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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상 Apr 03. 2018

4. 리틀포레스트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마침 아다리(?)가 맞았다.

파주로 친구 집들이를 다녀와 집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5시가 조금 넘은 시각.

늦은시간까지 방안을 가득채운 추억팔이 덕분에 아침반나절을 자고 점심도 느지막하게 먹은터라 졸리거나 배가 고프지도 않았다.

그리고 영화 상영시간마저 20분뒤라니! 더이상 고민하지않고 방문을 나섰다.


이렇게 급작스럽게,

혼영을 보았다. 리틀포레스트와 함께.


태리야끼에 대한 팬심뿐 아니라, 차분한 영화분위기에 절로 끌렸고, 비주류의 장르치곤 사람들의 평도 꽤나 좋아서 계속 봐야지봐야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막을 내리기전에 기회가 되었다.

혼영에 대한 두려움은 사실 없었으나, 모든 일이 그렇듯 처음에 대한 장벽은 늘 존재한다. 늘 그렇듯 생각보다 높지 않을 뿐. 그리고 역시나- 낮디낮았다. (팝콘살 땐 살짝 위기였다)


어찌되었건 들뜬마음으로 마주한 영화는 좋았다. 그리고 혼자 봐서 더 좋았다.
청춘의 고민을 "야 봐봐. 우리 이렇게 힘들다 우와 개힘들어 후" 하는 것 없이, 자연의 소리와 날 것 그 자체인 배우들의 웃음으로 충분히 나타내주었다.

사계절 시시각각 변하는 들판과 때깔고운 음식들, 장난끼 넘치는 대화에 나도 같이 웃을 수 있었다.

 나도 그런걸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

.

.

그러네.

나도 그런 소소한 행복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알면서도 모르는 삶. 정체성은 점점 확고해져 가는데 그만큼 잃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든 사회 속에서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해왔는데, 그걸 붙들고 있는 끈이 너무 얇아져 이제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도 이런 소소한 시간, 친구와의 추억팔이, 가기만 하면 옛 기억이 콩깍지처럼 씌워져 그때의 오감을 생생히 느끼게 되는 나만의 장소들이 있으니, 끈은 얇아져도 절대 끊어지진 않는가보다.

그래도 만약 정말 끊어질까 너무 걱정된다면,
그 소소함에 좀더 머물러도 되지않을까.
(부모님보다 나 스스로를 설득해야할듯)


그래, 힘들면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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