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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믜 Dec 05. 2017

나는 스타트업이 불편하다 (1)

내 아이디어는 얼마짜리일까

내가 하는 디자인에 사회혁신이란 키워드가 추가되면서 스타트업 세계가 내 영역에 끼어든 지 오래다. 그간 몇 가지 일들로 스타트업에 대해 불편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생각이 반복이 되면서 한층 정리가 되었다. 


가장 처음은 대학원에서 디자인경영 전공 수업을 들었을 때였다. 팀을 나눠서 아이디어를 내고 그 아이디어를 사업화한 다음 마지막에 스타트업 피치 하듯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프로젝트가 있었다. 문제 요소를 찾고 고객 분석하고 플랫폼을 디자인하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수익모델을 설계하면서부터가 문제였다. 이 서비스가 결국 내 주머니를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 같은 기분에 열정이 잘 생기지 않았다. 우리 팀의 총명했던 아이디어는 결국 단기 수익률로 평가되었고, 프로젝트를 크리틱하러 온 투자자의 마음을 썩 사로잡지 못했다. 나는 비즈니스는 역시 내 영역이 아니라고 결론을 지었다.


약 1년 후, 창업을 하고 플랫폼을 개발 중인 뉴욕의 한 개발자와 이야기를 나눌 일이 있었다. 그는 미국 서부 출신이라고 했다. 그 동네에서는 아이디어로 스타트업을 차리고, 그걸 성공적으로 대기업에 파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 중에 그런 경우가 많다 보니, 자신도 아이디어를 잘 다듬으면 잘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했다. 실패사례도 있지만 성공사례를 보고 누구나 도전하고 에너지를 쏟는 분위기라고. 


이 외에도 스타트업 뉴스를 보면 스타트업들은 굉장한 투자를 받거나 대기업에 고액에 팔리면 성공한 것으로 평가를 받는 것 같다. 즉, 수익으로 환산하기 좋은 아이디어가 성공하는 아이디어인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금이 빠른 시일 내에 회수되는 게 중요할 테니 수익성이 당연히 우선일 거고. 이 세계에서 혁신은 곧 돈을 의미했다. 


대학생 시절 생각이 났다. 당시 나는 공모전에서 수상을 한 적이 없어서 공모전에서 상을 타는 학생들이 참 부러웠다. 그런데 한 쪽에서는 공모전에 내기만 하면 수상을 하는 학생들이 있었고, 그들에게 공모전 수상은 쉬운 일이었기 때문에 돈이 떨어지면 공모전에 지원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게 진짜 영리한 행동일 수도 있지만, 공모전 주제에 대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던 나로서는 충격적이었다. 돈을 벌기 위해 공모전에 지원하는 영리한 학생들과 대기업에 팔아넘기기 위해 스타트업을 차리는 창업자들은 어떤 맥락에서는 결국 같다는 느낌이었다.


창업을 목표로 한 다음 아이디어를 찾으려고 하면 당연히 수익성이 좋은 아이템을 찾을 것이다. 아이디어의 전제가 수익성이기 때문에 결론은 당연히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반면 문제를 평소 느끼다가 발전하는 아이디어는 건 꼭 해결책이 비즈니스 모델일 이유가 없다. 모바일 앱일 이유도 없고, 거액 투자를 받아야 할 이유도 없다. 내가 뉴욕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하는 디자인이 가장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암묵적 금기어는 '앱을 만들거에요!' 였다.) 실제로 결론이 어떻게 날지 전혀 모른 채 불확실성을 즐기며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가 가장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다.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팀원의 스킬에 따라 다르게 나오기도 했다. 그게 인쇄물일 때도 있고 임팩트 있는 영상물일 때도 있고 정부플랫폼일 때도 있고 내러티브 일 때도 있었다.


너도 나도 디자인 싱킹을 외쳐대는 시대니 한 번 여기에 적용해보자. 디자인싱킹의 시작은 열린 시각으로 하는 문제인식이다. 그런데 기업가가 디자인 싱킹 프로세스를 적용했을 때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지 않을 가능성이 있을까? 문제 인식단계 이전에 ‘창업’이라는 목표가 미리 깔려있는 상태는 아닐까. '사람'을 위한 생각으로 시작했더라도 결국 '내 자신의 지속가능성'을 위하게 변질되고 있지는 않을까.


얼마 전 UN의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중 하나를 주제로 뉴욕에서 열린 해커톤이 있었지만 비슷한 이유로 결국 참가하지 않았다. 그 주제에 관련되서 리서치와 프로토타이핑을 오래 했었기에 초기 아이디어가 몇 가지 있었지만, 내 아이디어의 해결책이 꼭 개발(Tech)이 필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고 비즈니스 모델이 아닐 수도 있는데 이 해커톤은 하나같이 Tech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결론으로 요구했다. (물론 후원사가 IT기업이었다) 이는 내 프로세스와 반대로 접근하면 간단한 행사였다. Tech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 중에 주제가 UN SDGs에 부합하는 팀이 지원하면 되는 거였다.


나는 일상에서 쉽게 사업아이디어를 찾아내는 사람들의 감각을 존경한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간의 관찰과 경험으로부터 니즈를 발견하고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익숙한 나로서는 모든 결론이 (디지털)기술이나 탄탄한 비즈니스모델로 연결짓는 스타트업 세계가 낯설고도 불편하다. (물론 그것이 스타트업의 특징이니 그럴테지만 말이다.) 똑똑한 창업자들은 아이디어를 내고 투자를 받아 몸집을 키우거나 더 큰 기업에 팔 것이다. 그들이 아이디어를 고가에 팔아치우고 세상사람들의 니즈를 돈으로 바꾸는 동안 나는 아무래도 계속 불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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