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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지은 Apr 11. 2023

예후를 그리다

본격 치료의 시작

정신과를 다녀온 후

언어치료와 감통치료를 알아보고,

언어는 바로 수업 시작하고 감통은 대기를 했다.

아는 동생 아이가 ADHD라 기본적인 센터수업정보는 들어서 살짝 이해는 했지만, 정보는 턱없이 부족했다.

인터넷 검색으로 느린 아이를 위한 카페에 가입하고 쭉 읽어나가는데 왜 이렇게 슬픈 이야기들인지... 읽다 보면 숨죽이며 울기 일쑤이고, 아이의 예후를 적어둔 글을 보면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처절할 정도로 아이에게 모든 것을 바치며 노력 그 이상을 다한 부모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만감이 교차했다. 예후가 좋다고 부모가 더 노력했고 혹은 나쁘다고 부모가 덜 노력한 것이 아니었다.

부모의 정성과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결국은 아이가 가진 그릇의 크기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가 가진 것에 부모를 비롯한 치료사들은 조력자일 뿐, 결국 스스로 거대한 산을 넘어야 한다. 히말라야 등반을 돕는 세르파처럼 엄마도 그 거대한 산을 짐을 이고 지고 가이드하며 같이 넘어야 한다.

아무튼 글을 읽다 보면 너무 슬퍼서 카페는 탈퇴했다. 먼저 이 길을 간 선배부모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니, 치료실과 일상경험이 잘 밸런스를 이뤄야 할 것 같았다.

치료 시작 당시 26개월로 아직 어린 아기를 위해 수업은 좀 적게했다, 일단 언어치료와 감통수업이 시작되었고 이후 놀이수업을 병행했다. 어린이집은 하루 두 시간씩 몇 달 정도 다니다가 가정보육으로 전환했다.

치료수업이 없는 나머지 시간들은 근처에 있는 숲놀이터, 공원을 수시로 다녔고, 아파트 놀이터는 하루에도 수차례 오갔다. 코로나로 소수 예약으로 운영되던 어린이 박물관, 체험관, 미술관 등은 어린이집을 안 가니 어렵지 않게 잘 다닐 수 있었다. 이렇게 데리고 다니다 보니 우리 아기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게 정말 뼈저리게 와닿았다. 한 어린이 박물관을 다녀오고,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지만 통제하기 어려운 아이를 보며 너무 무서워서, 지하주차장에서 뒷자리에서 잠든 아이를 두고 얼마나 펑펑 울었는지...

3년간 끝없이 다니고 체험하다 보니 이제는 우는 날보다 웃는 날이 많다. 아주 느리지만 조금씩 성장하는 아이가 보여서, 그날의 두려움이 가신다.

어딘가 도착하면 냅다 뛰던 아이는 이제 부르지 않아도 돌아보기도 하고 엄마의 말에 멈추기도 한다. 다양한 체험들도 살짝 도와주면 충분히 해내고, 줄 서서 기다리기도 한다. 여전히 일반아이들과 비교할 수 없지만, 스스로와의 경쟁에서 이겨가고 있다.

치료의 골든타임이라고 하는 5세를 지나면서, 많게는 한 달에 300~400만 원씩 수업료가 들어갈 정도로 치료실도 많이 다녔고, 지금도 적지 않게 다니지만, 아직도 치료가 아이를 성장하게 했다고는 단언할 수 없다. 불안한 마음에 치료실 수업을 완전히 줄이지는 못하지만, 치료실만 도는 아이로 만들고 싶지는 않아서, 여전히 다양한 활동들로 아이를 자극한다.

아이의 그릇, 치료사들의 열정 그리고 가족들의 사랑과 노력이 모두 합쳐져 아이를 만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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