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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과 Nov 15. 2019

우울에 빠졌지만 허우적거림을 멈추진 않겠다

                                                                                                                                                                                                                                                                                                                                                                                                                                                                                                                         

모든 것이 부질없게 느껴졌다.


물질적인 것에 기쁨을 느끼지 못한지는 꽤 오래됐다.


증세가 점점 심해져서


입맛이 없어지고


배움, 만남, 여행 등 경험에서 오는 기쁨도 점점 느껴지지 않았다.


올해 들어서 제대로 읽은 책이 1권도 없다.


당연히 글쓰기도 힘들어졌다. 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무지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해야 할 이유도 찾지 못했다.



유일한 낙은 소파에 누워서 TV 채널을 돌리는 것이었다.


급기야 최근에는 TV 보기도 심드렁해졌다.



모든 것이 허무하고 또 허무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와중에 출근하는 것이 싫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만약에 출근까지 하기 싫었다면 상태는 더욱더 심해졌을 것이다.



당연히 진현이 교육은 뒷전이 되었다.


치료실에 다니게 하는 것이 전부였다. 


집에서 나는 진현이를 오직 먹이고 입히고 재우기만 했다.


(이것도 못할 지경이 될까 봐 두렵다.)



우울증.


우울증은 감각이 마비되는 병이었다.


기쁘지도 슬프지도 외롭지도 심지어 화가 나지도 않는


감정의 "無" 상태.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우울증에는 


운동이 좋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내 상황이 그렇게 최악은 아니라는 것을.



진현이는 1학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2학기가 되어서는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였고


가끔 감기 정도만 걸릴 뿐 건강하다.


남편은 변함없이 가정에 충실하다.


정기적인 벌이가 있고


직장에선 큰 문제가 없다.


오히려 잘하고 있는 편이다.


나 역시 크게 아픈 곳도 없다.


양가 어른들도 모두 건강하시다.



그래서 우울증이 병이라는 것을 알았다.


외적인 어떤 요인 때문에


우울한 것이 아니었다.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내적인 요인에 의해 


우울증에 걸렸다.



좀비가 된 듯했다.


하루하루 아무 생각 없이


직장과 집을 왔다 갔다 하는....



껍데기만 남은 것처럼 공허했다.


사실 껍데기였다.


생각이 정지되고 감정이 무디어졌으니 말이다.



가끔 정신이 들 때가 있다.



어느 날인가...


진현이의 눈을 가만히 바라봤다.


불쌍했다.


저절로 이런 말이 나왔다.


"내가 우리 아들 때문에 산다."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나 보다.


내 뜻대로 굴러가지 않는 인생...


그만 손을 놓고 싶었나 보다.



'모' 아니면 '도'로 살아왔던 인생...



우울에도 깊이가 있다.



이렇게 깊이깊이 빠지다 보니


모든 욕구가 없어지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든 욕심도 없어진다.



그리고 든 생각.








내가 뭐라고.....








그래.


난 아무것도 아니었다.


뭐라도 된 것처럼


전제를 하다 보니


낙담이 되고


실망을 하게 되고


우울에까지 이른 것이다.



너무 우울해서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외로움








이 느껴졌다.



다행이다.


뭐라도 느껴져서.



이미 내 주변에는 내 이야기를 할 곳이 없다.


내 상황이 되어 보지 못한


장애아를 키워보지 못한


우울증에 걸려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해봤자 


입만 아프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담을 받았다.


50분에 오만 원.


10분에 만 원.


을 주고 내 이야기를 했더랬다.



그리고 블로그 이웃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나처럼 장애아를 키우는


블로거들을 찾아 글을 읽었다.



특히 나보다 어린 장애아를 키우는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데 열성인


엄마들의 글을 읽었다.



왠지 모를 힘이 났다.



오늘 진현이 학교 특수 선생님에게 문자가 왔다.


남편이 아파서 서울 병원에 가게 되어


당분간 시간 강사가 특수반에 올 예정이라고...



그래.


인생 별거 없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자.



너무 잘하려고도 하지 말자.


내려놓고


또 내려놓자.



나는 우울에 빠졌지만


그대로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다.



계속 계속


이런저런 방법으로


허우적거릴 것이다.



그렇게 


발버둥 치다 보면



우유에 빠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버둥거리다가


우유가 치즈로 변해서


우유에서 빠져나온


생쥐처럼



우울에서 빠져나오리라...


믿어본다.



나는


포기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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