. 오늘은 나쁜 컨디션 때문이라는 변명으로 과식을 해버렸습니다. (얼려놓았던 연세우유 크림빵까지 먹었거든요..) 긴장이 풀리니 알았습니다. 몸 여기저기가 아픈 건 그저 밖에서 긴장해서 그런 거였다는 걸요. 항상 집에 오고 나면 밖에 있을 때보단 덜 아픈 것 같습니다. 그래도 미칠 듯이 피곤한 건 여전하더라고요. 오늘은 무리하지 말고 푹 쉬어야겠습니다. 


 오늘 날씨가 좋지 못하더라고요. 다들 오늘은 밖에서는 꼭 필요한 일정만 서둘러 마치고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 긴장은 툭 놓고 쉬시길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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