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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수필버거
Oct 18. 2023
상고하저, 상저하고
산책을 나섰다. 산으로 가지 않고 찻길 방향으로 걸었다.
별 이유는 없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대구 봉덕동은 오래전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동네다. 물론 여기도 사방에서 신축 아파트 단지가 죄어들어오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비교적 칠팔십 년대 모습이 많이 남아있다.
회사가 앞산 자락 끝 구릉 정도 높이에 있어서 육 차선 찻길을 건너 동네로 가는 길은 내리막이
다. 산길을 걸을 때와는 반대로 산책 시작은 편하다.
큰길을 건너 이차선 도로부터는 샛길과 골목을 걸었다.
못 보던 그림을 본다.
내리막을 따라 한참 걸으면 신천대로를 만난다.
대로 옆 한산한 작은 도로를 따라 걷다가 고산골 등산로 입구 식당가로 방향을 틀었다.
이제 회사로 돌아오는 길. 가파른 계단을 올라 완만한 경사길을 한참 걸으면 마지막에 급경사 코스가 있다.
숨이 차고 땀이 솟는다.
차가운 정수기 물을 단숨에 한잔 마시고 세수를 했다.
뒤뜰 파란색 낡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았다.
균형이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는 법이다.
어느 길을 먼저 걷는 게 나은 걸까.
나는 무슨 길을 먼저 걸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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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자뻑. 긴 좌절과 질투. 글에서도, 업(業)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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