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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ph Mar 09. 2022

마이클 조던, 현재를 산다는 것

The Last Dance (2020)

The Last Dance (2020)

↑ 필연적으로 이 사람이 주인공 일 수 밖에 없었던 다큐. 그 10시간에 걸친 이야기를 가장 잘 요약한 장면.


시카고 불스란 프랜차이즈는 트로피 뿐만 아니라 팀 내외를 둘러싼 그 엄청난 드라마 때문에라도 역대급 팀일 수 밖에 없단 생각이 든다. 그저 망나니로 생각했던 데니스 로드맨의 ‘다름’이 어떻게 존중되고 필 잭슨, MJ 등을 통해 팀에 융합됐는지가 흥미로웠다. 사이드킥인 피펜을 조명한 방식도 재밌었고, 능남전 안경선배의 역전 3점슛 장면이 한번도 아니고 두번씩이나 팩슨과 커를 통해 파이널에서 재연 됐단 사실도 불스 왕조의 스토리가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인듯.


나이키가 당시 루키에 불과했던 MJ에게 천문학적 개런티를 주고 계약을 맺은 결정도 놀라웠다. 당시 의사결정 과정이 정말 궁금한데, 예전부터 읽으려고 아껴둔 ‘슈독’을 펼쳐보니 다뤄지지 않는 시기인 것 같아서 아쉬움.


내가 NBA를 알게 된 이후 MJ와 불스는 이미 궤도에 올라 있던 팀이었다. 그 또한 챌린져로서 셀틱스를, 피스톤스를 넘어야했던 때가 있었고 오랜 좌절의 시간을 지나야 했다는 사실에 마음에 큰 울림이 있었다.

에피소드마다 핵심 서사가 있고 이걸 플래쉬백과 패스트포워드를 번갈아가며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방식도 인상적. 캡쳐해둔 스크린샷이 백장이 넘을 정도로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다음 두 장면이다.  




1. ‘승리의 대한 병적인 집착과 열정때문에 ‘좋은 사람’이 될 수 없었던 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MJ의 답:


Winning has a price. And leadership has a price. So I pulled people along when they didn’t wanna be pulled. I challenged people when they didn’t wanna be challenged. And I earned that right because my teammates who came after me didn’t endure all the things that I endured … Now if that means I had to go in and get your ass a little bit? Then I did that.
You ask all my teammates? The one thing about Michael Jordan was “he never asked me to do any thing that he didn’t fuxxing do.”
When people see this, they’re gonna say, ‘Well, he wasn’t really a nice guy. He may have been a tyrant” – Well, that’s YOU, because you never won anything.
Look, I don’t have to do this. I’m only doing it because.. it is who I am. That’s how I played the game. That was my mentality. If you don’t wanna play that way. Don’t play that way.... Break.


이 인터뷰의 마지막에서 MJ는 약간 울컥 하는데, 아마도 승리를 위해 그가 포기해야했던 그리고 감내해야 했던 시간들이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 있기 때문인 듯 하다. 마지막 문장은 ‘나는 이렇게 살게 됐지만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는 말로 들린다. 승리에 대한 병적인 수준의 열정 속에 숨겨져 있던 한 인간의 고뇌가 살짝 드러난 것 같아서 이 구간을 여러번 돌려봤다.



2. 그가 가진 최고의 재능은..


His gift was not that he could jump high, run fast, shoot a basketball. His gift was that he was completely present. And that was the separator.
The big downfall of a lot of players who are otherwise gifted is thinking about failure. Michael didn’t allow what he couldn’t control to get inside his head. He would say “Why would I think about missing a shot I haven’t taken yet?”


인생을 논할 때 ‘현재를 살라’는 말 처럼 흔히 쓰이나 그만큼 공허한 만트라에 그치는 게 또 없다. 내 주변 사람들을 봐도 진정 매순간 현재에 거하는 삶의 기술자는 손가락에 꼽는다. ‘오늘 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날 처럼’이나 ‘카르페디엠’ 같은 말들도 같은 맥락이다.

MJ가 온전히 현재에 거하는 사람이었다는 건 그가 몰입하는 사람이었단 뜻이다. 몰입하는 사람은 과거와 미래에서 일시적 유예를 받는다. 얼마전 읽은 옥주현의 인터뷰기사 와 접점이 보였다. ‘너무 긴장해서 무대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적은 없나요?’라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 순간, 전 이걸 기억해요. ‘옥주현! 발레부터 식단까지, 생활의 모든 루틴을 니가 잘할 수밖에 없는 상태로 만들어 왔잖아. 이 이상 어떻게 더 해?’ 그러면 올림픽 같은 그 순간을 즐기게 돼요 .... 공기의 밀도가 너무 높을 땐 이렇게 외쳐요. ‘니가 이걸 빼먹었니? 저걸 놓쳤니? 니가 다져놓은 걸 기억해.’ 그렇게 믿음의 벨트를 매고 객석으로 몸을 던져요. 습관의 시간을 믿고 뛰어드는 거죠.“


온전히 현재를 살 수 있는 능력은 ‘축적된 시간’과 연관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수백만개의 슛을 던지지 않았다면 습관의 시간을 믿고 눈 앞의 현재로 뛰어들 수도 없는 것이다.


나에게 축적된 시간이 없고 시간을 빌려사는 듯한 느낌이라면? 중요한 건 과거와 미래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부정형 동사가 아니라 오늘 하루 어떻게 온전히 몰입하는 시간을 늘려갈지 고민하는 능동적 마인드셋인 것 같다. 하루 단 30분이라도 좋으니 몰입이라는 목표를 위해 내 삶의 패턴과 구조를 조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승리를 위해 자기 모든 삶을 내 놓았던 사람 – 위대한 업적을 이룬 인물은 종종 그를 둘러싼 신화에 가려 평범한 인간과는 다른 어떤 존재로 여겨지곤 하지만 결국 그들 또한 수많은 선택 가능한 삶 중 하나를 택한 것 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간적으로 그가 좋던 싫던 간에 끝까지 시청했다면 숙연해질 수 밖에 없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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