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되풀이되는 것.
3년 전까지 외동이었던 1호의 어린이 시절
달팽이를 키운 적이 있었다.
곤충에 관심이 많던 아들과 장수풍뎅이 한쌍으로 시작해서 백 마리에 가까운 애벌레를 분양 보냈으며 달팽이 한쌍으로 수백 마리의 아기달팽이를 돌본적이 있었다. 처음에 알이 부화하는 게 신기해서 낳는 족족 지극정성으로 키우다 보니 어느새 백 마리에 가깝게 애벌레를 돌보았다. 뭣도 모르고 부화시킨 그 작은 생명들의 입양처를 찾느라 그때 참 고생했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결국에는 너무 많았던 애벌레를 상수리나무 근처로 보내주기 위해서 산을 헤집고 다녔었다.장수풍뎅이와 달팽이를 잠깐씩 즐겁게 보는 건 아이의 몫이었고 먹이고 똥 치우고 씻기고 사육통 정리는 모두 다 내 몫이었다.
(내가 다시는 이 짓을 또 하나 봐라, 절대 다신 안 해
속으로 씩씩거리며 날파리 꼬이는 여름날에 숨을 참고
사육통을 씻어냈었지..)
늦둥이 2호는 고집도 대단하고 성정도 대단타.
순둥순둥했던 1호와는 비교불가.
체감상 1대 1000 정도의 대단한 위력을 지닌 극대노 스타일의 아기이다.
요즘 그 아기가 달팽이 노래를 부른다.
그 짧은 인생살이에서 달팽이를 어떻게 안다고
"다팽이, 다팽이야, 어디 있니?"
밤낮으로 달팽이를 보러 가자고 노래를 부른다
육아 경력 13년 차+다시 시작된 3년 차..
이 정도 경력이면 사회에서는 배테랑, 프로라고 불리었겠지?
프로 중에 프로여야 하는 나는 달팽이 사육을 자꾸 검색한다.(멈춰, 그 손꾸락 당장 멈춰. 장바구니 비워)
2호님이 기뻐하실 생각에 자꾸 귀여운 아기 달팽이를 찾아본다.
인간이 망각의 동물인 것은 내 잘못이 아닌 것임을.
사실 몇 번이나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비웠다가 한 달 넘게 고민에 고민을 했다.
여름날 비릿했던 사육통의 냄새와 주먹만큼 커진 달팽이가 무시무시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제발 정신차려,그때의 다짐을 잊은거야?
어서 와, 아기 달팽이야
2호님이 얼마나 좋아하실까?
난 그저 극대노 아기님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힘없는 엄마일 뿐이다.
가련하고 미련한 나 같으니라고.. 눈물이 난다.
우리 집엔 10년 만에 다시금 달팽이 사육통이 생겼고 새 친구는 낮에는 자고 밤에 나오는 통에 얼굴을 보기 힘들다. 웃긴 건 아기는 달팽이가 무섭다고 근처에도 못 가고 사춘기 1호가 더 재미있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