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고든 레빗에게 배우는 주문
조셉 고든 레빗Joseph Gordon-Leveitt은 수사가 필요 없는 우리 시대 최고의 배우다. <인셉션>, <500일의 썸머> 등 예술과 블록버스터 영화를 종횡무진하며 맹활약 중이다. <돈 존>이란 영화로 시나리오 작가 및 감독 데뷔도 했다. 또한 온라인 예술가 커뮤니티인 히트레코드HITRECORD를 설립해 총괄하고 있다. 히트레코드는 '커뮤니티 중심'의 제작사로 발전해 출판, 음반 발매, 기업들의 다양한 브랜드 홍보 비디오 제작 등을 진행한다.
조셉 고든 레빗은 6살 때부터 배우 일을 시작했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역배우 일을 그만뒀는데, 나중에 다시 본격적으로 성인 배우가 되려고 했을 때는 일자리를 좀처럼 구할 수가 없었다. 1년 동안 계속 오디션을 봤지만 모두 떨어졌다. 다시는 배우로 일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자 정말 무섭고 고통스러웠다고 그는 회상한다.
"그때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두려워하는 게 정확히 뭘까? 다시는 배우 일을 하지 못하게 되면 무엇을 잃게 될까? 할리우드의 화려함을 동경한 적 없으니 그건 아니었다. 관객들이 내가 출연한 영화나 드라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별로 신경쓴 적 없었다. 그냥 연기가 좋아서 한 것뿐이었다. 따지고 보니 별로 잃을 게 없었다. 그때서야 깨달았다. 나는 연기라는 창의적인 과정 그 자체를 사랑했다는 것을. 그래서 그것만은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조셉은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오디션 결과로 결정하는 사람의 손에 맡겨서는 안된다는 걸 깨달았다. 그 결정은 오직 그의 몫이어야만 했다. 그는 두려움과 불안에 맞설 용기가 필요할 때 떠올릴 수 있는 '만트라'를 만들었다.
"내게 힘을 불어주는 주문을 만들었으니 바로 '히트 레코드hit record(녹화 버튼을 눌러라)'다. 어릴 때 나는 늘 비디오카메라를 갖고 놀았다. 그래서 카메라의 빨간색 녹화 버튼이 모든 일을 내 힘으로 할 수 있다는 신념의 상징이 되어주었다. 그때부터 나는 오디션을 보러 가는 대신 비디오 편집을 배우고 단편영화를 찍고 노래를 만들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형의 도움을 받아 작은 웹사이트를 개설한 뒤 거기에 내가 만든 작품들을 올리고 그 사이트를 'hitrecord.org'라고 불렀다. 그게 12년 전의 일이다. 그 후 히트레코드는 전 세계 50만 명 이상의 예술가들이 모인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우리는 힘을 합쳐 놀라운 것들을 만들어냈고, 수백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얻었고, 권위 있는 상도 받았다. 하지만 우리에게 이 사이트의 핵심은 여전히 창의력 그 자체에 대한 열렬한 사랑이다. 이것이 바로 지독한 자기혐오와 실패의 늪에 빠져 죽어가던 12년 전에 내가 찾아낸 녹화 버튼이다."
그러니까 조셉의 말은 자신이 추구하는 게 정확히 뭔지를 스스로에게 먼저 냉정하리만큼 솔직하게 털어놔야 한다는 것이다. 이름을 얻기 위해, 얼굴을 알리기 위해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도 모를 오디션에 끌려다니면 그저 그런 배우로 일하다가 슬며시 사라지고 만다. 빨간 녹화 버튼을 스스로 눌러 타인이 원하는 장면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장면을 찍을 수 있어야 비로소 우리는 타인이 원하는 매력적인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고 나면 자연스럽게 명성과 돈이 따라오는 것이다.
출처 :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팀 페리스 저/박선령 공역/정지현 역
https://hitrecord.org/ : 이 히트레코드 사이트에 들어가면 히트레코드를 소개하는 조셉고든레빗의 영상이 나온다. 뭐야 이놈... 골 때리는 멋진 놈이었잖아...?
https://www.youtube.com/watch?v=od-T8WIKHx0 : 2019년 1월에 녹화한 유튜브 소개 영상. 최근 펀딩 받은 얘기도 함.
내가 원하는 업이 무엇인지,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서른이 지난 지금에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셉 고든 레빗의 자신에 대한 통찰력과 행동력은 정말 인상 깊다. 조셉 고든 레빗이 오디션에 수없이 떨어지며 생각했던 그 포인트 -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오디션에 끌려다니면 그저 그런 배우로 일하다가 슬며시 사라지고 마는 - 그 상황에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면접장에 끌려다니며 그저 그런 회사원으로 일하다가 슬며시 사라지고 말 것 같은 나를 떠올렸다. 특히 작년 말에는 내가 원하는 지도 잘 모르겠는 Sales 직군의 잡포스팅을 보면서 이력서를 짜 맞추고 나 자신을 욱여넣으려고 했었다. 그러면서 멘탈 붕괴가 왔었다.
요즘에 내가 관심 있는 주제는 'Creation'이다. 무엇이든 자기 손으로 만져서 창조해내는 그 자체의 일에 미래가 있다고 믿는다. 그것이 글쓰기든, 영상이든, 상담이든, 음악이든 그 어떤 것이든 간에.
내가 회사에 앉아서 계속 지침을 느낄 때는 내가 무언인가를 creation 하고 있지 않을 때다. '그나마' 회사에서 내가 재밌다고 생각하며 하는 일들은 모두 'Creating'이라는 접점이 있었다. 새로운 마케팅 아이디어나 콘셉트를 제안할 때, 새로운 데이터를 뽑아서 대시보드를 구성할 때와 같은.
회사를 벗어나서 나 자체가 하고 싶은 일은, '글쓰기'다. Susan Cain ('콰이어트 Quiet'의 저자)은 Tim Ferriss('타이탄의 도구들', '나는 네시 간만 일한다'의 저자)에 이어서, 내가 요즘 가장 많은 영감을 받고 있는 사람이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 변호사 일을 하면서 7년 간 Quiet라는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책을 집필하고, 현재는 내향형(introvert)의 사람들이 가진 파워를 위해 다양한 교육 및 코칭 활동을 하는 Quiet Revolution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활동 중이다.
조셉 고든 레빗이 12년 전에 HITRECORD를 꽁냥꽁냥 만들어서 키워냈듯, 나도 나만의 빨간 레코드 버튼을 찾고 싶다. 그걸 누르고 싶다. 그리고 그건 아마 내가 조물조물 여기저기 써 내려가는 이런 작은 글쓰기 조각들에 힌트가 있을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빨간 레코드 버튼은 무엇인가?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손에 맡기지 않고, 내가 직접 눌러야 하는 나만의 빨간 레코드 버튼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