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수필버거 Jun 20. 2021

냥멍을 때린다.

맹묘 삼년지 교 (盲猫 三年之 交)

냥멍을 때린다.

커피 한 잔이 생각날 때, 생각이 뒤엉킬 때, 쪼그리고 앉아서 멍하니 냥이들을 본다.

생후 두 달 된 새끼냥 네 마리가 공장 안을 마구 뛰어다닌다. 잠깐 뛰고는 금세 고개를 꾸벅이며 존다.


동네 길냥이 두 마리가 배가 뽈록하게 돌아다녔다.

노랑이와 코리안 고등어. 임신인가? 불쌍해서 공장 한편에 사료를 놔줬다.

노랑이가 순해서 정을 더 줬는데, 사납고 까칠한 고등어 녀석이 공장에 숨어들어 출산을 했다.

4월 중순 무렵이다.


새끼들이 자라면서 걱정도 커진다. 분양은 5마리 중 한 마리만 된 상황. 남은 애들은 어쩌나.

내보낼까. 그냥 키워? 키우는 건 힘들겠다. 길들지 않은 애들이라 모래통에 똥을 싸는 게 안된다.

아침마다 똥 치우는 일도 고역이고, 은근히 밴 냄새도 고약하다.

어째야 하나. 결정을 못하겠다.


며칠 전,  퇴근시간인데 에미까지 다섯 마리가 몽땅 보이질 않는다.

공장 구석구석 돌아보고, 주차장도 한 바퀴 돌았다. 안 보인다.

약속이 있는데. 할 수 없이 문을 잠갔다.

술자리에서도, 집에 가서도 걱정이 된다. 아직 어린데. 애긴데. 큰 짐승들한테 죽지나 않을지.

아니야. 이참에 독립해서 살겠지. 뭐.

두 마음이 교차한다.


다음 날 일찍 출근을 했다. 공장 문 앞에 주렁주렁 앉아있는 상상을 했는데, 없다.

하루 종일 코빼기도 안 보인다.

그래. 어쩔 수 없지. 길냥이 었으니.

운명대로 살겠지...


그날 퇴근 무렵.

에미가 슬렁슬렁 나타났다. 게 중 가장 튼튼한 새끼 한 마리만 대동하고.

1시간여를 찾았다. 새끼 두 마리는 더 찾았다. 에미도 못 찾은 한 놈 때문인지 냐옹 거리며 돌아다닌다.

새끼 한 마리는 끝내 찾지 못하고 공장문을 닫았다. 또 마음이 아프다. 어제 좀 더 찾았어야 하나.

나 바쁘다고 생명 하나 잃은 건 아닌가.

발걸음이 무겁다.


아침에 출근을 하니 온전한 냥이 식구들이 다 있었다.

희한한 일이다. 도대체 어디 있었는지, 어디로 들어왔는지 알 길이 없다. 그래도 반갑다.


오늘 냥멍을 때리다가 새끼들은 여기가 고향일 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에미가 까칠하게 굴 때 혼낸 일도 떠올랐다. 미안했다.

24시간 실종 후 에미냥이가 개냥이가 됐다. 애교를 얼마나 부리는지, 내가 알던 걔 맞나 싶다.

개고생이 개냥이로 만들었나 보다.

얌전한 노랑이는 안 보여도 그런가 보다 하는데, 사나워서 물고 할퀴고 그래서 혼쭐도 났던 고등어 녀석이 극적으로 애교쟁이가 되니 고맙기까지 하다.  

그래. 이게 정이구나. 역시 지지고 볶아야 더 정이 드는구나.


내가 얼마나 오래 돌볼지도 알 수 없고 이 아이들이 계속 여기 머물지도 모르겠다.

인연을 생각하고 함께 있는 지금만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래, 우리 같이 살자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브런치 시작하기

카카오계정으로 간편하게 가입하고
좋은 글과 작가를 만나보세요

카카오계정으로 시작하기
페이스북·트위터로 가입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