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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버거 Jun 28. 2021

소심한, 우리들

사소하게 아등바등

생각을 풀어준다. 멍하니 앉아서도 그러고 산책을 하면서도 그런다. 자주 그런다.

줄이 풀린 생각은 강아지처럼 뽈뽈 돌아다닌다.

킁킁거리며 기억을 헤집어 추억을 걸러내기도 하고, 상념을 추려 모아 꿈을 짓기도 한다.


추억이든 꿈이든 끝은 항상 사람이다.

함께였지만 지금은 곁에 없는 사람이거나, 꿈을 위해 함께 가야 할 사람일 때도 있다.


커피숍에서 글 한 꼭지 쓰려고 생각을 풀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생각이 잠시 그에게 닿았다.

점심 먹고 마신 홍삼 진액 한 봉지가 지난 추석을 소환했고, 추석선물 홍삼세트가 그를 불러냈다.

무기력한 요즘 홍삼에라도 기대고 있어서일 게다. 


고맙단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을 전하고 싶어서 카톡을 보냈다. 1이 없어지기를 기다리며 얼마 만의 연락인지를 생각했다.

문자는 그이가 볼 때까지 가만히 그 자리에서 기다린다. 보채지 않는다.

즉각 답을 해야 하는 통화보다 나을 때가 많다. 서로 여지가 있다.

그냥 안부니까, 답이 오면 고맙고 오지 않아도 괜찮다.


그가 반긴다. 문득 네 생각이 났다는 나의 짧은 카톡 한 줄에 긴 글로 답을 한다.

난데없는 나의 안부 톡에 대한 반응은 열에 아홉은 이렇다.

진짜 나를 잊고 있어서 화들짝 미안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답글 행간에서 자주 보는 건 주저함과 망설임일 때가 많다.

이러면 어쩌나, 저러면 어떡하지, 그래서 주저하고 망설이다 때를 놓쳤을 그이의 염려를 읽는다.  


다들 기다리는구나, 어쩌면 외롭구나.

혼자는, 가끔만 좋고 자주는 힘들구나고 생각했다.

철천지 원수가 아니라면 그깟 안부 한 줄에 욕할 사람은 없다.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가끔  연락을 하려다가 방해가 될까 해서 참았다는 답글이 더왔다.

먼저 연락하길 잘했구나. 진즉에, 자주 할걸 그랬구나.


쓰던 글은 저장하고, 이 글을 쓴다.

글 계획은 틀어졌지만, 커피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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