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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원 May 29. 2023

당신 조직의 리더는 지시를 잘 하고 있습니까?

하나의 의도와 목표를 가진 일을 여럿이 함께 한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것이다. 보통 협업을 한다고 하면 일의 부분 부분을 나누어서 진행하고 마지막에 합치거나 쪼깨지 않은 일을 주된 역할과 부된 역할로 나누어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을 해 본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부분 부분을 나누어서 진행할 경우에는 최종적으로 결과를 종합할 때 별도의 조정이 필요한 경우들이 많다. 그리고 하나의 일을 팀장과 팀원으로 나누어서 진행할 때는 많은 경우 팀장의 역량에 따라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일에 들어가는 노력과 비용에 차이가 발생하기 쉽다.


어떤 식으로 진행하던 함께 일하는 것은 어렵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함께 일하는 것을 조직에서 포기할 수는 없다. 한 사람이 동시에 할 수 있는 일의 양은 한정되며 여럿이 모여서 일을 하게 되면 '1+1>2'라는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직에서는 사람들이 함께 일을 할 때 일을 잘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여러 사람들이 함께 일을 잘할 수 있을까? 필자는 그것의 핵심을 일을 잘 시키는 것에 있다고 본다. 하나의 일을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서 진행하든 동일한 일을 사수와 부사수가 함께 진행하든, 특정한 일이 가지는 목적과 의도를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잘 인식하고 있다면 협업은 좋은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그러한 일의 '맥락'을 사람들에게 잘 짚어주는 것이 바로 일을 잘 시키는 것이다. 다들 잘 알겠지만 그러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거의 모든 조직에서 리더들이다. 즉 일을 잘 시킬 줄 아는 리더의 존재가 여러 사람들이 함께 일을 했을 때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는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리더들 중에는 일을 잘 시키는 것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이들이 꽤나 많다.


# 무엇을 하라고 명확하게 지시하지 않고는 일의 결과를 보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내놓는 리더


"이렇게 하라고 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일을 했죠?"

"음...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비교적 정확하게 제시해 주지만 일의 맥락을 알려주지 않는 리더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이랑 지금 작업한 거랑 맞는 것 같나요?"

"다른 팀에서 이 부분을 맡기로 했는데 이런 식으로 우리가 일을 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될 수도 있어요"     


사실 현업에서 나타나는 지시와 결과의 불일치 사례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다. 물론 그러한 불일치의 모든 책임이 일을 시키는 리더에게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사태의 주된 책임은 리더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리더가 지시를 잘했음에도 팀원이 지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포함해 업무 역량이 부족해 일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 역시 리더가 반성해야 한다. 사실 리더는 자신에게 주어진 자원을 바탕으로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주어진 자원 자체를 바꿀 수 없다면 해당 자원을 최대한 잘 활용하는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런 점 때문에 조직에서는 리더에게 좀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한다.


하지만 필자도 알고 있다. 리더가 아무리 날고 긴들 어떻게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이라면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다만 통상적으로 지시는 리더들이 하는 것이고 현실의 많은 케이스에서 지시와 결과의 불일치는 지시의 모호함과 부족함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리더에게 더 많은 책임이 부여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같은 말을 듣더라도 사람에 따라 이해하는 바가 다른 경우가 많다. 동일한 공간과 시간에 여러 사람이 모여 동일한 이야기를 나누는 '회의'를 해보면 이런 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사실 말에는 발화되는 단어에 표현되지 않는 부분들이 숨어있다. 많은 경우 어조나 뉘앙스 등으로 그러한 것들을 감지하지만 그런 '단어적이지 않은' 표현에 대한 인식은 사람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리더는 회의를 통해 일의 맥락과 내용을 잘 정리하고 그에 따라 지시를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회의 이후에 진행되는 일이 리더가 생각한 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꽤나 많다. 가끔 회의 때 이렇게 이야기했는데 왜 다르게 일을 하느냐고 물어보면 상당수는 그 말이 그 뜻이었냐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웃픈 해프닝 같아 보여도 현실에서는 꽤나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그래서 리더는 일을 잘 시키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물론 이런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들도 있다. 리더가 척하면 귀신같이 알아듣고 일이 진행되는 경우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것이 가능해졌을지를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일 진행이 반드시 좋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특히 리더의 지시에 아무런 보완 의견 없이 일이 진행되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런 고민을 제대로 하는 리더는 많이 보지 못했다. 다만 필자의 지금까지 경험을 보면 일의 경험이 많고 리더의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본능적으로 일을 잘 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을 잘 시키지 못하면 지시 이후에 리더가 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리더가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리더가 일을 잘 시키지 못하면 지시 이후에 수행한 일에 대한 보완 사항이 많아진다. 단순히 일이 많아지는 것만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역량 강화에 부정적인 영향까지 미치게 된다. 많은 경우 일을 지시한 리더는 일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책임을 자신이 아니라 직원에게 돌린다. 그리고 직원의 역량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보통 먼저 한다. 이 생각을 하는 단계까지는 그래도 괜찮다. 리더 입장에서 팀원의 역량이 자기보다 못하다고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팀원의 역량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리더가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조직의 역량을 끌어올릴지 아니면 망가뜨릴지를 결정한다.


팀원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방안을 고민하는 리더라면 좋겠지만 많은 리더들은 일 자체에 집중한다. 그저 일에 있어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고 팀원은 그 지적을 반영해 다시 일하게 되는 상황이 일반적이다. 많은 일들이 이런 과정의 반복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반복만으로도 조직의 생산성은 저하되어 있다. 애초에 제대로 된 지시가 있었다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반복이 여러 번 일어났기 때문에.


조직에서 이루어지는 '일'은 '잘'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여기서의 '잘'은 성과를 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성과가 동일하다면 투입을 적게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리더가 지시를 잘한다는 것은 조직의 성과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리더가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없다. 필자가 경험했던 리더 중에는 이렇게까지 질문하는 사람도 있었다.

 

"일하는 것과 관련해서 이런 것도 내가 알려줘야 하는가?"

"왜 일의 목적과 목표를 알려줘야 하는가?"


사실 리더는 바쁘다. 그래서 저런 것을 알려줄 틈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리더가 어디까지 커버하고 신경을 써야 하느냐가 아니다. 조직의 성과를 낼 수 있게 일이 이루어지느냐이다. 기껏 여럿이 모여 일을 했는데 성과가 없다면 그 일은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필요 없는 일이다. 철저하게 성과를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조직을 조직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에 리더의 정확한 지시는 매우 중요하다. 혹시 리더의 입에서


"그때 이렇게 하라고 안 했잖아!"


라는 말이 상습적으로 등장한다면 해당 조직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것이다. 여럿이 일하는 데 하나의 방향으로 일하지 않는 것이니까.


모든 리더가 조직의 일에서 좋은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하지 그저 진행되는 것만으로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럿이 함께 하는 일의 성과는 함께 하는 일이 하나의 목적과 의도로 진행되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함께'의 시작에는 일을 '잘'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리더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말 일에서 성과를 얻고 싶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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