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예민할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했다. 부모가 다 예민하니 그 정도는 각오했다.
그런데 잠이 이렇게까지나 힘든 것이었나? 백일의 기적 따위는 바라지도 않았고, 돌 때의 반전도 기대하지 않았다. 낮잠을 안 자서 어린이집 적응을 못했을 때가 가장 슬펐다. 만 2세부터는 아예 낮잠을 안 잤고, 만 5세인 지금도 어쩌다가 정말 정말 피곤하면 차에서 버티다 버티다 잠들 때가 있다. 그렇게 낮잠이 들면 늦은 밤잠이 더 늦어지니 그것도 반갑지는 않았다. 수면의 질도 떨어지지만, 입면도 너무 어려워 기본 1~2시간은 어르고 달래서 재웠다. 그마저 일찍 잠들면 12시쯤 깨서 새벽에 잠드니 늘 조마조마했다. 수면일기를 써야 했고, 통 잠자는 날보다 쪼개서 자는 날이 훨씬 많았고, 그런 날이 연속되면 삶이 피폐했다. 인사말이 좀 잤니? 일 정도니 참 힘든 시간이었다.
신생아 때는 흔들어주거나 안아서 방방 뛰거나 비닐 바스락거리는 소리, 혹은 입으로 쉬 소리를 내며 안아서 재웠다. 한 명이 안아서 흔들어줘야 하니, 바스락 소리를 낼 한 명이 더 필요하고 2인 1조로 활동ㅎㅎ 아빠 친구가 과학상자로 비닐을 돌려 바스락 소리를 내는 기계를 만들어줬을 정도니 그 어려움이 참 컸다. 100일이 지나도 돌이 지나도 수면교육은 안되고 어려움은 더 커졌다. 밤 한두 시쯤 일어나 두세 시간씩 미친 듯이 울고 방방 뛰는 시간이 지속되고 당시 18층에 살았던 우리는 가슴이 조여 오는 스트레스였다. 그나마 뽀로로를 보여주면 울음을 그치니 돌전후해서 밤에 새벽에 미디어노출이 상당했다. 아기가 좀 특별하다는 걸 알았을 때 그때의 미디어노출이 문제가 아니었을까 후회도 많았지만, 현재 티브이도 없고 미디어노출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변화를 보면 딱히 그런 이유도 아니었던 것 같다.
아이의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 건 오만가지니-온도, 습도, 햇빛, 조명, 이불, 옷, 낮활동 등등- 원인을 찾기도 너무 어려웠다. 현재 6세인 얼마 전까지도 온도와 습도계를 봤었고, 지금도 습하고 시원하게 유지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한 친구는 신생아를 5년째 키운다고 농을 치기도 했다. 각성이 늦게 올라오니 오전에 활동량을 많이 해서 빨리 올리고 빨리 떨어지게 하려고, 하루에 놀이터를 세 번 네 번씩 나가고 그네를 한두 시간씩 태웠다. 목욕도 릴랙스보다는 각성을 올리는 거 같아 저녁시간이 되기 전에 되도록 빨리 했다.
아기가 태어나고 3년 이상을 제대로 깊은 잠을 잔날이 거의 없고, 연이어 새벽 기상이 이어질 때면 우리 세 식구가 모두 깨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원래 불면증이 있던 아빠도 더욱 못 자니 더 예민해지고, 나 또한 연일 이어지는 새벽기상과 울음을 달래는데 지쳐갔다.
한계에 다다른 어느 날 아이를 안고 울음을 터뜨렸는데, 아이가 "엄마, 미안해"라고 하는 게 아닌가? 그 순간 지금까지의 피로가 다 씻겨가고, 지금도 밤늦게 깨서 울거나 잠이 못 들 때 그날을 생각하면 힘이 난다.
지금도 엄마를 잘 부르지 않을뿐더러, 미안해라는 말을 시키지 않으면 할 줄 모른다. 그때는 더욱 말이 없을 때였는데, 아직도 그게 진짜 아이가 한 말인지, 비몽사몽 중 꿈결인지 알 수 없지만, 그 한 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되었던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4살 되던 해 여름에 좀 더 아이에게 도움 되는 환경을 찾아, 아기와 나는 부산 친정 근처로 이사했다. 아빠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녀야 하니 주말부부가 되었다. 이사한 곳은 산을 뒤에 두고 있는 아파트 1층이었고, 아이가 자란 것도 있지만 부산에 와서부터 조금 더 잘 자기 시작했다. 1층이고 침실 쪽 옆집이 없는 세대라 밤에 아이가 깨서 울거나 뛰어도 마음에 예전만큼 무겁지 않아서인지 아이도 좀 더 편안한 듯했다. 그리고 5세 가을에 유치원에 다니면서 조금씩 밤에 깨는 시간이 줄고, 잠드는 시간도 당겨졌다. 여전히 잊을만하면 새벽기상으로 혼을 빼지만, 이만해도 살만하다.
어느 어머니말처럼 우리 아이들도 자란다.
지금도 가장 큰 숙제 중에 하나는 수면이다. 작년에 각성이 정상범주에 들어간 거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 참 깊게 많이 잘 잔 것 같다.
또다시 그날이 오기를 바라며 오늘도 고군분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