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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믜 Nov 01. 2022

AR Glass가 보편화될 시점의 우리는 괜찮을까

[밀려난 생각들] 화려한 기술과 함께 오는 문제들

지난 2021년 말, AR Glass의 미래 사용 시나리오를 제안하는 프로젝트를 했었다.


AR Glass에 대해 간략히 소개를 먼저 해보자면,  AR Glass는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기능을 할 수 있는 스마트글라스로, 아직까지는 기술의 한계가 많아 널리 이용되지 않지만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기술 고도화에 힘쓰고 있으며, 스마트폰의 보조 액세서리가 아닌 스마트폰의 다음 형태로까지 기대를 받고 있는 디바이스다.


AR Glass는 아직 실 사용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겪는 경험에 대해 미리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있었다. 그리하여 AR Glass라는 디바이스 자체의 가치 속성을 먼저 추출하고 그에 따른 미래 사용자 경험을 자연스럽게 그려보게 되었다.


AR Glass를 파면 팔수록 디자이너들 간의 대화도 다양해졌는데,


지금도 대화 중에 상대방이 휴대폰을 보고 있으면 나에게 집중하지 않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좀 별로잖아요. 그런데 AR Glass를 쓴 상대방과 대화를 하면.. 나를 보고 있다고 어떻게 장담해요? 나를 보는 척 하고 다른 걸 보고 있으면요? 아 그런 미래는 정말 별론데.
스마트폰은 주머니에 넣어버리면 안 볼 수 있지만 안경은 시력 교정 렌즈까지 넣어서 항시 사용하다 보면 디지털 화면을 보지 않는 게 더 어렵잖아요. 구글 글라스가 처음 나왔다가 안전사고 난 것처럼, 정신 팔려서 사고 나면 어떻게 해요? 너무 위험할 것 같은데.
지금도 광고가 넘쳐나는데, AR효과가 많아지면 시각공해 엄청나겠는데요. 비주얼에 소리까지 들리면 일상이 더 압도당할 것 같아요.


AR Glass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고,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당장 떠오르는 일차적인 모습만 해도 아찔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예상되는 부정적인 측면이 떠오르면 떠오를수록 우리의 머리는 ‘이 기술 더 발전하면 안 되겠다’ 고 소리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부정적인 측면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자신이 없었다. 우리 프로젝트의 목적은 AR Glass를 어떻게 잘 활용할지에 대한 것이다. 부정적인 면에 대해 고찰해볼 시간적 여유도 없다. 기술을 통해 기술의 전망과 활용도를 말해야지, 기술로 인해 우리가 잃을 수 있는 점을 말할 수는 없다. 기술의 긍정적이고 찬란한 전망만을 다루어야 하는 것이 관행처럼 내려와 우리의 자유로운 생각들을 가로막고 있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생각이 났다. 영화에서 미래를 예언하는 세 예지자는 보통 공통된 미래를 보지만, 한 명이 다른 미래를 보는 경우 그 장면은 마이너(minor) 한 것으로 여겨 삭제된다. 우리가 그려본 부정적인 면도 그렇게 삭제인지, 누락인지, 숨김인지 모르게 그렇게 소외되었다.


기술 자체는 중립적이다.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고, 기술에 따른 영향력을 다루는 것은 우리의 역할이며, 우리에게 주도권이 있다. 디바이스가 달라지면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기술이 인간성을 잃게 하고 우리의 뇌와 사상을 지배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는 방식으로 AR Glass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과도한 AR효과를 자제하는 모드가 있어야 할 것이고, 안전을 감지해서 알려주어야 하며,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는 AR 콘텐츠 대신 상대방을 보고 있는 나의 의도를 명확히 전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기술이 앞만 보고 달려가지 않도록 엔지니어들 곁에는 인류학자, 사회학자, 디자이너 등의 다양한 전문가가 함께 해야 한다. 특히 기술이 만들어낸 결과물로 세상에 전달할 수 있는 가치가 더욱 가치 있도록 HOW를 만드는 건 디자이너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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