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용원 Apr 26. 2023

직원들에게 잘해준다는 사장님에게

"저는 직원들한테 잘해주려고 하고 실제로도 잘해주는데 직원들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자기가 속해 있는 조직이 잘 되어야 자기도 잘 될 텐데, 왜 그런 생각을 못하는지 모르겠어요."


세부적인 표현들이야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필자가 여러 이유로 경험했던 리더들 중에는 이런 말들을 했던 사람들이 꽤 있었다. 사실 많은 조직들의 사장님과 리더들은 직원들에게 잘해주려고 한다. 그리고 리더들이 직원들에게 잘해주려는 주된 이유는 당연하게도 '조직의 발전'이다. 


많은 경우 조직에 누군가가 새롭게 합류했다고 해서 눈에 띄는 성과가 바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일을 익히고 잘하는 데는 시간과 함께 잘하려고 하는 마음 즉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그러나 동기부여는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대부분의 경우 직장에 새롭게 합류한 사람들은 초반에는 적응의 시간과 함께 일을 잘해보겠다는 약한 동기부여를 가지지만, 약간의 시간만 지나도 조직에 대한 불만을 가지게 되고 그와 함께 자신의 일에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는다. 개개인을 100% 만족시키는 조직이 존재할 수 없듯 조직에 대해 불만을 가지게 되는 것 자체는 문제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일을 잘하겠다는 마음이 약화되거나 없는 것은 조직 운영 차원에서는 큰 문제다. 사실 꽤 많은 직장인이 '딱 욕먹지 않을 만큼 일하자'는 마음을 가지기 쉽고 이는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에게는 매우 우려되는 사항이다.


이런 현상 때문에 꽤 많은 리더들이 본능적으로 직원들에게 잘해주려고 한다. 물론 직장에서의 동기부여에 승진이나 성과급이 활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승진은 직장 생활에서 그렇게 자주 일어나는 이벤트라고 보기는 어렵다. 승진이 임박한 시기에는 승진이 강한 동기부여로 작동할 수 있겠지만 직장 생활에 그런 시기는 자주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성과급은 동기부여를 위해 일상적으로 활용되지만 많은 경우 생각보다는 동기부여를 가져오지 못한다. 왜냐 하면 개인이 노력한다고 성과급이 잘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개개인별로 제대로 된 성과를 측정하는 것이 가능한 매우 드문 일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일은 팀이나 부서 단위로 수행되며 성과급 또한 이를 기준으로 책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출 난 개인이 자신의 탁월한 업무 성과로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성과급으로 강한 동기부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직장인이 자신의 일상에서 동기부여를 받는 대부분의 이유는 조직 생활의 만족도다. 그리고 여기서의 동기부여는 승진이나 성과급이 임박한 상황에서 받게 되는 강력한 것이 아니라 꾸준하지만 꺾이지 않고 진행되는 성격의 것이다. 사실 일이 계속해서 잘 되게끔 조직이 지속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게끔 꾸준하게 유지되는 동기부여야 말로 조직 발전의 원천이다. 그리고 이러한 동기부여를 위해 필요한 조직 생활의 만족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사이의 관계이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의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어한다. 그리고 문제를 일으키는 인간관계에서 아마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상사와의 관계일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상사는 업무와 관련해 직장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자신의 의지를 강요할 수 있다. 상급자의 지시에 대해 하급자는 의견을 낼 수 있겠지만(그것조차 어려운 조직도 존재한다) 역으로 지시를 할 수는 없다. 권력관계에서 하급자가 상급자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당연하며 많은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제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좋은 상사의 존재만으로도 조직 생활에 대한 스트레스는 줄어든다. 만약 상사와의 관계에서 조직 생활에 대한 만족까지 얻게 된다면 조직에 대한 동기부여는 의외로 쉽게 나타날 수 있다. 



사실 이렇게까지 체계적인 사고를 이유로 해서 직원들에게 잘해주려는 리더는 많지 않다. 그저 상당수의 리더는 본능적으로 '내가 잘해주어야 이 사람이 여기서 일을 열심히 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러한 사고에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동기부여에 대한 인식이 깔려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직원들에게 잘해주려는 리더들이 실패하는 경우가 꽤나 많다는 것이다. 아니 누군가에게 잘해주는 것이 실패한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런 일은 생각보다 일어나기 쉽다. 누군가에게 잘해준다는 것은 누군가의 마음에 들도록 실행되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러한 행동을 실행하는 사람이 자신의 관점에서 잘해주는 행동을 한다면 행동의 대상이 되는 누군가의 기분이 과연 좋아질 수 있을까? 운 좋게 둘의 마음이 비슷하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잘해주려는 리더의 행동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다. 


회식으로 맛있는 것을 먹으면 직원들이 좋아하겠지. 간식을 떨어지지 않게 하면 직원들이 좋아하겠지. 직책이 아니라 이름을 부르게 하면 직원들이 좋아하겠지... 하나하나 따져보면 직원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 같지만 실제 직원들의 반응은 시큰둥한 경우가 많다. 특정한 정책 하나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정책이 어떠한 관점과 맥락에서 이루어지느냐가 더 중요하다. 회사 돈으로 맛있는 것을 먹는 회식이 싫은 것이 아니라 자기 이야기만 반복하는 상사가 늦은 시간까지 붙잡아 두는 회식이 싫은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꽤나 많은 리더들이 이러한 '맥락'을 놓치거나 무시한다. 필자가 경험한 리더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리고는 필자에게 이런 식으로 말을 한다.  


"저는 직원들한테 잘해주려고 하고 실제로도 잘해주는데 직원들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자기가 속해 있는 조직이 잘 되어야 자기도 잘 될 텐데, 왜 그런 생각을 못하는지 모르겠어요."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는 딱한 경우다. 그리고 이러한 리더의 상당수는 조직의 문제를 직원들에게서 찾는다. 절반은 맞는 이야기다. 직원이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서 조직이 발전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데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것은 리더의 책임이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주변에서 이 부분을 지적해도 상당수의 리더가 이해를 하지 못한다. 조직은 또 한 번 그렇게 퇴보한다. 


그리고 꽤나 경험이 많은 리더 중에는 '맥락'은 캐치하지 못해도 '분위기'는 파악을 잘해서 뭔가 조직 분위기가 안 좋다 싶으면 자기만의 방식으로 뭐라도 시도한다. 재밌는 것은 많은 경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의 들끓어 오르던 감정이 진정된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필자는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를 '진심'에서 찾는다. 


사람 사이의 소통에서 사실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진심'이다. 온 마음을 다해 무엇인가를 전달하는 사람에게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느끼고 공감한다. 내용과는 상관없이 그리고 어떤 수식어나 전달 방식을 택했느냐와 상관없이 '이 사람 진심으로 다가온다'라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공감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앞서 언급한 분위기가 좋지 않은 조직에서 뭐라도 하려는 리더의 행동에 사람들이 행동 자체는 마음에 들지 않아도 분위기를 개선시켜 보겠다는 리더의 '진심'에 사람들은 긍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 그런 '진심'에 사람들의 마음과 감정이 변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소통이 되지 않은 상태의 '진심'이 항상 통하는 것은 아니다. 한두 번이야 그래 이 사람이 이런 생각이었지라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은 그런 시도가 반복되면 조직원들은 리더와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리더가 문제의 원인을 짚지 못하고 엉뚱한 해결책만 반복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컨설팅했던 한 회사의 상황도 그러했다. 대표는 직원들의 동기부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떤 식으로 동기부여를 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는 것 같았고 자기가 생각하기에 잘해주는 방식으로 직원들을 대했다. 직원들은 그러한 행동을 긍정적으로는 평가하면서도 크게 의미부여를 하지 않았고 대신 대표가 자신들과 좀 더 잘 소통해 주기를 바랐다. 그때마다 대표는 열심히 소통하려고 했지만 직원들의 반응은 매우 안 좋아졌다. 소통은 양쪽의 이야기가 오가는 것인데 대표는 자기 이야기만 계속했던 것이다(직원들은 필자와의 면담에서 자신들의 이야기가 전혀 전달되지 않는 기분이 반복적으로 든다고 지속적으로 이야기했다). 직원들의 입사와 동기부여 하락 그리고 퇴사가 반복되었다.


종종 직원들에 대한 동기부여를 잘해주는 것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하는 리더들도 존재한다. 그리고 그러한 리더 중에 성공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경우들도 존재한다. 그러한 리더의 상당수는 일(사업 등)에 대한 비전과 전략이 분명하다.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 중에 적극적으로 자기 조직이 망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잘 없다. 오히려 자신이 속한 조직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대부분이다. 그런 상황에서 조직의 리더가 명확하게 비전을 보여주면서 성공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제시한다면 그리고 그러한 비전과 전략을 조직원이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이 또한 강력한 동기부여가 일어나는 방법이 된다(사이코패스처럼 보이는 리더들의 창업이 성공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현실에서 리더가 자신의 일에 대해 분명한 비전과 전략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략적인 방향성 정도는 가지고 있을지 몰라도 구체적인 실천 방안에 대해서는 리더 스스로도 모호한 느낌적인 느낌만 가지고 있는 경우가 일반적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래서 여러 사람들이 조직으로 일하는 게 성과를 위해서는 바람직할 수 있다. 사람들이 모이면 시너지를 통해서 1+1=2의 결과가 아니라 1+1>2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물론 1+1 <2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결국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리더가 잘해주는 것은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다. 다만 어떻게 잘해주느냐에 대한 고민은 매우 중요하다. 간혹 그런 것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는 리더들도 성공적인 성과를 달성하기는 하지만 이는 예외적인 케이스이다. 정확히는 다른 방식으로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조직의 성공은 열심히 일하는 조직원에게 달려 있고 이를 위해서 '동기부여'는 필수적이지만 이에 대한 리더의 고민은 피상적인 경우가 많다. 지금 직원에게 잘해주고 있는데 직원들이 이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리더라면 '잘해주는 것'의 기준이 누구인지를 고민하기 바란다. 그래야 잘해준 덕을 보게 될 테니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