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인 요즘 우리 집 거실 풍경은 대략 이렇다.
내가 책을 읽거나 책 내용 중 기억하고 싶은 내용을 옮겨 적고 있고 그 옆에서 아들이 아이패드를 보거나 TV를 본다. 이거 어딘가 자연스럽지 못한 모습이다. 학생인 아들은 펑펑 놀고 있고 엄마는 책을 읽고 있다니...
물론 아들이 공부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시간은 매우 짧다. 공부를 30분 한다 치면 3시간을 아이패드를 보거나 TV를 본다.
이럴 때마다 내 마음이 편치가 않다. 아들 공부를 시켜야 하는데 내가 책을 읽고 있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엄마로서 직무유기는 아닌가?
하지만 억지로 공부 시킨다고 그 내용이 머리에 들어가기 만무하고 책을 읽고 있는 내 옆에 얌전히 앉아 있는 것도 공부라면 공부라고 애써 위안해본다.
오늘도 필사를 하려고 책과 공책을 주섬주섬 펴고 있으니 아들이 그것을 보고는 내 옆에 앉아서 노트북으로 타자 치기를 했다. 슬쩍 "진현이도 과학 책 좀 읽을래?"라고 물어보았으나 나중에 읽겠단다. 쿨하게 "그래!!!"라고 말하고는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했다.
어차피 공부로 성공할 아이도 아니고 반은 포기한 것이기도 하다. 아들을 억지로 공부시켜서 조금 나아지게 하려고 투닥투닥 거리느니 차라리 내가 읽고 싶은 책 읽고 내 공부 하자는 생각이 요즘 들어 부쩍 든다. 나는 너무 이기적인 엄마인가?
그렇게 서서히 아들은 아들의 길을 나는 내 길을 가는 연습을 한다. 아들이 14살이 되고 보니 다 부질없어 보이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진현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이 제일 자연스럽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를 애쓴다는 것이 힘에 부치기도 하고....
이 또한 슬럼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