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스페인에 있는 게 맞나”싶던 1월
2021년 새해가 밝았다
코로나로 시작해 코로나로 끝난 2020년을 어영부영 보내고 2021년을 맞이했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팔 뼈 골절과 발목 염좌로 원래의 계획은 1도 추진할 수 없었던 2020년. 나에게 항상 쏙 들어맞는 별자리 운세에 의하면 ‘2020년이 내가 원하는 게 다 이뤄지는, 꽃 피는 해’라고 했었는데... 하긴 그 점성술사도 코로나 같은 게 터질 줄은 모르지 않았을까.
그저 그 행운이 2021년으로 다 옮겨져서 올해는 좋은 일만 가득하고 목표를 다 성취할 수 있기를 바라며 한 해를 시작했다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는 외출이 금지되어 있는 스페인. 하지만 12월 24일과 12월 31일만큼은 밤 12시 반까지 외출이 허가되었다
밤 9시는 되어야 저녁을 먹는 사람들이라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게 해 주려면 야간 통행금지를 완화해주는 수밖에 없겠다- 싶으면서도 하루 2만 명이 넘게 확진자가 터지는 가운데 이렇게까지 배려를 해주는 게 맞나 싶기도 했다
늘 슈퍼마켓에서 4유로 정도의 와인을 사다가(3-4유로 와인도 맛이 꽤 괜찮다) 새해맞이 기념으로 와인샵에서 구입한 와인 세 병. 스페인식 샴페인인 까바(cava)와 레드, 화이트 와인 각 한 병을 골랐다. 셋 다 기존에 먹던 와인과는 비교할 수 없게 아로마가 풍부했다. 역시 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언제나처럼 흐린 날의 산세바스티안에서는 ‘새해 일출’을 보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집안에 종일 있으며 새해 첫 날을 보내기엔 아쉬워서 아이에떼(Aiete) 공원을 찾았다
공원을 향하다 보니 1년 전 이맘때가 생각났다. 이 공원 안에는 도서관이 하나 있는데 그 건물에서 일러스트레이터의 작은 전시가 종종 진행된다. 소식을 알고 공원과 전시관에 가보려던 중 마침 금요일이 날씨가 좋다 해서 그 날 가보기로 했다. 막상 금요일이 됐을 때 다른 일정이 생겨 계획을 바꿨는데 그 날 거리에서 쓰러져 팔꿈치 뼈가 부러졌다. 원래 계획대로 공원으로 향했으면 그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을까? 아니면 더 심하게 다쳤을까?
소셜미디어에 남긴 몇 년간의 기록을 보니 1월에는 몸 건강이 썩 좋지 않던 때가 많았던 것 같다. 춥고 햇빛을 보지 못하는 환경 때문에 약해지는 것일까. ‘올해는 절대 아프지 말아야지’라는 마음으로 정신줄을 단단히 잡고 다녔다
그럼에도 내 몸뚱이는 도통 내 맘대로 되지 않았다. 1월 중순 한 열흘 넘게 나는 알 수 없는 피로감에 찌들어 있었다. 매일 8시간을 자고 일어나도 나는 계속 잠이 왔고, 내 몸은 마치 열이 펄펄 끓는 사람이 약을 잔뜩 먹고 몽롱~하게 취해있을 때처럼 감각이 둔해졌다. 밥도 엄청 잘 먹고 잠도 잘 잤는데, 희한한 일이다. (한국 회사에서 일을 요청받은 게 기뻐서 들어오는 족족 다 받았더니 일이 몰린 게 영향을 준 걸지도 모르겠다)
‘음식으로 케어가 가능한 정도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주변에서 몇 번이나 추천받았던 영양제와 벌화분을 샀다. 결과는? 대.만.족
1월까지 바빴던 일들이 어느 정도 정리되었고, 남은 일도 2월 중순까지는 마무리가 될 듯하다. 하지만 바통터치라도 받은 것처럼 바쁜 일상은 쭉 이어질 예정이다. 한국에서 마케터로 일해왔던 나는 여기서도 마케팅 일을 해보고 싶은데, 일단은 어디서든 스페인의 마케팅 관련 규정과 용어를 배우고 싶었다. 노동청 같은 곳에서 교육기관과 협업해서 제공하는 마케팅 수업에 지원했고, 시험과 인터뷰를 봤고, 통과했다. (야호!) 덕분에 2월부터 5월까지는 이 수업을 듣느라 바쁠 예정
정말 오랜만에 밖에서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당분간 또 이런 일은 한참 동안 없을 듯하다. 지난주 금요일부터 모든 식당, 카페, 바가 문을 닫았고 테이크 아웃만 가능하기 때문
연말에 가족들과, 친구들과 모임을 잔뜩 가진 사람들과 정신 못 차리고 마스크를 쓴 채만 채 거리를 활보하는 젊은이들 덕분에 스페인은 지금 매일 3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일부 지역은 작년 봄처럼 락다운에 들어갔고 여기 빠이스 바스코의 경우 자기가 살고 있는 도시 밖으로는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하는 상황. 대체 이 상황이 언제 끝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는 나의 일상을 꿋꿋이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