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용원 Aug 10. 2022

비과세 한도가 늘어난 식대와
최저임금 노동자의 비애

시간은 없는데 할 일들은 쌓여가고 그런데 계속 머릿속을 맴도는 것이 있어 얼른 풀고 가야 할 것 같아(사실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몇 자 적어본다. 


식대 비과세 한도가 월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상향되었다. 근로자의 식사비 부담 완화를 위해 식대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 한도를 올리겠다고 한다. 비과세 한도가 늘어나면 당연히 내야 하는 세금 금액도 줄어든다. 똑같은 소득이라 해도 비과세 금액이 늘어나면 과세 대상이 되는 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에.


그런데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은 어떨까? 2022년 기준 주 40시간(소정근로시간 209시간) 일하는 사람의 최저임금 월급은 1,914,440원이다. 



식대 비과세 한도가 늘어났다는 말을 들은 최저임금 노동자 A 씨는 회사에 가서 식대를 늘려달라고 한다. 그러나 그가 들을 첫 번째 반응은 그럴 수 없다일 것이다. 월급이 1,914,440원으로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식대를 비과세 한도인 10만 원으로 적용해 급여를 구성할 경우 급여명세서는 기본급 1,814,440원 식대 100,000원으로 바뀔 것이다. 그러나 급여를 이렇게 바꾸는 순간 이는 최저임금법 위반이다.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복리후생성 임금에 대해서는 2022년 기준 2022년 최저임금의 2%를 넘는 금액만이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2022년 최저임금 1,914,440원의 2% 38,389원을 초과하는 61,711원이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되는 것이다. 


즉 총액 기준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근로자가 식대 비과세 10만 원을 받기 위해 급여 체계를 변경하는 순간 최저임금 계산 기준 급여가 기본급 1,814,440원 + 최저임금 산입 복리후생비 61,711원 = 1,876,151원으로 2022년 최저임금 1,914,440원 보다 작아지게 된다. 결국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은 이미 식대 비과세 10만 원 혜택을 받을 수가 없고 20만 원 역시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면 급여가 얼마를 넘으면 식대 비과세 한도를 풀로 적용받을 수 있을까 최저임금 1,914,440원에 식대 10만 원 기준 최저임금 산입 복리후생비 61,711원을 빼면 1,852,729원이고 여기서 식대 100,000을 더하면 1,952,729원이 된다. 즉 주 40시간 기준 월급이 1,953,000원이 넘어야 식대 100,000의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는 셈이다.


(식대 200,000원인 경우도 혜택을 보는 월급은 동일하다 20만 원 기준 최저임금 산입 복리후생비가 161,711원이므로 1,914,440원에서 이를 빼면 1,752,729원이고 여기서 식대 200,000원을 더하면 식대 10만 원일 때와 동일하게 1,952,729원이 된다)


아마 실무적으로 알바가 아니라 주 40시간을 풀타임으로 근무하는 경우에 최저임금을 딱 적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수 있다. 월급이 1,914,440원이라고 하면 뭔가 복잡하니까. 그냥 192만 원 혹은 195만 원 아니면 200만 원 이런 식으로 급여를 책정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만약 월급이 195만 원보다 작다면 최저임금 때문에 식대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없게 된다.


사실 이 문제는 2023년에는 줄어들고 2024년에는 없어진다. 현재 최저임금법상 복리후생비의 최저임금 산입범위는 2023년은 2023년 최저임금의 1%를 넘는 금액, 2024년부터는 제한 없이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산입 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면 시간이 해결할 문제처럼 보인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지금도 그렇고 2024년에도 해결되지 않을 문제. 앞에서 이야기한 최저임금 노동자 A 씨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A 씨는 2024년에도 최저임금을 받게 되었다. 이제는 현금으로 지급된 복리후생비에서 최저임금에 산입 되지 않는 급여는 없으므로 식대 비과세 한도 20만 원이라는 혜택을 A씨도 누리게 되었다. 그런데 웬걸. 연말정산 때 확인하니 의미가 없었다. 


사실 A 씨는 2022년 연말정산에서도 2023년 연말정산에서도 그리고 2024년 연말정산에서도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득세를 내지 않았으니 비과세 금액 확대를 통해 감세를 할래야 할 수가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변화된 것은 있다. 급여 총액이 일정한 상태에서 비과세가 늘어나면 사회보험료를 적게 낸다. 물론 사업주 몫의 사회보험료 또한 줄어든다. 그런데 그게 장기적으로 꼭 좋기만 한 것일까(마침 관련 기사가 있어 공유한다(https://www.tfmedia.co.kr/news/article.html?no=129958))


부끄럽지만 최근에 발표했던 '소득세 과표 구간 조정 관련 평가(http://www.narasallim.net/?p=7624)'에서도 지적했듯, 지금의 소득세(과표 조정 or 식대 비과세 한도 확대) 감세 정책은 저소득층에게는 사실상 영향이 거의 없다. 앞서 지적한 최저임금 노동자의 식대 비과세 문제 또한 비슷하다. 최저임금 혹은 그 언저리의 노동자에게만 혜택이 없는 것이 아니라 소득세를 내고 있지 않는 저소득자 모두에게 식대 비과세 한도 확대는 의미가 없다. 


그런데 근로자의 식사비 부담 완화라는 정책의 타겟은 저소득층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누가 봐도 식사비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것은 저소득층일 테니 말이다. 


감세정책이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면 충분히 고려할 수 있고 동의할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의 감세정책은 목표가 무엇인가? 혹시 감세 그 자체가 목표인 것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