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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구 moon gu Mar 09. 2023

왜 버리지 못할까?

전선들의 무덤

10년간 5번의 이사를 다녔다. 매번 거대한 양의 쓰레기를 버리고 버리고 또 버렸다. 신기하게도 아무리 많이 버려도 집안은 금세 원래 있던 양으로 빠르게 늘어났다.


베란다 서랍에서 커다란 비닐봉지를 발견했다. 그 속에는 전선과 코드들이 잔뜩 들어있다. 이것도 필요 없는 것, 오래되어 쓸 수 없는 건 버리고 버려서 추려낸 것들이다. 이 커다란 봉지를 1년만 보관하고 한 번도 쓰지 않는다면 꼭 버릴 테다 결심했던 생각이 난다.


실제로 사용하는 가전제품에겐 다 짝이 맞는 코드가 있다. 이 봉투에 들어있는 전선들은 최소 3년간 사용한 적이 없는 것 들이다.  그렇다면 이것들은 버려도 되는 것이며 앞으로도 내가 꺼내쓸 수 없는 것들이 분명하다.  고민을 하다가 조용히 봉투를 닫아서 제자리에 넣는다.


나는 왜 이 전선들을 버리지 못하는 걸까?


어떤 물건의 짝이었는지 찾는다면 차리리 버리기 쉬울 텐데 연결되지 못하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모양새가 왠지 안쓰럽다.(왜 전선 따위에 그런 감정이입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다)

 비닐봉지 입구를 잘 묶어서 있던 자리에 넣어둔다.


눈에 불을 켜고 비울거리를 찾고 있었는데 전선이 가득 든 비닐봉지를 또 외면하는 내가 참 못 마땅하다.


(브런치에서 자꾸 알림이 온다. 글쓰기를 게을리하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네, 전 게으름뱅이입니다.

요즘 브런치 작가님들의 재미난 글들을 읽느라 정작 내 글쓰기는 소홀했다. 반성의 의미로 서랍에서 글을 하나 발행해 본다. 다음번 독촉? 알림이 오기 전까지는 게으름 부려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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