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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지은 Nov 14. 2016

이집트 혁명

혁명의 순간을 함께하다?!

2011년 1월 13일... 이집트 카이로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공항에서부터 당혹과 혼란, 즉 사기의 연속이다. 알고 당하는 이 느낌, 이제 여행의 시작이구나!  
모든 교통수단이 다 등장해서 나를 카이로 시내 타흐리르 광장으로 모시겠다고 하는데, 선택권은 없다. 그 혼란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결국 알고 당하는 사기에 걸려들어야 한다. 시작부터 당했다. 아니 당해주었다. 그래도 미리 달러를 준비한 덕분에 비자 사기는 안 당했다. 이 정도면 lucky enough
그리고 도착한 타흐리르 광장은 다이내믹 그 자체... 수많은 사람, 차선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동차들, 사람이 매달려 달리는 버스... 분주한 움직임 그리고 뿌연 하늘
  
사진으로 보면 그 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는 피라미드지만,

 
이렇게 사람이 앞에 서면 그 규모에 놀란다. 이런 놀라운 피라미드처럼 이집트 또한 그러하다.
 

 
2011년 1월 25일. 영원히 기억 속에 남을 이집트 여행 마지막 날 이른 새벽 다시 도착한 카이로.
뭔가 이상하다. 나의 기억 속의 혼돈과 정감이 공존하는 그곳이 아니다. 곳곳에 경찰과 경찰차가 보인다. 그리고 사람도 자동차도 드문드문... 자취를 감쳤다. 문을 연 가게도 찾기 힘들고... 겨우 찾은 맥도널드에서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스탭에게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도 그냥 웃어 보일 뿐 대답이 없다.
마지막으로 남겨둔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을 보고 호텔로 돌아가니 그곳도 웅성웅성... 이제 광장에 사람이 모여들고 이리저리 우르르 우르르... 호텔 매니저는 퍼미션 받은 평화집회라고만 하고
인터넷 강국의 코리안들은 결국 자체 검색을 통해 튀니지 재스민 혁명의 영향으로 이집트에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약간의 두려움이 엄습했지만, 여행의 마지막 밤을 그냥 보내기를 아쉬워하는 순간, 아랍어를 하는 미국인, 그의 중국인 아내, 모스크바에서 유학 중인 대만 청년(모스크바 폭탄 테러를 30분 차이로 면하고 카이로에 도착했으나 이곳은 혁명의 시작)이 야시장 투어를 권한다. 도심 한 복판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지만, 외진 시장이 있는 곳은 여느 날과 다름없다. 조그만 가게에서 현지 음식을 먹고, 리어카의 행상에게 음료를 사고, 쪼그리고 앉은 과일상에게서 산 과일을 먹는다. 그리고 놀라운 흥정 신공을 보여주는 중국인 아내에게 박수를 보내며 시시덕 거리다 하루를 마무리한다.
 
밤새 밖에서 들리는 시위대 소리에 뒤척이고, 아침 일찍 걱정이 앞서 빨리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으로 가는 길, 고가에 들어서자 머리에 붕대를 감은 사람들이 거리를 청소하고 있다. 그리고 비행기 스크린의 브레이크 뉴스는 이집트 혁명-6명 사망이라는 자막을 내보낸다. 갑자기 가슴을 쓸어내린다.
 
나는 혁명의 순간 이집트에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냥 그곳에 있었을 뿐, 그 변화의 순간에 있지는 못했다. 아직도 진행 중인 이집트 혁명이 모두가 바라는 방향으로 평화롭게 마무리 지어지는 순간, 으스대며 "나 이집트 혁명의 시작점에 그곳에 있었잖아"라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속한 조직, 내가 속한 사회는 항상 변화한다. 시간만이 변화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용기 있는 누군가가 변화를 꾀할 것이다. 그들의 노력으로 발전, 진보를 맛보면 그들이 이룬 그것들을 내가 그냥 누려도 되는 것일까?  
다 된 밥에 숟가락만 얹는다는 말이 있다. 숟가락만 얹는 사람이 아니라 밥을 하는 사람이 되어 내가 지은 밥의 맛을 느끼고, 그 밥을 나누고 그리고 그 밥을 먹고 힘을 내서 또 다른 메뉴를 개발하는 사람만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조직, 사회에서 "내가 그거 했잖아."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Trip Outsight

인사이트를 얻기 위한 여행을 보통 "인사이트 트립"이라고 칭하는데, 인사이트를 목적으로 여행을 한것이 아니라 여행 후 느낀 것이라 적당한 말을 찾다보니, 인시아드의 허미니아 아이바라 교수의 "아웃사이트 : 밖으로부터의 통찰력"을 차용하여,  "트립 아웃사이트 : 여행을 통해 얻게 되는 통찰력"으로 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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