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꽃을 좋아하지만 유독 후리지아만큼은 좋아할 수가 없었다. 내가 유치원에 다닐적 학년이 바뀌는 2월 종업식 때면 항상 엄마가 후리지아 꽃다발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노란색을 그닥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매해 똑같은 꽃이라 후리지아는 내게 축하보다는 지겨움의 상징이었다.
내가 좀 더 자라고 난 뒤 어느날 문득 엄마에게 왜 하필 후리지아였는지를 물었다. 엄마는 겨울의 끝자락에 마주하는 후리지아를 보면 다가오는 계절을 선물하는 기분이라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 봄의 기운을 전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 뒤로 내게 후리지아는 따뜻한 봄을 맞이하는 반가움이고,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이고, 소녀같은 엄마의 마음이다. 지금도 노란 후리지아를 보면 꽃을 보고 투덜거리던 꼬맹이의 모습이 생각나 괜히 겸연쩍은 미소를 짓게된다.
노오란 꽃망울에 한 번, 독특한 화병에 두 번 눈길을 두었던 오늘의 후리지아. 이번 주말엔 후리지아 한 단을 사서 거실에 꽂아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