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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도동 Apr 01. 2024

[일일일글] 넘어감의 미학

비난의 화살을 쏘는 것보단 그냥 지나치는 게 아름다울지도

 친구들끼리 장난식으로 쓰는 짤이 있습니다. "말하기 전에 생각했나요?" 우리끼리 소위 "빻은 말"이라고 해서, 일반적인 삶을 살았다면 나올 수 없는 말을 한 친구들에게 놀리듯이 깜짝 놀라는 척과 함께 보내곤 했습니다. 귀여운 만화 그림에 동그란 글자로 가려져 있지만, 꽤나 뼈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네가 방금 되게 생각 없이 말했어-라고 대놓고 지적하는 것이니까요. (개인적으로 타인의 지능을 이슈화하는 것이 가장 수치스럽게 만든다 생각이 들어서일지도요.)

 이 지적을 장난식으로라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아마도 생각 없이 말해서 남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 많아서일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보통 이런 정도의 말은 친구들끼리 장난치다가 또래 친구치고는 꽤나 편협한 생각을 가졌을 때 하곤 합니다만, 지적이라는 걸 우리는 살면서 생각 없이 많이 하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어쩔 때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을 함부로 평가하고 비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다음에 유행했던 한 마디가 참 좋았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

 

 요즘 연예계에서 특히 다양한 이슈들이 많았는데, 특히나 개인적으로는 배우 한소희 씨가 타인 평가의 희생자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법적으로든 도덕적으로든, 아니면 사회적 관념에서 벗어난 행동을 했든. 그 어떤 기준을 벗어난 언행을 한 사람이 공인(사실 연예인이 공인이냐 아니냐고 말들이 많긴 하지만요.)이라면 대중들은 그 기준의 각도기를 더 세밀하게 들이밀고 날카로운 지적을 합니다. 어쩔 때 보면 그 말들이 단순한 비난인지 구분도 잘 안 가기도 합니다. 수많은 댓글들을 살펴보면, 각자의 말들은 나름의 일리가 있습니다. 생각이 짧고 감정 조절을 잘 못하고 성급하다-라는 것을 시작으로 그러면 안 됐었고, 공인으로서 잘못된 행동이라고 말을 합니다. 논리적으로는 잘못된 것이 없죠. 하지만 과연 내가 함부로 남을 평가할 사람이 되는지부터 내 말이 들리기 전에, 그리고 내 글이 보이기 전에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단순한 악플은 제외하더라도 과연, 내가 한소희 배우뿐 아니라 모든 타인들에게 지적을 할 만한 위인인지 살펴봄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말하고 싶었던 건, 어떤 사람이 "잘못"이라고 정의된 행동을 했으니, 그 사람은 욕을 먹어도 된다는 "낙인"을 찍어서 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비난을 "조언"으로 포장한 건 아닌지, 아니면 돈을 많이 버니까 그 정도 욕은 먹어도 되는 것 아니냐는 값싼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할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나에게 더 각박한 것도 피곤한 일이지만, 나에겐 대중없고, 남에겐 엄격한 것 또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그 엄격한 기준을 사회에 들이밀기 시작하면 그 각도는 갈리고 갈려 뾰족해진 끝이 나에게도 돌아올 것이니까요. 그때 듣는 "조언"이 과연 진짜 나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인지 아닌지는 그때의 청자만이 뼈저리게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우리 모두 미완성의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백세 시대에 100년이라는 너무 긴 시간 동안 예측 불허의 삶 속에서 항상 나를 완벽하게 통제하며 살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할까요? 다들 감정이라는 게 있고, 예상치 못한 상황들을 만나며 살아갑니다. 그 안에서 실수도 하고, 그러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거죠. 그 사실 하나면 된 거 아닐까요? 다들 나아지고 있는 거라고. 비난하지 말고 지나치고 지켜봐 주면 안 되는 것인지 요즘 그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누군가 실수를 했다면, 그 실수가 크더라도 어쩌면 무심한 말 한마디 정도로도 그 사람이 자신의 실수를 인지할 수 있을 정도만 도와주고 그대로 지나치는 것이 관용적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들 둥글게 둥글게 굴러다니듯 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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