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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myselfolive Aug 16. 2020

시간, 그 안의 나를 챙기는 작은 습관

삼배속의 속도로 사는 나를 위한 일정 관리 습관

시간, 누구나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그것. 

인사이드 빌게이츠 다큐멘터리는 수회씩 다시 보며, 볼때마다, 그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표현하고 싶게 만든다. 

그 중에서도, 이번에 볼 때는 여러 대목 중에 그의 비서 로렌이 그의 생각주간 책들을 챙기면서 했던 한마디에 꽂혔다.


"He is on time to the minute every single meeting without fail. Time is the one commodity that he can't buy more of. It's a limited resource. It's finite. He's got the same 24 hours in a day that rest of us have."

그는 모든 미팅에 분까지 딱 맞추며 정각에 도착합니다. 한번도 어기는 적이 없을 정도입니다. 시간은 그가 유일하게 사지 못하는 유일한 상품입니다. 그에게도 똑같이 매우 제한적인 자원이며, 유한한 것인 셈이죠. 우리 모두와 마찬가지로 그에게도 24시간만이 주어집니다.


우리 모두에게 공평한 24시간. 그의 24시간에 덧대어 나의 24시간을 들여다본다. 

누구에게나 시간을 살아가는 질량이 존재한다. 그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가, 나에게는 그 사람에 대한 질적인 평가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시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것을 잘, 운영하는 것

고3시절, 성적이 뚝 떨어졌던 여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정말 치열하게 고민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 내게 주어진 것이라고는 '시간' 외에는 다른 그 어떤 것도 없던 시절이었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란, 모두에게 주어진 그 같은 '시간'을 어떻게 '더', '잘' 보내는가였다. 시간표를 십분단위로 짜고, 하루에 15시간 이상을 공부하겠다는 몹시도 거창한 시간 계획표를 두고, 스스로도 '정말 지킬 수 있다고?' 하며 물음표 백개를 던졌던 여름방학의 시작이었다. 그 해 여름을, 나는 내가 기억하는 한 나의 인생의 처음으로 '시간표대로 살았던 하루'를 쌓아갔다. 하루를 그리 하니, 다음날 그리 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고, 그 이틀이 쌓이니, 여름방학 전체를 그렇게 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시간표 계획을 그대로 지키는 하루'

그것 하나가 가져온 나의 결과는 실로, 스스로를 칭찬할 그런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는 무언가 어려운 일이 주어지면, 시간표를 단단히 짜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나의 해결책 중 하나가 되었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나의 시.간.'

시, 분단위의 모든 시간이 내가 스스로 제대로 쥐고 있지 않으면 어느샌가 손가락 사이로 모두 빠져나가는 것만 같던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내가 컨트롤하는 시간이 아니라, 남에 의해 조종되는 듯한 시간들만이 가득했던 어느 일주일도 있었고, 그런 일년도 존재했다. 일주일 순삭은 말할것도 없이, 일년 순삭의 속도전이 연속이던 이십대였다. 조금 버텨서, 삼십대가 되고 조금 더 어른이 되면 다 해결되는 줄 알았다.


삼십대가 되니, 회의가 늘어났다. 출장이 늘어났다. 돈을 벌게 되니,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아졌다. 배워야 하는 것들이 늘어갔다. 배우고 싶은 것들도 덩달아 많아졌다. 매일의 밤이 아쉽고 아쉬워, 새벽까지 떠들던 그 삼십대의 내가 존재한다. 


서른의 중반, 아이를 낳았다. 상상하지 못했던 시간들이 내 하루의 큰 부분에 무게를 실었다. 나의 해결책이 필요했다. 엄청난 노력으로 나의 하루의, 나의 일주일의, 나의 일년의 리듬을 만들어갔다. 출근과 퇴근, 그리고 아이와의 저녁 시간, 늦은 밤 못 다 채운 낮 시간의 공백을 메꾸는 시간, 그리고나서야 생기는 작은 조각같은 나를 위한 시간. 


그 때 부터 일분이, 한시간이, 하루가 나의 그 어느 시절과 비교해도, 다른 누구와 비교해서도, 각자 서로 다른 무게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시간을 줄이자는 것이 목표였고, 최대한 많은 시간들을 내가 의지한 대로 흐를 수 있게 해야겠다는 것이 나의 다짐이었다.


사십이 되면서, 나는 나의 시간이 단지 나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시간에도 영향을 미치는 순간들을 살고 있다. 그래서, 더욱 최선을 다해 시간을 운영한다. 

하루, 일주일, 일년의 스케쥴을 잘 관리하는 것을 넘어서, 일과 휴식의 완급 조절과 가족을 위한 시간, 친구들을 위한 시간, 나를 위한 시간, 또는 어느 공동체를 위한 시간 등, 유한한 이 자원으로 해야하고, 하고 싶은 일들이 가득한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것. 


그 엄청난 것을 해내는 나에게 필요한 습관들이 존재했다.


'시간 운영자'로서의 올리부의 운영 규칙

1. 미팅 등, 일과 관련된 Worklife 는 철저히 일정표에 따라 움직인다.

2. 당일 요청 미팅과 만남들은 거의 수락하지 않는다 / 수락할 수가 없다.

3. 일정 앱은 수십개를 써봤지만, 아무래도 일의 일정들이 많기 때문인지, outlook에 연동된 캘린더를 쓰는 것으로 안착되었다. 

4. 일주일에 하루는 반드시 재택근무를 한다. (지금은 매일 재택 근무이고, 일주일에 하루 정도, 외부 일정을 소화한다.)

5. 저녁 일정은, 일주일에 2일은 야근을 포함한 나의 일정, 주말을 포함하여 4일은 가족 일정, 1일은 유연하게 적용하기.

6. 점심 일정은, 일주일에 1일은 반드시 팀런치 (재택근무 장기화로 가장 그리운 팀런치 시간), 2일은 운동, 그리고 2일은 선착순 요청 일정, 주말은 그녀와 함께 하는 일정만 하기.

7. 큰 프로젝트가 있을 때에는 적어도 3개월 이상 준비를 시작한다. 마지막 2주는 완벽한 프로젝트 집중 시간, 다른 모든 것으로부터 이 시간을 철저하게 확보해놓는다.

8. 큰 프로젝트 이후, 반드시 9일 이상의 휴식기를 갖으며 그녀와 함께 하는 먼거리 여행으로 24시간 그녀와 붙어있기, 나를 온전히 챙기기, 일로부터의 디톡스 시간을 갖는다. 

9. 일년에 몇번 나의 사람들과의 리추얼 시간들을 갖는다. 똥강아지들과의 사진찍기 날, 가족전체 모임의 날, 사적인 친구들과의 특별한 시간 등.

10. 계획하고, 계획하고, 계획하며, 돌아보고, 돌아보고, 돌아본다. 


시간 균형 관리를 시각화하기

시간 관리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발란스이다. 어느 균형이면 되겠는가를 감각적으로 느끼는 것, 그래서 그 균형을 시각화하는 것이 내게는 중요하다.

얼마전부터 사용하는 스케쥴러 덕분에 이 관리가 즐거워졌다.


1. 아웃룩 앱을 통해 일정을 기록한다.

2. 주말에는 다음 일주일, 더 나아가서는 한달간의 일정들을 들여다보며, 하일라이트한다.

3. 한달에 한번 정도는 3개월 이상의 일정들을 들여다보며 시간의 블럭들의 균형을 들여다본다.


회사가 부분적으로 사무실을 오픈하면서, 사무실 가는 날짜들을 정리하면서 10월의 일정까지 쭉 정리해나가다 문득, 시간 정리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시작했다.


나만의 리듬을 알아내는 것, 그 리듬을 만들어내는 것, 리듬의 조각을 유지하는 것, 그리고 리듬의 조각들이 아름다운 음악이 되기까지의 모든 순간.

좀처럼 잘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무너질 수도 있다고 스스로에게 토닥여보아도, 나는 무너질 수 없는 이유가 나에 대한 위로의 필요보다 훨씬 많다. 그래서, 당분간은 무너지지 않는 내가 되기 위한 더 숱한 작은 노력들을 놓치지 않고 하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나의 리듬을 만들고 지키는 것.

오랜 시간동안 해왔던 이런 것들이, 뉴노멀의 시대에 오면서 훨씬 더 절실해졌다. 

일의 리듬, 쉼의 리듬, 습득의 리듬, 에너지의 리듬, 다른 사람들을 향한 리듬등, 그 모든 작은 리듬들을 단단한 시간의 조각들로 만들어, 하나씩 잘 해나가는 것. 


시간, 그 안의 나를 챙기는 나의 작은 노력들과 습관들이 '나'를 온전히 이해하고 세워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덜컥 겁부터 났던 이천이십년의 하반기,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나는 오늘 나의 수첩 가득, 촘촘한 리듬들을 그려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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