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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도동 Mar 11. 2024

[일일일글] 목표 있는 배움

사랑하는 너를 위해 내가 뭘 못하니..!

 이번 주 새로운 월요일을 맞이해서 어떤 소소한 일을 하면 좋을까 하다가 일본어를 배우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어제는 잠시 백화점에 있는 서점에 들러서 일본어 책을 샀어요. 저는 책을 고르는 데에, 귀엽고 심플한 게 딱입니다. 귀여워야 보기 좋아 계속 볼 수 있어요. 군더더기 없어야 그나마 있는 집중력을 한 곳에 부을 수 있고요. 그래서 골라온 책들로 오늘 아침에 공부를 했습니다. 음, 공부를 시작하게 된 이유를 말하자면 정말 여러 가지 있지만, 쓰다 보니 생각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고양이. 

 저희 고양이 구름 이가 아프거든요. 아직 정확한 검사를 하기 전, 혹시 모를 가능성으로 약을 일주일 치 처방받아 온 상태입니다. 구 룸 이가 밥을 먹고 있어서 등을 쓰다듬는데, 등에 엄청난 혹이 있더라고요. 지방종일까, 아님 혹시.. 최악의 상황까지 상상하니 학원이고 뭐고 일단 들춰메고 병원부터 갔죠.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제 구글과 유튜브 검색 목록에는 고양이 종양, 지방종, 고양이 혹, 수면마취 등 구름이가 겪을 수 있는 모든 상황들을 키워드로 검색해 본 흔적이 가득합니다. 다행히 약을 먹이면서 혹이 작아지긴 했지만, 이번 주 수요일에 재진 할 땐 조직검사를 할 예정이라 조금 떨립니다. 


 그런데 일본어를 배우는 것과 고양이가 아픈 게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물어보신다면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로켓단 대사..) 아무튼 그 이유는, 자주 보던 고양이 유튜브 채널인 <(전 크림히어로즈) 크집사>에 나오는 언니 고양이 티티가 일본에 가서 연구 중인 약을 처방받고 치료를 받은 영상을 봤기 때문입니다. 사실 한국어 하나만 해도 일상을 사는 데 지장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외국어를 배워두면, 티티처럼 일본에 가서 완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할 수 있는 말이 많아지고, 아는 게 많아질수록 내가 내 삶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정확히는 가능성의 수치를 조절할 수 있고, 조금 더 다양한 기회들을 맞이할 수 있을 겁니다. 

 만약 우리 구름 이도 일본에서만 받을 수 있는 치료가 있다면? 그렇다면 기꺼이 일본어를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이나 가볼까 하고 사두었던 책들은 처박아놓고서 고양이를 위해서는 아침에 일어나서 강의를 듣고 책을 읽는 게 이렇게 알찬 시간이 될 수 있다니. 정 없다고 생각했던 제가 다른 존재를 위해서 이렇게 행동할 수 있다는 걸 발견한 월요일이었습니다. 얼마나 오래 갈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번 한 주동 안은 열심히 해보려고요. 다들 다른 존재를 위해 노력해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얼마나 열심히 하셨는지 알 순 없지만, 시도 자체부터 값진 경험이고, 시도한다는 것부터 정말 멋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다들 이번 한 주도 사랑하는 이들과 행복하게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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