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근처 산에 자주 간다. 출발부터 복귀까지 대략 50분쯤 걸린다. 나름 개발한 코스가 여럿이라 30분, 40분, 50분짜리를 상황과 기분에 맞춰 걷는다.
야트막한 산이라도 산은 산이다. 정상은 근처도 안 간다. 둘레길 산책이라는 표현이 적합하겠다.
초입에 한 번, 삼분의 일 지점 또 한 번, 두 번의 경사로가 있다.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이 조이는 느낌이 드는 각도의 구간 두 개만 헥헥거리면 대체로 평탄해서 생각하며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두 번째 경사로를 팔구백 미터쯤 오르고 울창한 산길에 접어들면, 나무 사이로 빼꼼하게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구간이 있다. 거기를 걸을 때가 제일 좋다.
주택 옥상들이 보이고 높은 건물 군집이 보이고 길이 이어지고 갈라지고 합쳐지는 교차로가 보인다.
버드 아이 뷰(Bird eye view).
높고 먼 데서 보는 조감도.
'글을 써야지'라는 마음을 먹고 먼저 한 일은 유명 작가 흉내내기였다.
모르고 어색할 땐 따라 하기가 답일 때가 많다.
장비 마련은 김중혁 작가의 책(무엇이든 쓰게 된다)이 한몫했고 글 쓰는 장소로 커피숍을 택한 건 대중 매체의 영향이 컸다.
카페에서 글 쓰는 작가. 드라마와 영화에 많이 나오니까. 멋있어 보이잖아.
카페에서 읽고 생각하고 쓰는 행위가 조금 편해진 건 최근이다. 이제 약간 몸에 익은 느낌.
여전히 자주 쓰진 못한다. 읽고 생각만 하다 나오는 빈도가 쓰는 것보다 높다.
읽다가도 문득, 글감을 풀다가도 문득 생각은 내 삶과 일로 흐르기 일쑤다.
사무실에선 오늘 당장 처리해야 할 업무와 내일 꼭 해야 할 일이 떠오른다면, 카페에선 그 일들이 분류가 되어 덩어리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어제까지 했던 어떤 일들의 덩어리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의 덩어리가 교차로에서 만나고 갈라진다.
일 뭉치들을 시간순으로 배열하기도 하고, 두 덩이의 교집합을 발견하기도 한다.
인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주택 옥상에서 동네 아이들 술래잡기를 구경하는 느낌이다.
도망가는 아이와 잡는 술래가 위에선 다 보이는데, 아래에선 잡힐까 무서워하고 놓칠까 조바심을 낸다.
안보이거나 따로따로 보이니까.
산도 카페도 회사와 집과 거리는 얼마 되지 않는다.
딴 도시에 가는 것도 아니고, 전망 좋은 곳을 찾아다니지 않으니.
멀지 않은 거리지만 거리감은 크다. 적당한 높이감도 있고.
일과 삶을 조감하는 느낌이 좋다. 얼마간 객관적으로 살피고 정리가 되는 느낌이랄까.
하루에 허우적거리지 않게, 지푸라기를 통나무로 착각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적당한 거리감이 고맙다.
중독성이 있다. 어떤 날은 어떻게 해서든 카페에 갈 시간을 만들려고 애를 쓸 정도로.
오늘은 읽기는 조금 했고, 생각은 길게 했고, 짧게 쓰기도 했다.
다했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