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도무지 일어날 일 같지가 않은데 기대와 환상이 없어지지 않으니, 깎아서 크기를 줄여야 했다. 로또 당첨같은 건 늘 남의 일이니까.
며칠 전 오전에 거래처 담당자와 업무 미팅을 하고 있었다. 10시경이었나, 브런치 알림이 떠서 흘끔 보니 조회수가 1천 명을 돌파했다는 내용이었다. 11시에 2천, 담당 부장과 점심을 먹을 때 3천. 밤까지 계속 알림이 울리고 조회수는 솟구쳤다. 다음 메인의 '동물' 카테고리에 내 글이 올라간 게 원인이었다. 어라.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구나.
다음 메인에 올라서 구독자와 라이킷이 폭증했다는 브런치 글을 가끔 본다. 내게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었다. 작가가 된 지 몇 년이 지나도. 자주 쓰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애써 자위했다.
조회수 1만을 정점으로 숫자는 급감했다. 하루가 지나서 내 글은 사라졌겠다. 라이킷은 평소보다 대여섯 개 늘었고 구독은 1명 늘었다. 만 명이 읽었다는데 그랬다. 바로 결론이 난다. 글이 별로인 거다. 메인 노출은 어쩌다 브런치 알고리즘의 뒷발에 밟힌 사건이고.
메인에 오른 글은 쓰고 다음 날 조금 다듬어서 올린 글이다. 며칠 더 붙들고 있었으면 글 품질이 많이 나아졌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어와 문장, 표현은 조금 나아졌을지도 모르지만 내용이 나아졌을 확률은 낮다. 그게 나고, 내 글이다. 먼저 발행한 다른 글 몇 개를 다시 읽어봐도 그게 내 한계다. 지금으로선.
글쓰기를 멈춰야 할까? 그만 쓰고 싶은가? 그렇진 않다. 오히려 자주 쓰겠다고 마음먹었다. 많이 쓰면 잘 쓰게 된다에 베팅. 초단편 소설도 도전해보려 한다. 혹시 내가 소설에 재능이 있을지 또 누가 알겠는가.
궁금할 땐 해봐야 안다.
내 글 스타일이 요즘 트렌드와 동떨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소재가, 문체가, 결론이, 또 무엇과 무엇이 독자의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어쩌겠나.
그래도 쓰고 싶은 마음이 여전히 크다면 써야지. 도리 없다. 구독자수와 라이킷은 그저 선물일 뿐. 쓰고 싶은 내 마음에 충실하련다.
출간의 기회도 선물처럼 느닷없이 찾아올지도 모르지 않은가.
재능은 없고 열정만 있는 사람을 지켜보는 것도 고역이긴 하다. 이 글 읽은 분들께 미안한 마음이 든다. 괜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