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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원 Aug 16. 2022

학벌이 좋으면 일을 잘할까?

"스카이 출신이니 일을 잘할 거야."

"스카이 출신인데 일을 영 못하네."


직장 생활을 하면 한 번쯤은 들어보는 말이다. 그런데 정말 좋은 학벌을 가진 사람이 일을 잘할까? 이에 대해서는 보통 사람마다 의견이 갈린다. 누군가는 학벌과 업무능력이 상관관계가 있다고 하지만 누군가는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학벌과 업무능력 사이의 관계는 그저 사람마다 다른 케바케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학벌과 업무능력 사이에는 약간의 상관관계가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약간'이지 '상관관계'가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학벌이 좋으면 일을 잘할 가능성이 약간 더 있는 셈이라고나 할까.


그렇다면 왜 학벌과 업무능력 사이에는 '약간'의 관계가 있을까? 기본적으로 회사의 일은 거칠게 요약하면 두 가지 성격의 일로 정리할 수 있다. 바로 '모방'과 '창조'다.


회사에서 이루어지는 일은 '모방'이 '창조'보다 많다. 예전에 했던 일을 뼈대로 현재 상황을 감안해 약간의 변형을 가하는 일이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의 대다수를 차지하며 이는 '창조'보다는 '모방'에 가깝다. 특히 대부분의 회사에서 신입 직원에게는 '창조'보다는 '모방' 성격의 일을 맡긴다. 스타트업 정도가 예외적인 케이스일 수 있겠지만 스타트업조차 완전한 생초짜 신입에게는 '모방' 성격의 일부터 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존에 했던 일을 따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확률적으로 학벌이 좋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잘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 하면 학벌이 좋다는 것은 규정된 입시 제도 하에서 고득점 내지 상위 레벨로 평가를 받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0.01%에 해당될만한 천재를 제외하고 사실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주어진 학습 내용을 잘 받아들이고 따라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모방'을 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모방'을 잘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업무 방식이든 업무 내용이든) 일단 인내하고 받아들이려는 마음가짐도 중요한데, 학벌이 좋은 사람들은 그 점에서도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위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입시를 견뎌내고 성과를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학벌이 좋은 사람이 일을 잘할 것만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우리가 통상 이야기하는 학벌은 사실상 고등학교 과정에 대한 평가결과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좋지 않은 학벌의 대학에 진학했다고 그 사람의 학습 능력이 제자리일 이유는 없다. 마찬가지로 좋은 학벌의 대학에 진학했다고 해도 학습 능력과 태도가 계속 좋게 유지되거나 발전한다는 보장도 없다. 다만 확률적으로 학벌이 좋은 사람이 '모방'이라는 성격의 일을 하기에 나을 수 있다는 것뿐이다. 


실제로 필자가 접한 오랜 기간 직장 생활을 하며 다양한 학벌의 직원들을 경험한 관리자들은 학벌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보였다. 학벌이 좋은 직원이 일을 잘할 가능성이 있지만 장담할 수 없고, 반대의 경우라 해도 일을 잘하는 경우들이 꽤나 존재하는 말 그대로 학벌과 업무능력은 케바케라는 생각 말이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잊고 있었던 '창조'가 그것이다. 사실 회사일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문제 해결이다. 문제가 반복적으로 큰 변화가 없는 것이라면 '모방'으로 해결되겠지만 정작 중요한 회사일들은 그렇지가 않다. 정체된 매출을 올리고 대상 고객을 확장하며 비용을 줄여서 업무 효율을 높이는 일 등은 '모방'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리고 통상 회사에서 진짜 일을 잘한다고 여겨지는 사람은 이러한 문제를 잘 해결하는 사람이고 그러한 문제 해결은 '창조'적인 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창조' 성격의 일을 잘하는 것은 학벌과 상관이 없다. 기존의 문제 해결 방식을 벗어나거나 틀을 깰 수 있는 시도가 필요한데 학벌이 좋다고 이런 일을 잘하지는 않는다. 물론 학벌이 안 좋은 경우가 도움이 된다고 할 수도 없다. 간단히 말해 학벌과 '창조' 사이에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다. 


오히려 '창조' 성격의 일을 잘하는 진짜 실력자들은 해당 분야를 깊이 있게 공부하거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경우가 일반적이다. 일을 잘하기 위해 즉 문제 해결을 해내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창조' 성격의 일에 더 맞는 느낌이다(물론 그러한 고민과 노력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것이지만). 


그런 점에서 학벌과 업무능력 사이의 상관관계는 '약간' 있는 셈이다. 하지만 회사의 대부분 일은 '모방'에 관련된 것이고 학벌이 좋은 사람이 확률적으로 그 일을 잘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이 채용 시에 학벌을 주요한 요소로 고려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사실 채용에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여러 가지 전형 과정으로 합격자를 추려내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흔히 말하는 핏이 크게 어긋나지 않는 지원자들과 일을 같이 해보는 것이다. 몇 개월 정도 일을 해보는 것이 기업 입장에 있어서는 채용의 리스크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대신 이 방법은 전자보다는 비용이 많이 든다. 자기소개서와 면접 정도로 채용한 사람이 회사에서 일할 때 크게 리스크가 없다면 기업은 같이 일을 하는 형태의 채용을 택할 이유가 없다. 결국 지금과 같은 채용 방식이 대세라면 기업의 학벌에 대한 선호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최근 일부 개발자와 같은 직군에서 학벌을 보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러한 직군은 '학벌'이 의미가 없기 때문에 보지 않는 것이다. 프로그래밍 경력과 실력이 검증되는 순간 이미 '학벌'이라는 요소는 고려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따라서 학벌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현재의 채용 방식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다만 학벌이 의미가 없는 직무가 과거보다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그나마 나아지고 있는 점이기는 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학벌이 좋다고 일을 잘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 회사에서 벌어지는 '창조'적인 일을 잘 해내는 사람은 학벌이 좋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기도 하다. 


어쩌면 '학벌'로 업무능력에 대한 편견을 가지지 않는 것이 더 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진짜 일 잘하는 사람을 원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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