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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도동 Apr 07. 2024

[일일일글] 규칙

같이 사는 살마보다 혼자 사는 사람이 의지적으로 살기 쉽다.

 오랜만에 다시 돌아온 글쓰기 시간. 나에겐 메인 업무(?)가 아니다 보니 요즘처럼 바쁜 날엔 시간이 날 때에만 브런치에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선 뭔가 점잖고, 차분한 모습을 보여야만 할 것 같아서 괜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들어오는 것 같기도 하고요. 서론은 이쯤 하고, 오늘은 규칙에 대해서 생각해 봤습니다. 저는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한 가지 목표가 생기면, 열정적으로 하지는 못하더라도 꾸준하게 노력해서 중박 이상은 치는 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독하지는 못해서 그런지 주변 상황에 잘 휩쓸립니다. 누군가 이벤트가 있어서 만나자거나 도움을 요청한다거나 하면 제 일정이 틀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번개 모임을 자주 하는 친구들과는 멀어졌네요. 그래서 제 삶이 참 편해졌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내 목표를 향해 달리기 위해 내가 준비한 시나리오를 망치는 사람이 없어서 마음이 더 편안합니다. (내 계획을 망치는 친구들아, 너희는 내가 계획이 틀어지면 얼마나 스트레스받는지 몰라..) 그런데 가족들이랑 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엄마는 기분파입니다. 그리고 본인이 삘을 받으면 야식을 사 오고, 술도 사 옵니다. 그리고는 기분이 한껏 하이 해진 채로 자기가 이거 저거 사 왔다며 칭찬을 바라는 아이처럼 쳐다봅니다. 거기에 호응해주지 않으면 그 순간을 기점으로 엄마의 기분은 고점을 찍고 내려오는 주식처럼 파란 세상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가족들과 함께 하면서 몸무게가 많이 늘어 요즘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제가 자취를 할 시절엔 제 생활이 컨트롤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때는 조금 극단적으로 다이어트를 해서 세 달 동안 75Kg에서 50Kg까지 뻈었죠. 그 당시는 제가 음식을 안 먹는다고 해서 정신병에 걸렸다는 사람도 없고, 다이어트식을 먹는다고 유별나다고 하는, 한 마디씩 얹어서 사람 기분 망치는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렇게 살을 뺄 수 있었죠. 저는 의지가 굉장히 약한 편이거든요. 그런데도 제가 혼자 살면서 살을 저렇게 뺐다는 것 자체는, 바꿔 말하면 의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만큼 주변 사람의 영향도 적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어떤 일을 할 때는 내 일을 방해할 주변사람이 없는지부터 살피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주변에 조력자가 있거나 없더라도 자신을 방해하는 사람들과 멀어져서 외로움과 투쟁하며 성공을 거머쥔 사람들의 이야기를 흔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은 정서적인 관계로는 좋을지 모르나 성취에 있어서는 내 의지를 약하게 만드는 존재일 수 있지 않나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세상을 짧게나마 살아보니, 생각보다 주변 사람은 정말 중요합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까지는 부산에서 살고, 대학 입학 후부터는 동탄에서 살았거든요. 생각보다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서 그런지 사람들의 차이도 큽니다. 부산은 부자가 공무원과 의사, 중소건설사 사장 정도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지역에 비해 사람들의 생각이 좁은 편이긴 합니다. 동탄에 올라오고 대학에 가 보니, 부모님의 직업도 다양하고 개성 있는 사람들도 넘쳐났습니다. 그때 저는 부모님 직업이 국회의원도 있고, 디자이너도 있구나, 중년이 넘어서도 스튜어디스를 하는 어머니가 있구나, 하며 한동안 새로운 문명을 만난 듯 영향을 참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의 부모님 직업을 들으면서 나도 늙어서까지 디자이너를 할 수 있구나, 생각보다 사업이라는 건 크게 벌어진 않아도, 회사원처럼 먹고살 수 있는 직업이라는 깨달음이요.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을 배울 때 주변에 사람이 많다는 건 행운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을 할 때는 타인의 참견과 조언은 잠시 귀를 막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주변 사람들의 말 중에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 봐야 아냐"라는 말이 참 이해가 안 됩니다. 네, 찍어 먹어봐야 압니다. 아무도 미래를 알 수 없는데, 어떻게 될 줄 알고, 시작도 말라는 겁니까? 설령 똥을 찍어먹어 보면, 말만 하는 남들보단 똥과 된장을 더 잘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긴 하잖습니까.(약간 말장난 같긴 하네요.) 아무튼 세상 모든 일은 경험하면 깨달음이 따라온다 생각합니다. 그러니 내 의지를 꺾는 누군가가 있다면, 잠시 멀어져도 좋을 것 같다는 게 오늘의 깨달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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