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어머님이 돌아가시고도 제사가 지내고 싶냐고 물었다. 남편은 내 질문의 저의를 알아내기로 한 양 즉답을 하지 않고 머뭇거렸다. 그리고는 정답이라고 생각한 대답을 했다.
"당신이 하기 싫다면 안해도 되고."
다시 되물었다.
"아니 아니, 당신이 제사가 지내고 싶냐고요."
질문의 뜻을 파악하기 어려웠던지 대답이 없다. 성질 급한 나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제사가 지내고 싶으면 지금부터 어머님께 제사 음식하는 것 배워놔요. 여보 아버지고 할머니 할아버지인데 당신이 직접 음식 장만해서 제사, 차례 지내는게 맞지 않나요? 내가 우리 집을 장소로 제공하고 약간 돕긴 하겠지만 제사가 지내고 싶으면 음식 만드는 것부터 배워요."
남편의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걱정하지 말아요."
사과도 제대로 못 깍는 남편, 결혼 15년 만에 올해 처음으로 남편이 만든 음식을 먹어봤다. 아무것도 넣지 않은 순수 김치볶음밥.
늘 현실에 순응해 왔다. 내깟것이 뭘 어쩌겠냐며 시류에 휩쓸려서 살아왔더니 이제는 자꾸만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한강에서 뺨 맞고 여의도에서 눈 흘기지 않으려고 화의 근원을 찾아나서려는 요즈음이다.
화를 내도 제대로 내겠다. 괜히 엄한대다가 화를 내면 화를 내도 찜찜하다.
추석, 설 명절 같은 여자에게 불합리한 제도가 맘에 안들면 그것들에게 화를 내야지 괜히 아이에게 남편에게 친정엄마에게 짜증을 내면 민폐다.
화가 나면 잘 생각해보자.
내가 진짜 무엇때문에 화가 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