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과 Nov 15. 2019

부부

                                                                                                                                                         

결혼한 지 15년째다.



장애아를 낳아 키우면서 힘들어서였는지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성격 탓이었는지 한동안 결혼한 걸 후회했다. 안정적인 직장으로 나 혼자 살기에는 금전적으로도 부족함이 없었고 혼자 사시는 엄마랑 같이 살았다면 지금처럼 이런 몸 고생, 마음고생은 안 할 텐데...라는 생각을 했었다. 



지독한 입덧, 임신 중독으로 임신내내 고생한데다가  장애가 있는 아이를 낳았다. 용기를 내어 가진 진현이 동생까지  조기 진통으로 23주에 떠나보내면서 나는 임신과는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임신과 맞지 않는 내 몸뚱아리를 보며  나는 애시당초 결혼을 하면 안됬다는 생각이 더욱더 공고해졌다. 괜히 결혼해서 나도 남편도 진현이도 먼저 떠난 진현이 동생도 모두 다 불행해졌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혼자 살면서 방학 때는 전 세계를 누비고  내 몸 하나 건사하면서 그렇게 살았으면 얼마나 멋있고 편하고  좋았을까?



모든 문제를 내가 판단하고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이었을까? 보기는 안그래 보이는데 뭐든 완벽하고 잘해내고 싶어하는 성격 때문이었을까?  체력적으로 심적으로 한계가 오기 시작했고 그것이 '우울'이라는 형태로 나에게 신호를 보내왔다.



어쩔 수 없이 내가 짊어진 짐을 남편과 나누기 시작했다. 남편에게 의지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만 힘들고 남편은 나보다는 편하다는 원망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제 회식을 마치고 온 남편이 아무 걱정 없이(걱정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마는) 술 마시고 흥청흥청하는 동료들이 부러웠다고 했다. 적어도 자식 걱정(물론 자식걱정 안하는 부모가 어디있으랴마는 우리처럼 원초적인 걱정)은 하지 않을 거 아니냐며.... 걱정 중에 가장 큰 게 자식 걱정이라며...



서글프다고 했다.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됐다. 제 앞가림이나 할지.. 못할지 모르는 아들... 은 남편에게 웃고 있어도 웃고 있는 것이 아닌 마음속 깊이 박혀 있는 걱정과 아픔이리라.... 나처럼 말이다.



내가 그랬다.


해결할 수 없는 걱정과 불안이 늘 마음 깊이 드리워져 있다. 내가 진현이보다 먼저 죽어도 걱정, 진현이가 나보다 먼저 죽어도 걱정.... 아마도 장애를 가진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내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남편이 회식 자리에서 남들처럼 즐겁게 보내지 못하고 서글펐다 라는 이야기를 듣는데 눈물이 울컥 나올뻔했다.



나만 힘들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남편보다 내가 더 힘들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남편도 나처럼 똑같이 힘들어했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 올라왔다. 그 아픔이 무엇인지 알기에 남편이 안쓰러웠다.



문득 남편을 안아주고 싶어졌다.



그저 나를 묵묵히 응원해주고 지지해 주는 남편


성실하고 가정적인 남편



내가 힘들어서... 나만 힘들다고 생각해서 여태껏 남편을 제대로 보지 못한 건 아닐까?



결혼한 지 15년이 된 지금.


부모보다도 어떤 친한 친구보다도 남편에게 친밀함이 느껴졌다.



나의 힘듦을 제일 옆에서 지켜봐 준 사람...


서로의 아픔을 서로 제일 잘 알아줄 수 있는 사이.



그것이 부부였다.



누군가 나에게 결혼을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결혼을 하면 분명 죽을 만큼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죽을 만큼 힘든 그 시기를 지혜롭게 견뎌내기만 한다면


좀 더 넓고 깊은 마음과 눈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서 나를 제일 잘 이해해주는 동지를 얻게 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적어도 내 경우는 그랬다.



항상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절대로 결혼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이제서야 그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어쩌면.... 다시 과거로 돌아가도 결혼을 할 수도 있을 거 같다고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의 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