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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원 May 16. 2023

'대접'받는 리더가 조직에게 위험한 이유

사람이 모여 일을 하고 결과를 내는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대부분은 '리더'라고 답할 것이다. 맞다. 극단적으로 어떤 조직은 리더 한 사람만 탁월해서 성과를 내기도 하고 어떤 조직은 리더 한 사람이 문제여서 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리더가 조직에서 중요한 사람이라는 점이 리더가 특별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여기서의 '대접'이란 조직의 보편적인 룰이 리더에게는 예외적으로 적용되거나 리더의 의견이 성역인 것처럼 논의나 비판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실 속의 많은 리더들은 이러한 '대접'을 당연시 여긴다. 혹은 자신이 대접을 받고 있음에도 그런 사실 자체를 모르는 리더들도 있다. 그러면서 자신이 속해 있는 조직은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목소리를 똑같이 내고 있고 동일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리더 자신을 포함해서 말이다.


사실 목표와 목적을 가지고 굴러가는 조직의 특성상 리더가 '대접'을 받더라도 일만 잘 되면(심하게는 돈만 잘 벌면)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맞다. 조직의 목표를 실현하는 데 있어 조직에 가장 중요한 사람인 리더에게 예외적인 '대접'을 해주는 것 정도는 충분히 용인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조직에서 그 '대접'이 조직의 역량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일을 할 때 조직으로 하게 되었을 때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시너지다. 여러 사람이 모여 일을 함으로써 혼자서는 오래 걸리고 실행할 수 없는 일을 해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이보다 더 큰 힘은 1+1을 2보다 크게 만드는 시너지다. 극단적으로 어떤 일을 조각조각 완벽하게 분해할 수 있다면 굳이 조직으로 일해야 할 필요는 없다. 조직은 만들어지는 순간 유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극단적인 효율성을 추구하고 실행이 가능하다면 조직 없이 여러 개인이 일의 부분 부분을 맡아서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그래서 조직의 힘은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의 총합보다 더 큰 일을 할 수 있을 때 나타난다.   


문제는 1+1을 2보다 크게 만드는 시너지라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에 있다. 조직이 시너지를 내면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조직 구성원 사이의 관계가 중요하고 이 때문에 이제는 많이들 중요하다고 취급하는 '조직문화'를 잘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조직문화를 잘 갖추고 만들어 낸다는 것이 참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리더에 대한 '대접'이다. 리더는 사실 조직의 권력자다. 꼭 조직 구성원의 인/아웃을 정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더라도 리더가 조직에서 가지는 힘은 정치학적으로 이야기하면 '타인에게 자신의 의지를 강요'하는 것으로 표현되는 권력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러한 권력은 타인이 자신에게 대하는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는 리더라서 바쁘니까 이런 건 빠져도 돼'

'내가 이 분야에 대해서는 더 잘 알고 있는데 굳이 의견을 들어야 할 필요는 없지'


지금까지 직간접적으로 여러 리더를 겪어봤지만 스스로 '소통 능력'을 자랑하는 리더 중 정말 소통을 잘한다 싶은 리더는 본 적이 없다. 자기는 말을 잘 들어준다고 하면서 부하 직원이 제시한 의견들을 그 자리에서 깔아뭉개거나,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지 하라는 말을 하면서 자신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것 같으면 슬그머니 이야기를 덮어버리는 사례는 필자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경험한 리더의 모습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대접'을 거부하고 싫어하는 리더에게서조차 나타날 수 있다. 많은 경우 조직 구성원들은 리더에게 의견을 제시할 때 여러 가지 고민을 한다. 왜냐 하면 리더는 기본적으로 권력자이기 때문이다. 괜히 상사에게 결재를 받으러 갈 때 점심 식사 직후에 가라는 법칙 아닌 법칙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성적인 것 같아도 감성적이고 감성적인 것 같아도 이성적인 것이 사람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전적으로 이성적일 수 없다는 사실 정도는 직장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만한 사실이다. 조금 껄끄러운 보고를 상사가 기분이 나쁠 때를 피해서 하려는 것은 그런 점에서 당연하다. 그러나 태생적으로 '대접'을 거부하는 리더들의 상당수는 조직원들이 그러한 것을 고려해 자신을 대한다는 생각을 좀처럼 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어떤 리더들은 자연스럽게 '대접'을 받게 되고 이렇게까지 말하기도 한다.


'나만큼 부하 직원들에게 편하게 대해주고 동등하게 지내는 사람이 또 있냐'



사실 권력자인 리더가 조직에서 '대접'을 아예 안 받을 수는 없다. 상당수의 직장인에게 허례허식처럼 느껴지는 의전 같은 것들도 여러 가지 이유에서 필요한 경우들이 꽤나 있다. 그러나 '리더 예외주의'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조직은 더 이상 시너지를 낼 수 없는 상태로 변화하게 된다.


시너지라는 것은 협업으로 개인의 성과보다 더 좋은 것을 창출해 내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는 긴장과 갈등이 필수적이다.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하나의 방향으로 모으는 방법은 극단적으로 정리하면 누군가가 독단적으로 결정하거나 사람들이 합의하는 것밖에 없다.


합의는 이름은 아름답지만 결론에 이르기까지 긴장과 갈등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점심시간에 꼭 통일된 메뉴를 주문할 필요는 없지만 만약 그리해야 한다면 직장인들 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갈등 상황이 연출될 것인지는 불 보듯 뻔하다. 대신 합의가 이루어지고 나면 과정 동안에 발생했던 긴장과 갈등은 다소 완화된다. 반면 누군가의 독단적 결정은 표면적으로는 긴장과 갈등을 드러내지 않겠지만 많은 경우 불만이라 부르는 내적 긴장을 야기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내적 긴장과 갈등은 완화되지 않고 잠복해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물론 시너지는 '결정'과 '합의' 모두에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사람의 뜻이 반영되고 갈등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합의'가 지속적인 활동이 일어나는 조직의 특성상 지속적인 시너지를 위해 좀 더 나은 방법일 가능성이 높다.


본격적으로(?) 대접을 받기 시작하는 리더들은 조직 논의의 결론을 '합의'보다는 '결정'의 방향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높다. 물론 리더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겠지만 자신이 잘 안다고 생각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자신이 한 '결정'의 위대함(?)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경우 많은 리더들은 외적으로 자신이 특별하지 않으며 조직원들에게 도와달라는 말을 하지만 자신이 '대접'을 받고 있으며 그래서 자신의 '결정'에 이의가 제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도 굳건하게 이익을 냈던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대표 레이 달리오는 자신의 저서 '원칙'에서 권력에 의해 조직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을 경계하면서 신뢰도 가중치 투표라는 방법을 의사결정 때 활용하는 것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신뢰도 가중치 투표는 쉽게 정리하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과거 의사결정에 대한 히스토리를 바탕으로 신뢰도를 부여하고 투표권에 차등을 부여하는 것이다.


달리오는 지난 40여 년 동안 내 생각이 최고라고 주장하면서도 한 번도 신뢰도 가중치 투표에 반대되는 결정을 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책에서 달리오가 '내 생각이 최고'라는 자신의 주장에 대해 '집요하게'라는 수식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그도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려고 했다는 증거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1,380억 달러(2020년 4월 기준)의 자산을 운용하는 헤지펀드의 대표든 직원이 1명 있는 소상공인이든 리더가 자신의 의견을 조직에 관철시키려는 태도를 가지는 것에는 차이가 없을 것이다. 다만 무엇이 더 나은 선택이고 그것을 리더가 받아들이는지가 차이를 만들 뿐.


그런 점에서 리더는 끊임없이 자신이 조직에서 '대접'받고 있지는 않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이 '대접'은 누군가 먼저 인사하고 말을 걸어주는 그런 것이 아니라 리더 자신의 의견에 대한 예외적 취급이다. 사실 조직의 크기가 매우 작고 리더가 매우 탁월하다면 그러한 '대접'이 있어도 조직의 발전에는 크게 상관이 없다. 그러나 두 가지 가정이 현실에서 동시에 성립하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탁월한 리더들은 통상 자신에 대한 비판에 개방적이다.


조직에서 리더에 대한 비판이 리더에게 직접적으로 나타나는가 그리고 의사결정에서 리더의 뜻이 꺾이기도 하는가? 만약 이 두 가지 현상 가운데 하나라도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 조직의 리더는 '대접'받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일반적인 상태라면(리더가 탁월하지 않은) 그 조직은 위험한 상황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대접'받는 리더가 이끄는 조직에서 시너지를 기대하기란 어렵기 때문이고 그러한 조직이 지속적으로 살아남기란 더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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