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번 써볼까
#12. 쓰기의 책들 (브런치 오디세이)
장강명 작가는 기자 출신이다. 소설에선 잘 못 느꼈다. 그의 에세이 '책, 이게 뭐라고'에서 눈치채기 시작했다. 글이 차고 꼼꼼하다. '책 한번 써봅시다'에서 작가 자신의 소설가 데뷔부터 여러 권의 책을 내고 상을 받은 경험까지 동원하여 글쓰기와 책 쓰기를 부추긴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매거진과 브런치 북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긴 호흡의 글. 준비와 계획이 필요한 글쓰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다.
2020년 8회 차 브런치 북 출간 프로젝트에 응모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기획을 시작했다. 이 때도 마감에 임박했을 때로 기억한다.
내 경험에서 나오는 글이 그래도 조금은 쓰기가 쉬울 텐데, 떠오르는 주제는 다 무거웠다. 망설이며 허송세월을 하다가, 발행했던 글에 새 글 몇 개를 더하고 급하게 브런치 북 발간과 응모를 했다. 물론 떨어졌고, 그 브런치 북은 폐기했다. 그렇게 급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배웠다.
'책 한번 써봅시다'에서 찾은 도끼 같은 문장이 있다.
작가 말고 저자가 돼보라는 말.
사전에도 나온다. 글을 쓰면 작가, 책을 내면 저자. 그 차이가 갑자기 크게 다가왔다. 새삼스럽게.
한 꼭지 쓰는데도 혼자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는데, 책 한 권을 쓴다는 것은 불가능의 영역으로 보인다. 분량도 무섭고 내용을 채워 넣는 것도 두렵다.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해보고 나면 완전히 차원이 다른 경험을 갖게 될 것이라는 예감은 들었다.
장 작가의 책을 다 읽고서 설득을 당했다.
글 한 개 안에도 구조가 있고, 예시와 인용이 있고, 주장과 메시지가 있다. 책도 마찬가지다. 좀 길 뿐.
쓰고자 하는 내용이 명확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만 선명하면 못 쓸 것도 없겠다는 가당찮은 생각이 든 건 브런치 x밀리의 서재 공모전을 준비하려 할 때였다. 3월이다.
브런치가 점차 브런치 북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긴다는 느낌을 받는다. 작가 말고 저자를 찾는 듯 보인다.
밀리 공모전을 준비하며 주제를 한 번 바꿨다. 기껏 썼던 글은 딜리트 한 번에 다 사라졌고 4월이 코 앞인데 처음부터 새로 써야 하는 처지가 됐다.
책 한번 써봅시다를 꺼내 들고 표시한 부분을 다시 읽었다.
읽으며 생각했다. 내가 브런치 작가로 글을 쓰며 헤맸던 경험을 쓴다면 10 꼭지 이상은 쓸 수 있지 않을까. 읽는 사람은 용기를 얻지 않을까? 이런 사람도 쓰는데, 나도 한번. 뭐 이런 용기. 따라오세요, 알려드리게요 하는 책은 못 쓰겠지만, 이런 류의 용기를 주는 책은 쓸 수 있지 않을까?
응모 겸 아주 짧은 책 한번 써보는 느낌을 가져보자고 작정했다. 응모 마감까지 다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글을 쓰고 싶다는 느닷없는 마음과 조우하고, 그 소명 같은 욕망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 과정과 장비와 폼에 집착하며 설렜던 기억, 몇 번만에 브런치 작가로 선정이 됐던 경험을 썼다.
중년의 아저씨가 사소한 좌충우돌을 겪으며 한 뼘만큼 성장하는 이야기가 될 터이다.
'오디세이'가 별거던가. 크고 작은 모험을 겪고 귀환을 하는 성장 서사 아니던가.
장강명의 책은 쓰는 과정에서 만난 슬럼프에서 탈출하는데 큰 도움이 된 책이다.
나를 수렁에서 건져준 고마운 책.
책 한번 써보게 만든 책. 어설프게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