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 I Get a Witness? 와 Plan 75를 보고
며칠 전, 서울환경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한 편의 영화를 봤다. 제목은 《Can I Get a Witness?》. ‘무엇을 목격하는 것인가’라는 물음이 떠올랐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하자 나 자신에게 묻게 됐다. 내가 누군가의 마지막을 목격하고 기록하게 된다면, 그건 어떤 감정일까?
영화는 과거처럼 보이는 의상과 배경 속에서 시작되지만, 실은 가까운 미래 이야기다. 기후 위기와 과잉 소비를 극복한 인류는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50세에 삶을 마감하는 국제법을 제정한다. 그 세계에서 젊은 예술가들은 50세를 맞은 이들의 마지막 순간을 기록하는 역할을 맡는다(카메라도 쓰지 않는 세계이다). 주인공인 십 대 소녀 키아는 기록관으로 첫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신의 엄마의 죽음을 목격하고 기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아무리 인류를 위한 일이라지만, 아직 살아 숨 쉬는 엄마의 삶이 끝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견디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일이라면, 공평한 것일까? 공정한 사회를 위해서는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일까? 이 질문 앞에서, 나는 오래전에 보았던 또 다른 영화가 떠올랐다. 일본 영화《플랜 75》이다.
《플랜 75》는 조금 더 가까운 미래, 고령화가 심화된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영화를 보던 당시 나는 고령화, 노화, 인구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몇 안 되는 상영관을 수소문해 찾아갔던 걸로 기억한다. 영화 속 정부는 75세 이상 노인들에게 안락사를 권장하는 제도, ‘플랜 75’를 시행한다. 겉보기에 이 제도는 죽음을 권유하는 방식은 아닌 듯 보이지만 일자리, 관계를 잃고 고립된 이들에게는 차라리 제도화된 죽음이 더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이기도 한다. 주인공 미치도 일자리를 잃고 병원비와 생활비에 쪼들리며 이 제도에 참여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한다. 영화는 그녀의 시선뿐 아니라, 제도를 실행하는 공무원, 유품을 정리하는 필리핀 이주노동자 등 다양한 주변 인물의 삶을 비추며 그 이면의 감정과 구조를 천천히 드러낸다. 나는 영화를 보며 생각했었다. 이것이 정말 선택일까? 아니면 사라지길 바라는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는 행동일 뿐일까?
사실상 이 사회는 전혀 공평하지 않다.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누구도 택하지 않을 선택이기에, 일본인 전부를 대상으로 하는 제도라고 해도 그것이 곧 정의롭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를 위해 설계된 시스템적 죽음이라는 방식에서 두 영화는 분명히 서로 닿아 있었다.
우리 대부분은,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산다. 모두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대부분의 사람은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죽음을 나의 일로 체감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두 영화를 보고 난 후, 나는 자문하게 됐다. 죽을 날이 정해져 있다면, 나는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게 될까? 삶의 태도와 오늘의 선택은 분명 달라지지 않을까?
내가 느끼기엔, 이 두 영화 속 청년들—즉 죽음이 제도화된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은 무언가 본질적으로 ‘해맑을 수 없는 얼굴’을 하고 있다. 그들의 일상에는 어쩔 수 없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죽음의 불확실성, 그건 축복일까? 독일까? 예측할 수 없기에 살아낼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예측할 수 없어서 두려운 것일까.
환경 위기든, 고령화로 사회구조 변화든, 우리의 미래는 지금과 다를 수밖에 없어 보인다. 다른 미래, 그 안에서 우리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두 영화가 다루는 것처럼 인류의 존재 자체와 긴밀한 관련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똑똑한 인류는 아직까지 대부분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에 있어 자연스러움보다는 통제를 선택해 왔다. 삶과 죽음마저 통제되는 사회가 도래한다면, 그 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살아내게 될까?
두 영화가 사회화된 죽음을 끌어다 나에게 묻는다고 느꼈다. 당장 어떻게 잘 살 거냐고? 영화 추천! ;)
감독: 앤 마리 플레밍 (Ann Marie Fleming)
주요 출연: 키아라 장 (Kiera Jang), 조엘 우렛 (Joel Oulette), 산드라 오 (Sandra Oh)
장르: SF 드라마, 실사와 애니메이션 혼합
상영 시간: 110분
감독: 하야카와 치에 (Chie Hayakawa)
주요 출연: 바이쇼 치에코, 이소무라 하야토, 스테파니 아리안
장르: 디스토피아 드라마
상영 시간: 11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