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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버거 Apr 11. 2021

책 한번 써볼까

#12. 쓰기의 책들 (브런치 오디세이)

장강명 작가는 기자 출신이다. 소설에선 잘 못 느꼈다. 그의 에세이 '책, 이게 뭐라고'에서 눈치채기 시작했다. 글이 차고 꼼꼼하다. '책 한번 써봅시다'에서 작가 자신의 소설가 데뷔부터 여러 권의 책을 내고 상을 받은 경험까지 동원하여 글쓰기와 책 쓰기를 부추긴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매거진과 브런치 북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긴 호흡의 글. 준비와 계획이 필요한 글쓰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다.


2020년 8회 차 브런치 북 출간 프로젝트에 응모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기획을 시작했다. 이 때도 마감에 임박했을 때로 기억한다.  

내 경험에서 나오는 글이 그래도 조금은 쓰기가 쉬울 텐데, 떠오르는 주제는 다 무거웠다. 망설이며 허송세월을 하다가, 발행했던 글에 새 글 몇 개를 더하고 급하게 브런치 북 발간과 응모를 했다. 물론 떨어졌고, 그 브런치 북은 폐기했다. 그렇게 급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배웠다.   


'책 한번 써봅시다'에서 찾은 도끼 같은 문장이 있다.

작가 말고 저자가 돼보라는 말.

사전에도 나온다. 글을 쓰면 작가, 책을 내면 저자.  차이가 갑자기 크게 다가왔다. 새삼스럽게.

한 꼭지 쓰는데도 혼자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는데, 책 한 권을 쓴다는 것은 불가능의 영역으로 보인다. 분량도 무섭고 내용을 채워 넣는 것도 두렵다.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해보고 나면 완전히 차원이 다른 경험을 갖게 될 것이라는 예감은 들었다.


장 작가의 책을 다 읽고서 설득을 당했다.

글 한 개 안에도 구조가 있고, 예시와 인용이 있고, 주장과 메시지가 있다. 책도 마찬가지다. 좀 길 뿐.  

쓰고자 하는 내용이 명확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만 선명하면 못 쓸 것도 없겠다는 가당찮은 생각이 든 건 브런치 x밀리의 서재 공모전을 준비하려 할 때였다. 3월이다.


브런치가 점차 브런치 북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긴다는 느낌을 받는다. 작가 말고 저자를 찾는 듯 보인다.

밀리 공모전을 준비하며 주제를 한 번 바꿨다. 기껏 썼던 글은 딜리트 한 번에 다 사라졌고 4월이 코 앞인데 처음부터 새로 써야 하는 처지가 됐다.

책 한번 써봅시다를 꺼내 들고 표시한 부분을 다시 읽었다.

읽으며 생각했다. 내가 브런치 작가로 글을 쓰며 헤맸던 경험을 쓴다면 10 꼭지 이상은 쓸 수 있지 않을까. 읽는 사람은 용기를 얻지 않을까? 이런 사람도 쓰는데, 나도 한번. 뭐 이런 용기. 따라오세요, 알려드리게요 하는 책은 못 쓰겠지만, 이런 류의 용기를 주는 책은 쓸 수 있지 않을까?

응모 겸 아주 짧은 책 한번 써보는 느낌을 가져보자고 작정했다. 응모 마감까지 다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글을 쓰고 싶다는 느닷없는 마음과 조우하고, 그 소명 같은 욕망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 과정과 장비와 폼에 집착하며 설렜기억, 몇 번만에 브런치 작가로 선정이 됐던 경험을 썼다.


중년 아저씨가 사소한 좌충우돌을 겪으며 한 뼘만큼 성장하는 이야기가 될 터이다.

'오디세이'가 별거던가. 크고 작은 모험을 겪고 귀환을 하는 성장 서사 아니던가.


장강명의 책은 쓰는 과정에서 만난 슬럼프에서 탈출하는데 큰 도움이 된 책이다.

나를 수렁에서 건져준 고마운 책.   


책 한번 써보게 만든 책. 어설프게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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